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여덟!
친구들이 동네에 산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도로 한 번 건너면 결혼하지 않은 친구가 부모님과 살고 있고..차로 10분만 가면 늦게 둘째를 본 친구가 살고있다.
미혼인 친구는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고 있다. 전공은 영언데 아무래도 자기는 전공을 잘 못 택한것 같다며...내가 봐도 그 친구는 그림을 잘 그리고 꼼꼼한 편이다.
10분 거리에 살고 있는 친군 같은 대학 동기지만 결혼 후 근거리에 살면서 더 친하게 된 친구고...그리고 고속 도로를 타고 30~40분 가면 나머지 한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전공도 같지 않지만 써클 생활로 둘도 없는 단짝이 되어버린 경우다.
삼십대 말...우리는 비슷하게 산다.고만 고만한 아파트에 고만 고만한 새끼들을 키우며 조금씩 배가 나오는 남편들이랑.
그리고....없다.
2000세대 가량되는 이 아파트 단지에 난 혼자다.
심심하거나 쫄면이 먹고 싶다거나 마트를 가야 할때 ..난 10분 거리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혼자 커피를 마시기 싫으면 그림그리는 친구에게 핸펀을 날린다. 물론 작업이 바쁘다며 세 번쯤해야 한 번 올까 말까한다. 저녁 반찬이 마땅찮거나 애가 아플땐 단짝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이 친구는 거의 만물 박사다. 소아과 병원 처방전에 등장하는 약들의 용도와 부작용을 내가 보기엔 약사보다 더 잘 꿰고 있다. 약대를 갔어야 했는데....
그리고 나!
삼십 초반때만해도 갈아 놓은 칼같던 성격이 지금은 많이 무뎌지고 군데군데 이도 빠지고...
아이가 둘인데 둘이 알아서 큰다.난 밥만 해준다. 물론 요리엔 관심이 없다. 그래도 이 생활 10년쯤 하더니 요새는 내가 봐도 가끔은 경력자 같다.
수영을 다닌지 석 달째다. 물을 너무 먹어선지 두통이 상주한다.. 헬쓰까지 도전하고 싶지만 내 체력을 내가 안다. 아마 링거 맞아야 할거다.
동네 아짐들은 어떻게 사는지 가끔 호기심이 생긴다.
그래서 한 두 아짐과 얘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 중 한 아짐이 남편에게 맞고 시댁에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며칠 후 아저씨가 시댁에 가서 아줌마 모셔오고 담날 부터 깨진 살림 살이 갈아치우러 백화점을 드나드는 아줌마의 웃는 얼굴을 봤다.그 아줌마는 내가 그 얘기까지 안다고는 생각안 할텐데....누군가가 시시콜콜한 우리 집 얘기를 쉬쉬하며 다른 사람 귀에 옮겨 담지는 않겠지? 문을 잠근다. 혹 벨이 울릴까 발소릴 죽여가며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