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엄니 30년 넘게 맏며느리 역할 해 오신 분이다.
시할머니 잘 모셔 효부상 탈 정도였고 친척 어르신들 소홀함 없이 대해 집안 종손 집 놔 두고 시댁으로만 모일 정도였다.
나는 그런 집의 맏며느리...아래로 동서가 하나...
우리 시엄니 역시 아래로 동서가 둘이나 있지만 웬만한 일엔 맏며느리인 내가 희생해야지 하시는 분이라 떨어져 사는 작은 어머님은 제사 때가 되어도 얼굴 비치는 법이 없이 당연하고 명절 때도 차 막힌다는 핑계로 명절 자정 무렵이나 되어 도착해선 차례만 지내면 허둥지둥 올라 가기가 바쁘다.
그래도 바로 아래 작은 어머님이 근처에 사셔서 그나마 도움이 되셨는데 이젠 맏며느리인 내가 들어 와서인지 이젠 그 시숙모조차 명절이나 제사 때도 별로 책임을 못 느끼는 것 같다.
그래도 그건 어디까지나 어른들 사이의 일이고 며느리인 내가 끼어 들 문제는 아닌데 내가 섭섭한 것은 시엄니가 지금까지 희생해 오셨던 것을 은연 중 나에게 강요하는 듯한 분위기를 느낄 때다.
명절이나 제사 때,동서나 우리나 시골서 떨어져 살지만 우린 아직 한번도 제사에 빠진 적이 없다.
몇 해 전,회사가 하도 바빠서 나만 제사에 참석하고 남편은 참석 못 한 적이 있었다.
버스.택시 골고루 갈아 타며 것두 서너살 밖에 안 된 아이를 데리고 제사 하루 전날부터 가서 동동거렸지만 나의 그런 역할은 아무 빛이 없고 참석 못 한 남편으로 인해 분위기 얼마나 살벌햇는지 모른다.
근데 이제 동서가 생기고 보니 바로 옆에 나를 두고서도 대 놓고 시동생이나 동서에게 오지 마라,안 와도 된다 하는 것이다.
물론 그건 우리에겐 전혀 해당 안 되는 특혜다.
아직은 어머님이 제사를 주관하시고 계시길래 내가 뭐라 할 수 없지만(뭐라 해야 하는 건가?) 나한테로 역할이 넘어 올 때 과연 동서가 내가 이끄는 대로 거부감 없이 따라 올 수 잇을지 걱정이다.
솔직히 나는 누구라도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건 싫고 불공평한 걸 가장 열 받아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시엄니께는 한번도 그런 기색을 비친 적이 없다.
"둘째는 올지 말라고 했다.길도 미끄러운데...'"하면 속으로는 "우리 올 때는 길 안 미끄러웠나요?"하면서도 겉으로는 애써 태연한 척 했다.
우리 결혼할 때 천만원 빌려 주신 것,담달 적금 타자마자 당장 갚으라고 하셨던 분들이 시동생 결혼할 땐 어디서 났는지 오천만원 덥썩 내어 주셨던 분들이다.머 그거야 그럴 수도 있지.워낙 시동생이 없이 시작햇으니까..
하지만 매 행사 때마다 너희는 맏이니까 더 내야 된다.맏이니까...하실 땐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른다.
시누 결혼할 때도 다른 동기들 똑같이 백만원씩 부조할 때 대놓고 우리는 장남이니까 최소 이백만원은 내 놔야 한다고 못을 박으셨던 분들이다.
하지만 앞날을 생각하면 내가 지금 이렇게 태연해도 되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