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해외 여행을 간 것이 얼마되지 않았다. 여권을 마련해두었어도 아무데도 갈 곳이 없었는데 통신을 보다가 홀연 여행을 신청하여 가게된 것이다. 동행할 사람도 없었지만 굳이 같이 갈 사람을 구하지도 않았다. 관악산 근처에 살다보니 관악산을 혼자 가는 경우가 많아 여행도 그 정도로 생각했었나보다. 해외 여행을 처음이었지만 그다지 외로운 느낌을 받지 않았다. 조카를 데리고 온 미혼의 나이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 재미있는 여행을 했다. 그래도 혼자 온 것이 의아했던지 혹시 부부싸움을 하고 왔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후 누구와 함께 가기도 했지만 서로 시간을 맞추다 보면 성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혼자 패키지 여행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울릉도 여행에서 만난 어떤 외국인은 동행이 없어 보였다. 이 먼 곳까지 혼자 왔느냐고 물어 보았다.
"한국 사람들은 혼자 어디 안가지만 우리 들은 혼자 여행 잘가요" 하고 대답하였다. 그 사람말을 듣고 보니 우리 땅인 울릉도를 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닌데도 혼자 온다는 것은 엄두도 못내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 사람은 혼자 어디 잘 안가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 참 인상적이었나보다.
울릉도를 다니면서 혼자 온 우리 대학생을 하나 더 만났다. 그 여학생은 씩씩하게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혼자 왔느냐고 물었다. 그 여학생은 네! 하고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하였다. 나도 엄두를 못 내는 곳을 젊은 사람들이 혼자 왔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용감하게 보였다.
인생길에 여럿이 어울리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혼자 있어야 비로소 자기의 마음이 보이고 자기가 필요로 하는 것도 알 수가 있어진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언가도 혼자가 되어야 알 수 있어진다.
하지만 혼자 되는 것은 그만큼의 댓가가 필요하다. 태국 여행을 4 박을 할 땐 외로워서 조금 힘이 들었다. 태국 여행이 역사 기행이 아니라 수영도 하고 즐기는 여행이라 더욱 그랬던 가보다. 특히 혼자 방을 쓰는 것이 힘이 들었다.
방이라도 작으면 좀 낫겠는데 우리 집만큼 넓은 방에 화장실이 두개나 되는 커다란 호텔이었다. 유리창 전체에 파란 바다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전망이 좋은 방에 혼자 있으면 무섭기도 하거니와 쓸쓸하기 짝이 없었다. 그때부터 패키지 여행일망정 혼자 따라가는 것에 자신감을 조금 잃었던 터였다.
하지만 그 만큼 얻는 것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훨씬 깊게 생각하고 느끼게 된다. 파란 바다를 함께 보고 싶은 가족과 따뜻한 가정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친구와 필리핀 여행을 하고 나서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함께 다녀 보니 즐거움이 배가 되는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밤을 어떻게 쓸쓸함에 알아듣지도 못하는 텔레비젼을 보다 잠이 드는 밤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인가
이번에 여행을 신청하면서 일행을 많이 구했다. 북경은 지금 조류 독감 때문에 손님이 거의 없어 파격적으로 싼 값에 여행을 받고 있다. 처음에 친구가 가보자고 해서 알아보기 시작한 것인데 친구는 시간이 도무지 안 나 갈 수가 없다고 했다. 그 친구가 될듯말듯해서 퍽 여러 날을 기다리다가 다른 친구들을 알아보았다. 고등학교 동창들도 알아보았는데 갈 수 있다고 하다가도 일이 생겼다고 못 간다고 했다. 어떤 친구 여권이 없다고 하기도 했다.
모두들 갈듯 말듯하다가는 못간다고 했다. 조금씩 마음도 상했다. 나도 그만둬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다가도 또 가고 싶어졌다. 무엇보다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멍하니 하루 하루를 보내는 것이 너무나 아깝기도 했다. 그보다 친구가 간다고 했다가 못간다고 했다고 나도 가지 않는다면 얼마나 못난 짓인가.
멋지게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것이 친구나 나를 위해서 더욱 산뜻할 것이다. 혹시나 혼자 여행을 신청한 사람이 없는가 해서 여행사에다 물어보았다. 혼자 가면 방값을 더 받는데 그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이다.
하지만 혼자 여행을 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여행사에서는 싱글 차지를 조금 깍아 준다면서 신청하라고 했다.
한 달내내 동행을 구하다 결국은 혼자 신청하게 되었다. 처음 여행할 때는 당연히 혼자 갔었는데 점점 더 엄살이 심해지나보다.
도닦는 기분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오늘 저녁 나는 북경의 하늘을 보고 있을 것이다. 용감한 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했는데 여행 역시 용감해야 할 수 있는 것 같다. 이번 여행은 또 나에게 어떤 경험을 주게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