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그와 난 비를 좋아했는데...
오늘은 약속도 없고 이렇게 커피한잔 마시며 옛추억에 빠져 있다.
어쩔땐 이런 여유로움이 좋기도 하지만 어느땐 서글프기도 하다.
언제나 조급하고 뭔가 채워지지 않은 외로움....
그 속에 허우적대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죽어도 고칠수 없는 병이다.
늘 그랬다.
어릴적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믿었던 그때에도 난 늘 힘들었었다.
늘 부족한 그 사람의 마음이 날 아프게 했고...우린 서로를 놔버렸었다.
헤어지고 만나고 또 헤어지고 만나고......
늘 그런식이였다.
이제 다시 많은 세월이 흐르고 서로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사람의 아내로
남편으로 살아가면서 우린 다시 시작하려하고 있다.
서로 만나자는 말은 하지 못하고.
전화번호 남겨 달라는 말도 하지 못하지만.
이 컴이라는 곳에서 우리는 일상을 얘기하며 지난날의 아픔을 토해내고 있다.
그 동안의 시간들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난 매일 매일 그 사람에게 편지를 쓴다.
보고 싶다는 간절함은 차마 누가 될까 전하지 못한 채 나의 일상들을 전한다.
우린....
지난날 서로에게 아픔을 준 사람들이기에
최소한의 준비라는 걸 해야 하는 듯.....
그때 그랬던 마음들을 전하며 위로하고 미안해 하고 지금의 행복을 전하고 있다.
어느땐 그의 모습이 그립기도 하고.
어느땐 그의 자리에 있는 누군가가 궁금하기도 하며.
그는 어떤 남편이며 어떤 아버지 인가가 무척 알고 싶을때가 종종 있다.
이런 비오는 어두운 날에는 그가 무척 생각나서 날 힘들게 한다.
난 두려워한다.
내가 흔들릴까봐?
난 벌써 흔들렸고 미친듯이 옛추억에 빠져 있다.
이런 마음 이 가을이 다가고 전하지 못했던 마음들을 다 토해내고 나면 사라질런지...
그 사람의 존재는 날 변화시킨다.
날 여자로 느끼게 해 준다.
누구의 엄마로 누구의 아내로만 살고 있었던 나에게 내가 여자라는 걸 알게 해 준다.
그래...난 여자이고 싶다.
그것이 내 남편이 아닌 그 사람이라는 존재 때문이라는 것이 죄의식에 빠져들게 하지만
그래도 잠시 이 감정들을 즐기고 싶다.
그렇게 난 여자이고 싶은 걸 느끼고 싶다.
결혼하고 엄마로 살아가면서 아이들을 바라보며 비가오면 빨래 안 마르니 걱정...
눈이 오면 아이들 감기 걸릴까 걱정...
여름이면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 모기에 물릴까 걱정....
날 나라는 사람은 잊고 살았다.
친구....나 살기 힘들고 돈에 얽메여 친구들 또한 사치라 여기며
이 곳 내 집이라는 이곳에 미쳐 살았다.
결혼생활 13년..
난 늘 반복되는 나의 생활들에 일탈을 꿈 꾼다.
그의 존재가, 날 다시 힘들게 할지언정 난 잠시 어린날 "나"로 돌아가고 싶다.
잠시 그렇게 떠 돌다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오고 싶다...
누군가 ..그래 많은 사람들이 욕하겠지.
그래 불륜이라 말하겠지.
마음으로의 외도도 불륜이라면 난 죄인이겠지.
그 사람은 나보다 현실적이고 나보단 더 성숙한 사람이니 나 처럼 위험한
생각은 하지 않겠지.
아니 어쩜 그 사람도 이런 일탈을 꿈꾸지만 나처럼 흔들리지만 애써 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마음들을 자제하는 마음또한 나는 부족하니....
왜 이리 힘이 드는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하지만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내겐 없다.
난 나쁜 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