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흥행을 돕기 위해 혹은 팬 서비스 차원에서 제작되곤 했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riginal Sound Track)은,언제부터인가 영화를 보조하는 위치에서 벗어나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와 관련된 곡들을 단순히 모아놓기보다는,그 나름대로의 창의적인 구성과 독자적인 컨텐츠를 삽입하여 영화 본 작과는 또 다른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의 흔적들을 여기저기서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애석하게도 힙합 음악으로 채워진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들에는 이러한 흐름이 잘 들어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미리 결론부터 내려보자면,꾸준히 쏟아지고 있는 대다수의 힙합 관련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들은 그 내용물로 미루어 볼 때,'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보다는 차라리 '힙합 컴필레이션'이라는 이름표가 더 잘 어울린다는 것.올해 초에 발매되었던 [The Cradle 2 grave OST]를 접했을 때도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아니나 다를까 [Bad Boys 2 OST] 또한 필자의 이러한 용의선상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즉, 이 앨범을 플레이하면서 '아, 그 장면에서 바로 이 노래가 흘렀었지!', 또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상황에서 이 곡이 나왔던 건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던 것 같아!'라는 식의 영화와 관련한-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핵심적인-감상법을 적용시키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는 얘기다(영화 '나쁜 녀석들 2'를 관람한 독자라면 한번 지그시 눈을 감고 떠올려 보라.영화와 관련해서 기억에 남는 트랙들이 과연 몇 개나 되는지. 아마 가끔씩 짤막하게 삽입되었던 말고는 거의 없을 것이다).어쨌든 앨범을 살펴보자면, 총지휘는 (어떻게 보면 국내에서 필요 이상의 욕을 먹고 있는) 커머셜 힙합의 1인자 피.디디(P.Diddy)가 맡았다.그만큼 참여진 또한 화려하기 짝이 없는데 넵튠스(Neptunes), 넬리(Nelly), 비욘세(Beyonce), 피프티 센트(50 Cent), 스눕 독(Snoop Dogg) 등 메인스트림 슈퍼스타들의 이름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락커 레니 크레비츠(Lenny Kravitz)다.일단, 앨범의 첫 싱글 는 쉽고도 중독적인 훅 부분과 넬리의 울부짖는 듯한 래핑 등 흥겨운 바운스 감으로 중무장한 트랙으로서, 앨범 내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곡임과 동시에 앨범의 전체적인 성격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곡이기도 하다.더불어 나 같은 곡들은 팝의 향기가 짙은 전형적인 라디오 프렌들리(Radio Friendly) 트랙으로 손색이 없게 들리고, 스눕 독과 룬(Loon)이 입을 맞춘 은 비록 진부한 가사를 담고 있긴 하나 중후하고 고급스런 비트는 스눕의 유연한 래핑과 단단히 맞물려 있다는 느낌을 준다.하지만 앞서 언급한 다소 의외의 참여진인 레니 크레비츠와 피.디디, 패럴 윌리암스(Pharrell Williams) 등이 함께 한 은 서로간의 합일점을 찾지 못한 채 어중간하고 산만하며, 제이지(Jay-Z)의 는 그 동안의 넵튠스 트랙 중에서도 지극히 평범한 수준이다.또한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에게 바치는 헌정 앨범 [Born Again] 중 에서 그의 랩 구절을 잘라 피프티 센트와의 조인트를 완성한 는 곡의 완성도 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대체 언제까지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죽은 자의 무덤을 파헤칠 것인지 불만 한 가득한 의문을 던지게 만든다.사실 [Bad Boys 2 OST]는 '별 생각 없이 들으면서 한 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는' 최상의 앨범임에는 틀림없다.신나게 흔들 수밖에 없게 되는 클럽 넘버들, 그리고 단번에 귀에 달라붙는 멜로디를 앞세운 달콤한 트랙들은 분명 충분히 매력적이다.유행과 발맞추며 적절한 세련미와 더불어 음악적으로도 비교적 양질을 자랑하고 있는 내용물들은 앨범을 조율해내는 피.디디의 감각에 다시 한번 감탄을 표하게 된다.하지만 이것이 전부라면? 즉, [Bad Boys 2 OST]를 감상하고 난 후의 느낌이 이게 다라면? 이것은 매우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만약 피.디디의 의도가 영화 '나쁜 녀석들'의 지명도와 슈퍼스타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한몫 해보겠다는 것이었다면, 필자의 회의감은 이 앨범의 존재 가치로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의 명목에 기댄 힙합 스타들의 '컴필레이션 앨범'이라...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앨범을 플레이하면서도 귀는 한없이 즐거우나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느낌이 들어 앨범에 깊이 몰입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