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편과 딸아이를 둔 주부이다.
남편은 무인도에 데려다 놓아도 TV랑 리모콘만 있으면 행복해할 사람이다.
너무나 긴 침묵과 소외감 속에서,정상적인 부부생활은 거의 포기되어졌다.
그저 딸아이가 탈없이 잘 자라는것 만을 낙으로 삼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날.
옛사랑에게서 한통의 메일을 받게 되었다.
계속되는 메일의 주고받음 속에서 나는 불면증.음식기피증등의 부정적인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누군가에게 내가 무엇이 된다는 것과....내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준다는것이
그렇게 반갑고 좋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서너차례 만났다. 차를 마시고 헤어졌고 친구처럼 생각했다.
나를 아직도 소녀처럼 봐주고 나의 사소한것에 관심을 보여주는것이 좋았다.
남편에 대한 복수심인지 대리만족 인지는 따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친구가 집에 놀러왔다.
그녀는 새로생긴 남자친구를 이야기 하면서 그가 유부남임을 너무도 떳떳히 말했다.
나는 절대 안된다고 펄펄 뛰었다.
그 순간..........내가 보지 못한 내 모습이 거울을 통해 보여지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되고 남은 안되는게 무슨 논리인가.
친구든 애인이든..그 어떤 관계이든, 대낮을 견딜수 있는 만남이어야 한다.
단지 "나"의 경우라고 해서 예외가 되는 관대함은 이기적인것이다.
나는 친구가 가는 즉시 모든걸 다 정리했다.
그때서야 부끄러움이 생겼다.
나는 성직자도 아니고 착한 사람도 아니다.
한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부끄러울줄 아는것이다.
엄마는 아이에게있어서, 친구이자 스승이고 보호자이자 절대적인 신과 같은 존재여야
하기 때문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줄 모른다고......
내가 비를 피해 집으로 돌아갈수 있도록 해준 나의 양심과 딸아이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남편이 내게 쩔쩔 매며 매달리는 꼴을 못본것이 조금 억울하긴 하지만........^^
여전히 남편은 텔레비젼에만 매달린채 ,내가 묻는 말엔 대답도 없다.
하지만.....남편의 뒷모습을 보며 사네 못사네 잔소리 하면서 사는 이 평상심이 오늘따라
유난히 편안하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남자들이여! 여자를 외롭게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