비가 그쳤다.
후즐근한 공기처럼 몸이 착 가라앉는다.
세탁기에 빨래는 다 되었다고, 삐!삐! 거린다..
일어나서 선뜻 설쳐야지 하면서도 몸이 말을 안 듣는다.
그냥 내버려두면 저번처럼 세탁기에서 며칠은 뒹굴텐데...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문득 친구가 며칠전에 한 말이 생각났다.
내일모레면 40이야!
여자가 40넘어서 돈이 없으면 얼마나 초라한데..
난,일할거야!
이제 집에는 못 있겠어!
조그마한 가게 시작할까해.
벌써, 내 나이가 그렇게나 되었나.
난, 항상 젊다고만 느끼고 살았는데...
아니, 어쩌면 아직도 연예인을 목숨걸고 좋아하니까
철이 없었는지도...
노래도 토로트는 질색이고 발라드만 좋아하니까..
결혼한지 11년차다!
바보같이 뭐하고 살았나 모르겠다.
남들 다 키우는 애 둘에다
눈만뜨면 반복되는 일상에다
예전엔 그렇게도 잘 보던 책도 이젠 흥미를 잃은지 오래고
신문도 연예쪽이나 대충 훑어보고
군살은 삐져나오기 시작하고
늘 푸석푸석한 화장기 없는 얼굴에다
요리도 잼병이고, 집안도 지저분하고,
특별한 취미거리도 없고
갈수록 성질만 나빠지고,신경질적이고
애들에게 소리치고
남편에게 곰살맞게 구는 것도 아니고...
이도저도아닌 난,
어느새 가치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남들은 맞벌이네 자기개발이네하며 열심히 사는데
난, 도대체 할 줄 아는게 뭔가싶다.
가진것도 없고, 자격증도 없고,
내가 나가서 뭘 하겠는가?
늘, 반쯤은 넋 나간 여자처럼 흐트러져있고
이제사 공부하려니 그게 넘 싫다.
머리도 딸리고...
마음이 너무 무겁다.
집안에만 있으니 갈수록 바보가 되어가는 것 같다.
난, 왜 똑똑하지 못할까?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난
오늘도 비참한 자격지심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