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친구가 전화를 했다.
만나고 싶다고
그래서 약속을 했다. 다른 친구하고 셋이서 만나기로
근데 약속 날짜가 다가오니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요 근래들어 엄청 불어난 몸매 때문에
제대로 맞는 옷도 없고 어쩌나......
그래서 백화점에 가서 누워 있는 옷들 중에서
어쩌다 맞는 사이즈가 있어서
무조건 사가지고 왔다.
드디어 친구들과 만나는 날
어디보자 저번에 산 옷을 입어 볼까나~~
흰색 마이니까 안에다 화사한 나시를
입어야겠군 . 잠시 착각속에 빠진 나는
나중에 겪을 혼란을 전혀 생각지 못했으니....
몸매는 생각 안하고 안에다 분홍색 나시티를
걸치고 겉에다 눈부시게 흰 마이를 걸쳤다.
그리고 바지는 노르스름한 겨자색을 입었다.
그날은 뭐에 씌였는지 평소에 전혀 안입던
색상으로 도배를 하고 집을 나섰다.
근디 밖으로 나와서 얼마쯤 가다가 나의 실수를
뼈저리게 느낄수가 있었다.
너무나 밝은 옷 차림이 나를 처치곤란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더군다나 가슴의 볼륨 때문에 어깨를 꾸부정
하게 수그리고 걸어야 했다.
그 알수없는 불편함은 걸음을 내 디딜때마다
족쇄처럼 나를 옥 죄어왔다.
친구고 뭐고 그냥 집으로 가서 훌렁 훌렁 벗어
던지고 츄리닝바지하고 늘어진 면티를 입고싶은
생각이 간절 했지만 이미 차를 타고 가는 중이었으니...
그날의 악몽은 오랫만에 만나는 친구들과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내내 불편한 속내를
참느라 얼굴이 일그러져서 지냈다.
친구들이 나를 보더니
너 취향 많이 바뀌었다구, 보기 좋다고 했지만
그 말이 좋게 들릴리가 없었다.
저녁에 집으로 오자마자 입고갔던 옷들을 벗어
장롱 구석에 쳐박아 버리고 두번다시 입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