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다운이를 보내고 돌아오는 가족들의 마음속에 커다란 구멍이 뚫어져 버렸다. 다운이가 앉았던 자리가 훵하다.
자식을 데리고 왔다가 내려 두고 우리끼리만 가야 하는 마음을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 말도 듣고 싶지가 않다.
갈때는 먼 길 같았는데 올 때는 금세 왔다. 서울에 오니 한강에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들어 아름답다. 다운이도 저 노을을 보고 있을까? 지금쯤 얼마나 힘이들까.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나왔다. 뒷자리의 식구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조금씩 조금씩 울었다.
마지막으로 주머니에 있는 볼펜까지도 가지고 있다 혼날지 모른다고 다 털어주고 들어갔으니 얼마나 겁을 내고 있는지 알만하다.
그 동안 나라가 그냥 지켜지는 줄 알았는데 그 뒤에는 이렇게 가슴아픈 엄마의 눈물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나도 너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될거야"
한 밤을 자고 일어나서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 말이 스스로 생각해도 비장하다.
" 난 벌써 써놨어"
다음 주에 집을 비울 일이 있기에 형에게서 편지가 오면 네가 우선 답장을 하라고 말했더니 시온이가 대답한 말이다.
맞다 미리 써두면 된다. 시온이도 말은 안 하지만 형이 군대에 가서 무척 쓸쓸한가보다.
나는 그래도 형이 훈련이 힘들까 적응을 못하지 않을까만 걱정하고 있는데 시온이는 형이 얼마나 외롭겠냐고 외로움에 무게를 둔다.
오늘은 소포가 왔다. 울고 싶지 않아서 입던 옷이 부쳐져 오면 풀어서 그냥 세탁기에 넣으라고 말은 했지만 막상 다운이의 글씨를 보니 참았던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특히 신고 있던 쪼글쪼글한 운동화를 보니 더욱 눈물이 난다. 글씨체까지 나와 비슷하여 언뜻보면 내가 쓴 것 같은 다운이의 글씨체를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다운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무심한 녀석 메모 하나도 없네 .
그런데 다운이의 빨래를 널다 속주머니에서 너덜너덜해진 메모지 한 장을 발견하였다. 있는 걸 모르고 세탁기에 넣어 버린 것이다. 제발 읽을 수 있기를 빌면서 젖은 종이를 조금씩 폈다.
다행히 두꺼운 종이를 찢어 쓴 메모라서 글씨가 보인다. 휴우 다행이다.
밥도 잘나오고 입소대 생활이 재미있으니 걱정 말라는 것이다. 그 글을 보자 마음이 놓인다. 메모지를 소중하게 모셔 놓았다.
다운이가 이렇게 잠바에 메모지를 넣을 정도의 요령이 있다니 기쁘고 안심이 된다.
오늘은 군인 상해 보험을 들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