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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살에 맞는 봄...


BY 햇살 2004-04-12

아들 중간고사가 코앞인데도

별 망설임 없이 봄맞이 나들이 갔다.

남편 낚시도 할겸 서해안으로...

시험보다 가족끼리 만드는 추억이 더 좋을거라는 그동안의 신념이

아이가 중학교 들어가면서 조금씩 흔들리고 있지만...

학원에...

수행평가 준비에...

밤 12시이전에 잠든적이 없었던 아들이 안스러워서

그냥 데리고 나갔다.

 

서울강변의

개나리, 벚꽃들이 한창이었다.

날씨도 정말 요즘 애들 말로 짱이었다.

도로변의 민들레도 아직 비추지 않은 햇살을

기다리며 노란 꽃잎을 움츠리고 있었다..오후쯤..우리가 돌아올때쯤이면

활짝 피어있겠지...

내가 좋아하는 제비꽃도 언제 그렇게 폈는지....

서울의 봄은 그렇게 맞고 있었다.

 

서해안 안흥에 도착하니

햇살이 달랐다.

세상이 다 빛난다고 표현을 해야되나?

서울에서 봤던 개나리 진달래의 색깔이 아니었다.

목련의 하얀색..아이보리색이 눈이 부셨다.

눈으로 보이는 모든것에 감탄을 했다.

차창밖으로 불어오는 싸~한 봄바람도 맛있다고 하고 싶었다.

그순간 넘 행복했다.

살아있어서 이런 봄을 맞는다는것만으로 넘 행복했다.

 

행복에 푹빠져있다

문득

39살..

그동안 열심히 살았는데

남들처럼 아파트는 커녕..쓰러져가는 집도 하나 없고..

권력도..통장에 돈도...

가진게 하나도 없구나...라는 생각에 행복했던 맘에서

뚝 떨어지는 기분으로 우울했다.

그러다가

아..돈만 없고

다 가졌다는 나름대로의 위로도 해본다.

 

착하고 이뿐 울 아들..

이렇게 일욜마다 계절을 느끼게 해주는..

결혼 14년이 지난 지금도 봄꽃보다 내가 더 이뿌다고

거짓말 해주는..

아름다운 봄꽃들 보면서 같이 드라이브할수 있어서 넘 행복하다는

말을 해주는...

울 남편.

우리가족이 계절마다 해마다..만든 추억으로 따지면

50평..60평 아파트보다 더 큰거 같은데....

추억으로 판단하는 그런 세상은 언제 올까? ㅎㅎ..

그런 공약을 내세우는 국회의원있다면 얼릉 찍어줄텐데..

 

암튼..

이렇게 올해도

우리가족 모두 건강하게

아름다운 봄을 같이 느낄수 있어서

눈물나게 고맙다...

 

언제부터인지

아들이 점점 커 가는걸 보면서

이렇게 화려한 봄꽃이나 가을 단풍을 보면서

점점 뒤로 물러나고 있는 나자신을 보게 된다.

나도 모르게 가는 세월을 느끼나보다.

아들이 주인공이 되어감을 느끼면서..

서른 아홉의 봄은 속절없이 간다.

 

참..

잡은 우럭과 놀래미를

회까지 떠서 준 남편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아직 못했다.

문자로 넣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