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이만큼 착한 아이가 어떻게 내게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 스무살이 넘어도 식구들에게 화 한번 내지 않았다. 우스개 소리는 얼마나 또 잘하는지 모른다. 그런 우스개 소리를 나한테만 하지 않고 친구들에게도 하면 얼마나 좋을까.
드디어 입대 날이다. 전날 날을 꼬박 새웠는지 훈련소 가는 내내 기절하듯 잠을 잤다. 그래도 식사때는 내려서 밥을 잘 먹어 그나마 안심이 좀 되었다. 자기 생각에도 밥을 안먹고 입소하면 안되겠는가 보다.
빡빡 밀은 머리를 한 다운이는 이제 2년간은 자유가 없다. 도착해보니 거의 한 시가 다 되었다. 평소 같으면 농담을 좀 할 다운이도 여기서는 꽁꽁 얼어붙었다.
여기서 울 수 밖에 없겠다고 생각했지만 되도록 울지 않으려고 했다. 엄마가 눈이 빨개진 것을 보면 다운이는 2년간 그 생각만해도 눈물이 나올 터이니까.
사람들이 벌써 운동장 가득이었다. 한시 5분 드디어 방송이 나왔다.
" 입영 장정들은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그소리를 듣자 다운이는 가야겠다고 했다. 내가 조금 있다 가도 된다고 하자 얼른 가야한다고 조바심을 내었다. 마지막으로 한 사람 한 사람 인사를 하고 내 손을 잡았다.
절대 놓고 싶지 않았지만 놓아야만 했다. 자식을 떼어 놓아야 하는 마음이 쓰라리다 못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울어서 가지 않는다면 울며 발버둥이라도 치겠지만 그게 아니니 웃으며 보낼 수 밖에 없었다. 다운이의 눈도 약간 붉어지다가 말았다.
다운이는 무리 속으로 들어가 버려 어디로 갔는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하릴 없이 식순에 따라 입소식에 참여하고 서 있었다. 입소식은 엄숙했지만 보내는 사람들은 명랑했다. 마음과 달리 가끔씩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식이 끝났다.
"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품목을 가진 사람들은 가족에게 맡기시기 바랍니다. 휴대폰.."
그 말이 끝나자 우르르 대열이 흐트러지면서 가족들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럴 때 얼른 오지 뭐하고 있나
한참 후에 다운이가 왔다. 그냥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이런 생각도 할 줄 아는 아이였던가? 기특하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봤더니 그나마 좀 마음이 진정되었다.
드디어 줄줄이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다운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아마도 다운이는 엄마를 보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마지막이로구나.. 다운이가 우리를 보려니 하면서 허공에다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기적적으로 동생이 형을 찾아내었다. 맨 마지막에 서서 들어가는 것이 틀림없이 다운이였다. 다시 봐도 틀림없이 다운이의 등판이었다.
다운아 다운아!
다운이는 점점 군중에 묻혀 사라져갔다.
다운아 잘가 꼭 건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