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98

쿠데타 세력이 제1당 될수도 있다!


BY 큰일이네 2004-04-10

정동영 "쿠데타 세력이 제1당 될 수도 있다"
11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 열린우리당 위기 어디에서부터 시작됐나
  이한기(hanki) 기자   
▲ 지난 7일 저녁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청중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오늘 현재 투표한다면 우리당의 의석은 과반에 미달할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열린우리당이 얻을 수 있는 예상 의석수가) 130∼150석의 판세이다. 한나라당이 130∼150석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자칫 쿠데타 세력이 다시 원내 제1당이 될 가능성이 있다."

10일 오전 충북지역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동영 의장은 "건국 후 처음으로 개혁세력이 원내 과반을 얻을 수 있는 역사적 기회가 무산될 위기"라며 총선을 닷새 앞둔 시점에서 열린우리당의 총선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왔음을 시인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서울로 올라와 본격적인 주말 수도권 유세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한 총선 전 마지막 일요일인 11일 오전 8시에 긴급 선대위 회의를 열고 오전 8시30분에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우리당 당직자들 입만 열면 "제1당도 어렵다는 게 엄살이 아니다"

최근 열린우리당 주요 당직자들이 입만 열면 하는 소리가 "제1당도 어렵다는 게 엄살이 아니"라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떤 경우에라도 원내 제1당은 무난할 것으로 봤으나, 최근에는 자칫 한나라당에 뒤처질 수도 있다는 위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왜 이같은 위기가 초래됐는지에 대해서는 우리당이나 여론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대체적으로 내부적인 요인으로는 '탄핵역풍'의 효과가 반감된 데다 정동영 의장의 설화로 형성된 '어르신 정국'의 후폭풍을 꼽는다. 외부적으로는 소위 '박풍(朴風)'으로 불리는 박근혜 바람과 거여(巨與)견제론에 대한 심정적 동조 탓으로 본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총선 전략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과반수 의석 획득이 어렵다는 분석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도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인식이 팽배했고, 그 뒤론 '어, 어…' 하는 사이에 지금까지 밀려왔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당은 선거법 위반 1위라는 오명이나 공천 잡음 등 구태한 모습까지 재연시키는 등 기존 정당과의 차이점을 거의 드러내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한나라당이 일관되게 열린우리당의 1당 독주가 예상된다며 '거여견제론'을 제기한 것이 유권자들의 견제 심리를 파고들었다. 아무리 '차떼기'와 '탄핵'이 유권자들의 비난을 받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브레이크 없는 국회'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며 야당식의 안정론을 펴나갔다. 특히 TK나 PK 등 기존 강세지역과 인물론이 먹히는 수도권 강세지역부터 야금야금 '땅 따먹기' 전략을 편 셈이다.

롤러코스트 정세, 그러나 이유없는 선거 결과는 없다

이같이 총선을 닷새 앞둔 시점에서 선거 판세가 오리무중이 된 예도 이례적이다. 여론조사 전문가조차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러나 이전부터 이같은 롤러코스트 정세가 벌어질 가능성은 있었다.

일주일 내지 열흘만에 1, 2위의 정당 지지도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나, 야3당 공조에 의한 대통령 탄핵, 선거 2주일을 앞둔 시점에서의 열린우리당 압승 구도 등은 전국 단위 선거인 역대 총선에서는 전례가 없던 초유의 일이었다. 그 누구도 이같은 현상에 대한 원인을 명쾌히 설명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17대 총선은 과거의 잣대만 갖고 예측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들이 이미 내재돼 있었던 셈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흔히 '이유 없는 선거 결과는 없다'고 얘기한다. 다만,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그 결과를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울 뿐이라는 것이다. 마치 콜럼부스의 달걀처럼, 결과가 나타난 뒤에는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는 것이다. 닷새 후면 드러날 민심의 향방은 어떤 이유를 담고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부산 시민들이 함께 가슴속에 촛불을 켜주시기 바란다"
열린우리당 지도부, 부산 표심 돌리기에 주력

"부산 시민들이 함께 가슴 속에 촛불을 켜 주시기 바란다."(김근태 선대위원장)
"부산은 17대 총선의 저울추다. 부산 시민의 위대한 선택을 기대한다."(신기남 선대본부장)
"내가 탈당한 이유는 한나라당이 도로 민정당화 했다는 절망감 때문이다."(김영춘 의원)
"부산에서 또 한나라당을 선택하면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겠는가?"(송영길 의원)


10일 부산을 찾은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한결같이 '부산의 선택'이 17대 총선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절박하게 '한 표'를 호소했다. TK(대구·경북)에 이어 PK(부산·경남)마저 한나라당이 '싹쓸이' 한다면, 전제 의석수와 관계없이 열린우리당이 기치로 내건 '지역주의 타파'와 '전국정당화'라는 목표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안에서는 '영남의 한 석과 수도권의 한 석은 무게와 의미가 다르다'고 말한다. 일부 당직자들은 "과반에 못 미치더라도 영남권에서는 반드시 의석을 얻어 한나라당 독주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반을 얻더라도 영남에서 완패한다면 '반쪽의 승리'라는 것이다.

김근태 선대위원장이 이날 오전 부산 기자간담회에서 "탄핵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크자 우리에 대한 반사적 지지임을 알면서도 안이하고 해이한 측면이 있었다"며 "조심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교만해진 것 아니냐'는 국민의 질책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스스로 머리를 숙이고 자기비판을 한 것도 심상치 않은 부산 민심의 이탈 속도 탓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위원장은 "상황이 크게 변했음에도 여론조사가 공표되지 않기 때문에 마치 4월 1일 이전의 여론조사처럼 지금도 (열린우리당의 압도적인) 지지도가 계속 유지되는 것처럼 유언비어를 반복 재생산하는 박근혜 대표는 책임있는 정치 지도자인가에 대해 자문해야 한다"고 한나라당의 '엄살'을 꼬집었다. / 이한기 기자

2004/04/10 오후 1:56
ⓒ 2004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