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사랑이 자녀에게 제대로 전달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02년 청소년보호백서’에 의하면 고교생 중 22%가 ‘아버지와 대화하는 시간이 하루 1분 미만’이라고 한다. 평균 1주일에 10시간30분을 인터넷에 붙잡혀 있는 자녀들에게 아버지가 말 걸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자녀의 꽁꽁 닫힌 마음의 빗장을 열기 위해선 자녀가 원하는 ‘사랑의 언어’를 사용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최근 상영되고 있는 ‘아이 엠 샘’은 부모의 학식,권력,재물이 사랑의 통로가 될 수 없다는 것과 함께 있어 주길 바랄 때 함께 있어 주는 것이 ‘제 1 사랑의 언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영화였다.
7세 지능을 갖고 있는 지체장애인 샘 도슨은 딸 루시에게 누구보다도 소중한 아빠이다. 그는 다른 아빠와 달리 아이의 눈높이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함께 놀아준다. 어느날 7세 된 루시가 아빠가 다른 아빠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아빠가 이렇게 된 건 하늘의 뜻이야 사고야?”라고 묻는다. 루시는 떨리는 목소리로 “미안해”라고 말하는 아빠의 커다란 손등을 토닥여주며 “괜찮아 아빠,미안해 하지마. 그래도 난 행운아야. 다른 아빠들은 같이 놀아주지 않잖아. 공원에 함께 가지 않아”라고 말한다. 꼬마 소녀는 자신이 올바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건 아빠의 지능이 아니라 다른 아빠들과 달리 공원에 함께 가주는 사랑이란 것을 안 것이다.
그러나 총명한 루시는 아빠보다 똑똑해지는 것을 두려워해 학습장애를 일으킨다. 사회복지기관에서는 법원에 양육권 정지 신청을 내고 재판장은 루시를 아동복지과가 정하는 양부모의 보호에 맡기라고 명령한다. 평화롭게 살던 부녀는 생이별을 해야 했다.
냉정한 출세 지상주의자인 리타 해리슨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샘의 무료 변호를 맡았다. 리타는 샘을 통해 자신의 행복 추구가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바람난 남편과 반항적인 아들 때문에 괴로워하던 리타와 지능이 모자라도 극진한 부성애로 딸을 찾는 아버지의 모습이 대비된다.
리타는 “아이를 위해 밤새 돌아다녀 인라인 스쿠터를 사다 줬는데도 아이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아요”라고 푸념한다. 그러자 샘은 “아들은 당신이 놀기 싫어하는 줄 알거예요”라고 말한다.
부모가 자녀를 키우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과연 자녀를 양육하는데 지능지수가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많은 것을 가진 듯하지만 아무것도 갖지 못하고 허무의 궁전만 짓는 부모들이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다른 아빠들은 공원에 함께 가지 않아 난 행운아야”라고 말하던 루시처럼 ‘제1 사랑의 언어’는 함께 있어 주는 것이 아닐까.
오랜 세월 우리 부모들은 바로 우리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시키고 그들을 의지해왔다. 자녀들이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흡수하기 기대하며 그것을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지만 학교와 교회 단체들이 우리 자녀들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교육적 틀을 제공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인생의 가치관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감염되는 것이다. 아이가 자라서 스스로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때까지 곁에서 훈계와 지도를 해줄 수 있는 부모의 사랑만이 아이들에게 정글과 같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국민일보 이지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