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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처증이 부른 잔인한 죽음


BY 아사히 2003-07-11

오붓한 저녁시간 전화벨소리에 수화기를 들고 부들부들 떨려오는 전율과 함께
"언니가 죽었어요... 형부한테 맞아..." 너무 놀라서 그만 그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답니다.
이십년세월 그저 남편의 의처증으로 몸서리를 치면서도 행여 친정에 해라도 입힐까 두려워 친정나들이저차 조심하면서 살았건만.. 결국....
시계를 보니 저녁 9시3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조금 멀리 사는 탓에 그 시간에 서울행 비행기는 없고 다음날을 기약하며 시어머님 걱정에
잠을 이룰수 없었답니다.
다시 막내 아가씨집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어보니...
큰오빠 내외는 경찰서로 어머님은 영환실에 아가씨도 지금 병원으로 출발한다며
울먹울먹... 뭐라 달리 할 말도 없고 "아가씨 아침 첫비행기로 갈께.."
난 밤이 이렇게 긴 지 정말 몰랐다. 온갖 상상을하며 ''그래 부부싸움끝에 우발적일거야. 설마 그래도 고모부가...''
날이 밝자 마자 첫 비행기로 직행 병원에 도착...
어머님은 거의 실신 상태로 영환실 한쪽 구석에 누워계시고 상주인 아들만이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었으며 큰아가씨의 시신은 국립과학수사본부로 옮겨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3시간후 사건 내막을 자세히 알수 있었습니다.
사건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의처증의 진세가 그렇듯 술만 입에 되면 과음으로 가서 결국 폭행을 일삼던 사람이었습니다.
결혼 생활 20년 가까이 돈도 못쓰게 하고 그저 가게에 가두어 두었습니다.
가게에 온 남자손님과 담소를 나누기라도 하면 그 날은 하루종일
"그 놈과 어떤 관계야.. 언제부터야..."로 시작해서 폭행으로 이어졌답니다.
가끔 시장에서 싸구려 5000원짜리 티샤츠라도 하나 사 입으려 치면
"어떤 놈 한테 잘 보이려고 하냐" 며 돈 쓰는데도 인색한 구두쇠 였지요.
몇번의 이혼도 청구해봤지만 쉽게 놓아주지도 않을뿐 아니라 매일같이
술에 쩌들어 친정식구들 찾아다니며 행패를 부리니 아가씨가 포기하고
다시 들어가 사는 20년 세월...
이젠 자식도 올해를 넘기면 성인이되고 내 나이 이제 마흔둘..
때늦은 반항을 했답니다. 더이상 이렇게 숨 죽이고는 못 살것같다며
친구들 사는 모습을 보니 지나온 인생이 기가막히다며 어머님한테
이번에 죽기를 각오하고 반항해 봐야겠다고 했답니다.
그리고 이어진 부부싸움....
아파트 11층의 안방에 가두어두고 일주일 넘게 고문과 우격다짐으로이어지다
결국 자동차 자키로 한번도 아니고 서너차례 내리치고 그 것도 분이 안 풀려 부엌칼로 목을 서너번 찔렀다고 합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잔인할수 있답니까?

더 기가 막힌건 아가씨가 경찰에 살려달라고 신고를 했답니다.
그런데 고모부가 전화를 컴퓨터에 연결해서 아들방에서 감시하고 있다
경찰에 전화건 사실을 알고 죽였다고 하는군요.
물론 경찰은 통화도중 전화가 끊어져 확인차 나왔는데 고모부가 간이
문고리를 건채 문을 열며 "부부싸움끝에 전화를 했는데 지금 밖으로
도망나가고 없습니다" 라는 말한마디에 집안 확인도 않고 그냥 돌아갔답니다.
그리고 나서 한시간 가량 흐른후 고모부가 자수를 했다고 합니다.
자수를 접수 받고 현장으로 갔을때 경찰관이 본 건 깨끗이 정리된 집안과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범행 흉기들 그리고 차마 눈으로 볼수 없는
우리 아가씨의 참혹한 시신뿐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술서엔 아가씨가 바람을 피워 자기도 모르게....
그런데 더 분한건 바로 그 다음날 신문 입니다. 한 나라의 언론을 주도하는
신문사들이 너무도 간단하게 한쪽의 일방적인 진술만을 토대로 신문에
주간 토막기사로 "바람난 아내와 부부싸움 끝에 흉기로 살인.." 이란 기사로
세상사람들에겐 가십거리를 그 가족에겐 치욕과 분노를 그리고 지울수 없는 상처
더불어 죽은 이의 영혼에 불명예를 안겨줄수 있는것인지...
아무리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고 하지만 정말 분하고 분해서 그냥 넘어가기가
가슴이 아파 이렇게 인터넷세상에 올립니다.
어찌 이분함을 글로 다할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 치안 업무를 맡고 계신 경찰관 여러분과 언론사 기자여러분 모두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한번만 더 내 가족의 신고라고 생각하시고 한번만더 내 가족의 사연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렇게 쉽게 현장에서 되돌아오거나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지않고
신문에 실을수는 없는것 아닙니까...

죽은 우리 아가씨의 넋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앞으로 더이상의 오보나
가정폭력으로 시들어가는 여자들이 없기를 바라는 맘에 두서 없이 적어보았습니다.
우리 아가씨가 살아온 과정이나 죽음을 맞는 과정을 자세히 쓰자면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질것이고 제 글솜씨가 거기에 미치지 못한 탓에
이만 맺으렵니다.

아컴 여러분 늘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이루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