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
오전에 울리는 전화벨소리가 왠지 축처지게 들려왔다.
모 학습지의 영업직에 있는 친구였다.
항상 새로운 책이나 엄마들을 위한 강의가 있는날에는 정보를 알려주기위해 통화를 했건만
오늘은 왠지...
"나 오늘 강의 들으러 못갔어 ..... 왜긴 둘째가 안떨어져서 그렇지......."
"........ 너, 너무 과잉보호한다. ........... 지난번 큰 아이한테 X X 사주었다는 소릴 듣고는
내가 다 속상하더라. ....... 같은 값이면 저렴하면서 큰 효과를 올릴 수 있는 우리것을 해주지,
아이가 해달란다고 그걸했니? 쓸데없는데 돈쓰고....... 친구 X X도 하고 , 친구 * *하고,
내년에 학교갈아이한테 엄마가 필요한 영양분을 억지로라도 채워줘야지 아이가 밥먹기
싫다고 햄버거만 먹이고 있냐? 우리것 하고있는 아이들 다 똑똑하더라......"
내딴에는 큰아이가 3살무렵부터 제법 부담되는 교구를 구입해서(물론, 아빠 눈치, 코치,
잔소리 먹어가며) 교육을 받았는데 ,나름대로 효과(?)도 보고 있는데, 날 아이의 미래에
효과적인 투자도 할 줄 모르는 그저 돈 쓸 줄도 모르는 한심한 아줌마인양 몰아세운다.
그래, 나도 객관적인 주변의 평가로 그걸 해주고 싶었지만,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싶었다.
이 친구는 날, 아이의 미래를 잡아주지 못하는 한심한 엄마로 몰아세우고
또 다른 그 친구는 날, 요즈음 한창 뜨고(?) 있는 네트워크 마케팅 인지 뭔지에 적극적인
관심이 없다고, 전혀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 한심한 주부라 몰아세우고
지갑은 자꾸 얇아져가는데 어머님 생신과 추석은 다가오고
큰 아이 작은 아이는 항상 고양이와 강아지사이같이 아옹다옹거리고
반상회에서 긴 안건으로 1시간이 넘게 둘째를 아빠에게 맡기고 왔더니 왜 이렇게 늦게
오느냐며 짜증을 내고 (반상회전에 아이들 먼저 저녁 먹이느라 난 10시가 다 되도록 쪼르륵
굶고 있고마...)
반상회에 따라가고싶어하는 큰 아이를 데리고 같더니 자꾸 신경 거스리는 행동만 하고
축처진 오늘 하루의 기분을 아빠에게 얘기 했더니, 우리집에 책이 너무 많다는둥, 반상회때
주차문제좀 얘기하지 왜 안했냐는둥 그건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둥....
그렇지 않아도 요즈음, 나의 위치(아내, 엄마, 며느리, 딸, 동생, 손아래 동서, 이웃집 아줌마,
친구, 여자..)에 대한 자격지심에 우울해하고 있는데, 아빠에게도 난 한심한 여자로밖에
생각되어지지 않나보다.
모든게 자신이 없고 내가 왜 이렇게 초라하고 외롭게 느껴지는지.
지금은 돌아가고 안계신 친정아버지는, 골치 아픈 집안의 한 장손으로서 선비처럼 살고
싶어하셨었다.
항상 도덕적이고 이상적인 아버지와 현실적일 수 밖에 없었던 엄마는 항상 갈등이 많았던것
으로 이 막내의 가슴에 기억된다.
나도 아버지를 많이 닮은것 같다.(살다보니 이제서야 알것같다.)
항상 마음먹은 도덕적이고 이상적인 생각을 냉정한 현실과 부딪혀 이겨내지 못하고
그 옛날 아버지처럼 쓸쓸해하고 우울해한다.
.......
고등학교 3학년때 참 따사로운 손길로, 자율학습하고있는 내 등을 어루만져 주시던 선생님
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난다.
"... 여자는 3씨가 있어야 한단다.
첫째는 맵씨
둘째는 솜씨
셋째는 마음씨....."
그래도 이중에 세번째하나에는 턱걸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는데, 결혼하고
아이키우며 알게된 나자신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면서 그나마 기준 미달이라는걸 알았다.
이렇게 매력없는 여자를 마누라라고 살고 있는 남편이 애처롭고
참으로 보여줄것 없는 엄마를 둔 우리 두 아이들이 불쌍하다.
"아빠, 이담에 우리 다시태어나면 나랑 다시 결혼해 줄라우?
그때는 맵씨, 솜씨, 마음씨 모두 갖추고 당신만나 지금 못해줬던거 다 채워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