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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죽인 여자...


BY 문구아짐 2003-09-03

오늘 아침 늦잠을 잤다.

나, 딸 모두 아침 굶고 당연히 남편 도시락도 못싸고, 부랴부랴 문구점으로 갔더니 울남편

눈 부라리며 "아침에 일찍 좀 나와" 한다.

아이들이 빠져나가고 한가한 시간. "나좀 깨워주지" 했더니 남편 버럭 성질을 부린다.

"언젠 깨워준다고 짜증내더니..."

그랬다. 방학동안엔 아침에 안나와도 되니 깨우지좀 말라고 남편에게 짜증을 부렸었다.

그때랑 지금이랑은 경우가 틀리지 않은가!

그렇게 이야길 했더니 남편 왈 시끄럽댄다. 자기 말에 토달지 말랜다.

그러면서 또 원점으로 돌아간다.

 

문구점을 하면서 늘 남편과 싸우는 것 하나는 우리 친정식구들이 안 도와준다는 거다.

몇번 왔다간거는 다 잊었나 보다. 울 친정식구들 집에서 노는 한가한 사람 친정아버지

뿐이다. 문구점 정리할 때 울 엄마, 아버지 오셔서 하루종일 정리했다. 그리고 남동생,

여동생 한번씩 와서 정리하고 청소했다.

여동생은 한 세번쯤 왔었다. 맞벌이 함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또 하나는 너무 늦게 들어와서 -거의 12시 30분이 되어서야 집에 온다 - 좀 일찍좀

들어오라는 내 소리가 싫다는 거다.

남편 표현대로 하자면 누구하나 와서 도와주는 놈이 없어서 매일 정리하느라 늦게 들어온

다는 거다. 새벽1시에 저녁먹고 샤워하고 매일 2시에 잔다.

그때까지 나도 잠을 잘 수 없다.

자기야 일어나서 나가면 그 뿐이지만, 난 어디 그런가.

아침 도시락까지 싸야하지, 딸 챙겨서 학교 보내야지, 나 출근 준비해야지....

 

퇴근해서도 자기야 들어가서 밥먹고 쉬었다 오지만, 난 9시 30분까지 문구점 지킨다.

그리고 집에와서 그때서야 늦은 저녁밥 먹고, 정리하고, 반찬도 만들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파김치가 된다.

 

11시 넘으면 손님도 거의 없다. 그리고 있어 봤자 1-2만원 매상수준일 테고...

근데 돈 때문에 있는게 아니라 정리하느라 늦게 들어 오는 거란다.

 

모르겠다. 이젠 점점 짜증이 난다. 난 내가 할만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남편은 늘 나한테 정신상태가 글러먹었다고 한다. 정신력이 약하대나 뭐라나...

그러면서 우리 친정식구들 욕까지 싸잡아 한다.

우리 남편. 참 말을 못한다. 아니 말을 독하게 한다.

같은 말이라도 남의 속을 후벼파내게 말을 한다.

그럴때마다 정이 뚝뚝 떨어진다.

울 친정식구들... 절대 독하지 않다. 아니 너무 착한 사람들이다.

울남편. 이렇게 아둥바둥 사는거 이해 못한다.

그냥 적게 벌면 되지 왜 그렇게 힘들게 하냐고 하신다.

건강이 최고지 하면서....

 

처음엔 처음이라 그런가보다 했었다. 근데 시간이 지나갈수록 그게 아닌 것 같다.

이게 울 남편의 숨겨진 모습이었던 것 같다.

열심인게 아니라 지독하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숨이 막힌다.

본인이 열심히 하는거 그거 누가 뭐라고 하나?

그냥 열심히 하면 좋으련만, 그러면 존경 하련만, 왜 남이 안도와주냐고 화를 내는지...

그리고 마주하고 있는 문구점욕을 매일 한다.

그집 문닫게 하는게 우리 남편 지상최대의 목표다.

 

정말 모르겠다.

남편에게 맞춰 줘야지 하면서도 너무 힘이 든다. 말한마디 한마디에 늘 상처를 받는다.

그래서 나는 매일 남편에게서 멀어진다.

심지어 마음속에서 남편은 죽었다. 이미 4년전에...

여기저기 일자리 찾아 헤매야 했을때 그때 남편은 죽고 없다고 생각했었다.

난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들어오면 하루종일 컴앞에서 데이트레이딩을 하고 있던 남편을

보면서 그래도 우리 딸이 집에 아빠랑 있어서 다행이다 생각하자고 마음을 다독였었다.

그래도 울남편. 그런거 모른다. 아니 신경도 안쓴다.

 

죽은 남편한테서 매일 상처받고 그리고 이혼을 꿈꾼다.

남편은 죽었지만, 딸에게서 아빠는 차마 뺏을수 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