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와 족제비 이야기
어느 가난한 농부의 집에 생쥐와 족제비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농부의 친구가 병에 걸렸을 때, 농부는 병든 친구를 고치기 위해
의사의 처방에 따라 깨를 얻어왔습니다.
농부는 그 깨를 집으로 가지고 와서
부인에게 털게 하였습니다.
농부의 아내는 깨의 껍질을 벗긴 후에
말리려고 밖에 널어놓았습니다.
그 깨를 본 족제비는 하루 종일 그것을 물어다가
자기 집으로 부지런히 날라 버렸습니다.
농부의 아내는 깨가 거의 없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 앉아 깨도둑을 혼내 주기 위해 감시를 시작했습니다.
쪽제비는 나르다 남은 깨를 가지고 가려고 기어 나왔다가
농부의 아내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이거 큰일났는데, 확실히 저 여자는 나를 지키고 있어.
앞뒤를 안 가리는 자들에겐 신의 도움이 없는 법이지.
이렇게 될 바엔 착한 일을 해 보이는 수밖에 없겠군.
지금 착한 일을하면 결백하다는 증거도 되고,
깨를 훔친 죄도 씻을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족제비는 구멍 속에서 깨를 날라다가
본래의 자리에 도로 갓다 놓기 시작했습니다.
농부의 아내는 족제비의 하는 꼴을 바라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이놈은 깨를 훔치지 않았나 보군.
오히려 훔친 놈의 구멍속에서 물어다가 도로 갖다 놓고
있으니 정말 고마운 일이야.
나중에 나도 적당히 답례를 해 주야지.
족제비가 깨를 흠쳐간 게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니까
도둑의 정체를 알아내어 잡을 때까지는 여기를 지키고 있었 야지.`
주인 여자의 속마음을 알아챈 쪽제비는 생쥐에게 말했습니다.
"여보게, 생쥐 양반,
이웃 간의 의리나 친구의 의리를 짓밟는 짓은 몰염치한 일이잖소."
"아무렴 당신은 언제나 친절하고 친구를 동정하지요.
그런데 어째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거요?
"이 집 주인이 깨를 가지고 왔어.
자기가 실컷 먹은 다음 온 집안 사람들에게 먹이고도 아직
잔뜩 남아있거든.
모두들 먹고 남은 것이니 이번엔 당신이 먹는 게 좋을 꺼야."
이 말을 들은 생쥐는 대단히 기뻐하며
귀와 꼬리를 흔들고 춤을 추면서 개가 먹고 싶은 생각에
그만 속아넘어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곧 자기 집을 뛰쳐나가 족제비가 가르쳐 주는 장소에 가보니
과연 껍질을 벗긴 깨 가 하얗게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농부의 아내가 손에 몽둥이를 든 체 지키고 앉아 있었습니다.
앞뒤 생각도 없이 생쥐는 허겁지겁 깨 있는 데로 달려가서
마구 휘저으며 먹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순간을 놓칠세라 농부의 아내가 내리친 몽둥이에 맞아
그만 머리가 바스러져 즉사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