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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태어난 당신에게


BY ㅈ.ㅅ. 2003-06-27


여보~

일주일 후면 당신 생일이네!

좀 이른감이 있지만
''''생일 축하해''''
당신이 태어났기에
당신과 내가 부부가 되고
아이도 낳고
한 가정을 이루고
이렇게 살고 있잖아!

당신은 내게 있어서
참 소중한 사람인데......

우리 참 많이도 서로를 힘들게
했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우린 참
어려운 선택을 했던것 같아.

이십대 초반에
속도위반??으로 결혼했고
그런 우리를 당신의 부모님은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셨고

당신은 맏이라는 이유로
더 그렇게 힘들었을거야.
무일푼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당신은
신발장사,
음료수운반업,
비료생산업,
공장,
기사 등등
여러가지 일을 하며
7~80만원의 봉급을 가지고
우리 세식구 살았었지.
그런데 그런 우리 세식구 살기도
벅찬데 부모님은
아들이 버는 80만원의
봉급에서 50만원씩
달라고 하셨지
그래서 드렸었고
악착같이 모은 적금도
깨서 달라고 하시기에
몇백만원씩 드렸었고,,,,,,
그때마다 왜 그런일을 당해야 하는지도
모를만큼 순진했던것 같아.

그래서 우리 세식구
못먹고 못입고 가난하고 처절하게
억지로 신혼생활 보내고
남은건 병뿐이었지.
당신은 퉁퉁부은 무릎이 아프다며
밤마다 통증을 호소했고,
난 걷다가 쓰러질듯한 영양실조에
빈혈까지.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가라면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돌아가지
않을거라구......말하고 싶어.

어려운 생활
가난한 생활속에
돈없이
예쁜옷하나 입혀보지도 못하고
우리의 아이 사고로 저세상으로 보내놓구

7년동안 맞벌이하여 벌어
놓았던 재산도
보증사기를 당했지.
난 당신이 보증을 섰었다는 것도
캐피탈에서 전화를 받고 알았어.
화가 났다기 보다는 당신에게
배반감을 느꼈었어.

이 모두를 당신탓으로만 돌렸었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참 미련했던것 같아.

후회도 많이 했지
아이가 생겨서 서둘러 했던 결혼인데
그 아이는 사고로 죽고......

당신이 결혼전에 보증섰던것이
별일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잘못 되어서 이제서야
사건이 터져버렸고.

그래서 당신은 방황을 하고
여자와 술과 밖에서의 생활을
즐기기 시작했고.
그런 당신을 보며
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받았었지.

삶이 참 허무하게 느껴지기까지 했어.


알코올 중독자,또는 자살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내가
그 사람들을 닮아가고 있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처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야

당신도 많이 힘든지
예전에 비해 눈빛도 많이 흐려지고
어깨도 쳐지고
몸은 점점 말라가고
배추를 소금에 절인듯
삶에 찌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

언니가 교통사고로 죽고
할머니가 천식으로 돌아가시고

소중한 사람들이 하나둘 내곁을 떠나가고
사진첩속의 내 가족들이
하나둘 고인이 되어가는 것을 보고
난 오늘도 술을 빌어 슬픔을 덮어보려 하고 있어.

당신~
나도 당신 만나 힘들었고
당신도 나 만나 힘들었지만
우리 서로를 끔찍할만큼 사랑??????했었잖아.

그 사랑의
힘으로 지금까지 버텨온것 같아.

당신이 있기에 이런 고통들도 반으로 줄었고
당신이 있기에 나 이렇게 살아 있는지도 몰라........

어쩌면 난 죽을 용기조차 없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당신이 있기에 살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건 왜일까??

여보~~~~~
이렇게 우울한 이야기 집어치우고
우리 다시 시작해보는거야.
알았지??
우리 힘들었던 일들 모두 떨쳐버리고
한번 더 힘을 내보자.
잘 될거야
불행과 행복은 번갈아 오는거니까
지금까지 우리에게 닥쳤던 일들을
우리가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디딤돌로 생각하고 우리
다시 행복해 보자.

행복할 수 있어.
불행만 우리편이 아닐거야.
행복도 우리편으로 만들 수도 있어.

당신의 생일을 앞두고
당신에게 뭘 해줘야 당신이 기뻐할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글을 써 보았어.
나쁜 내용은 다 빼고 좋은 글만 편지지에
써서 줄게.
지금의 내용은 아컴식구들과 나 혼자만
읽어보는거로 하고......

그리고 힘내
당신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게.


당신의 소중한 아내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