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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 다시 촛불이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BY 위기 2004-04-13

 


 


'그가..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오목교 매연 속에서 장시간 일인시위 하시던 분

차떼기당의 부활에 경악한 시민들이 다시 일어서고 있습니다. 국민주권이 발동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는 촛불이나 피켓을 든 시민들이 한 명씩 한 명씩 모여들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도착했을 때 다섯분이었던 것이 한시간만에 이십여 분으로 늘었습니다. 지난 3월 촛불집회 때 참석하셨던 백발이 성성한 그 독립군 할아버지도 오셨습니다.

주최측 없습니다. 누구도 조직하지 않습니다. 그냥 모이고 있습니다. 집에서 피켓이나 촛불을 준비하고 나오신 분도 있고, 맨손으로 나온 분은 현장에서 문구류를 구입해서 매직으로 피켓을 만들고 있습니다.


1인 시위는 불법이 아닙니다.

주최측이 조직한 탄핵반대 집회는 불법이지만 시민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은 불법이 아닙니다. 특정정당 비방이 아닌 탄핵무효만을 외치는 것은 불법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것이 있는데 두 명이 길거리에서 지지정당 선거운동하는 것도 불법이 아닙니다. 같은 옷, 같은 표식, 특정정당 비방만 안하면 지지정당 선거운동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역 입구나 건널목에 둘이 서서 지지를 호소하는 건 전혀 불법이 아닙니다.

광화문으로 나온 시민들은 각자 알아서 10미터 정도의 간격을 두고 스스로 준비한 피켓, 촛불을 들고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누구도 소리치지 않지만 이 분들의 얼굴에서 함성을 듣습니다. 이 촛불에서 눈물을 봅니다.

어떤 젊은 여자분은 "탄핵 무효! 국회 심판!"이라고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거리를 계속 걸어다니십니다. 수고하신다며 말을 걸었더니 직장에 있다 일이 손에 안 잡혀 조퇴하고 무작정 혼자서 나왔답니다.

특정정당의 홍보포스터에는 눈길을 주지않던 시민들도 탄핵무효 피켓은 유심히 지켜보고 갑니다. 광화문의 탄핵무효 함성은 이미 그 자체로 브랜드가 됐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기자들도 벌써 두어명이나 득달같이 다녀갔습니다. 어떤 분이 그러시는데 조중동 쪽의 한 신문사에서는 거의 협박에 가까운 어조로 취재인지 항의인지 모를 소리를 하고 갔다고 합니다.

광화문에 다시 등장한 촛불은 이슈가 됩니다.

다시 탄핵의 그 처참했던 기억을 국민들에게 상기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이 쿠데타 세력과의 전시라는 걸 다시한 번 일깨울 수 있는 파괴력이 있습니다.

지난 촛불집회 때 들었던 그 빨간색 탄핵무효 종이를 보관하고 계신 분은 모두 가지고 나오십시오. 혼자서 들고 서 있어도 버스에 탄 시민들이 뚫어져라 쳐다 봅니다. 광화문의 탄핵무효함성은 폭발력이 있습니다.

낮에 일찍 모였던 분들 사이에 밤이 되면 본격적으로 일을 벌여보자는 말들이 오갔다고 합니다. 별별 얘기들이 다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이 중에 어떤 제안이 실행될지 혹은 그냥 촛불만 들고 서있게 될 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모두들 밤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물론 합법적으로 합니다. 주최측이 조직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이 자발적으로 나선 걸 처벌할 순 없습니다.

지금 명동에선 서프라이즈 독자들이 20대 투표참여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현재처럼 엇비슷한 지지율일 때는 지지층의 투표율이 승리의 관건이기 때문에 젊은층 투표참여운동에 사활을 걸고 나서고 있습니다.

물론 수많은 분들이 집에서 사무실에서 전화를 하고 계실 겁니다.
정말 민주주의 한 번 하기가 이렇게 힘이 듭니까?

하지만, 이건 아무 것도 아니지요. 최루탄도 없고 백골단도 없고 물고문도 없습니다. 그저 수고로움만 감수하면 됩니다. 이건 아무 것도 아닙니다. 백골단에 쫓겨본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정도는 숨을 쉬는 것처럼 만큼이나 아무 것도 아닌 일입니다.

게시판에 글 올리고 전화하고 피켓들고 거리에 나가 서있기만 하면 되는 일입니다. 선배들의 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젠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 걸지 않아도 되는 시절까지 왔습니다. 이번에 다시 5공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어쩌면 또 백골단에 쫓겨 다녀야할 지 모릅니다. 또 우리 자식들이 목숨을 걸어야할 지 모릅니다.

광화문 촛불과는 별도로 전국의 도심 곳곳에서 탄핵무효 1인 시위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각자 제작한 피켓을 들고 주권자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습니다.

피켓 만드는 거 아무 것도 아닙니다. 넓직한 판넬을 써도 되고 큰종이 두장을 겹쳐서 머리가 들어갈 구멍을 뚫어 옷처럼 걸쳐도 됩니다. 글씨는 매직으로 써도 되고 프린팅해서 붙혀도 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시내의 건널목에서 어떤 주부님들이 "국민들이여 3.12만행을 벌써 잊었는가!"라는 피켓을 들고 계시길래 인사를 드렸습니다. 해지면 저녘밥 지으러 들어가셔야 한다고 빨리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젊은사람이 인터넷에 글 좀 올리라고 성화십니다.

차떼기당의 부활에 주권자들이 경악하고 있습니다.
상황의 엄중함을 아직 모르는 국민들에게 호소해야 합니다. 알려야 합니다.
공중전입니다. 탄핵무효-투표참여 이 두가지 이슈로 공중전을 펼쳐야 합니다. 바람을 일으켜야 합니다. 시내에서, 인터넷에서, 전화로, 메일로 바람을 일으켜야 합니다. "투표하자"로 포탈 게시판을 도배해야 합니다.
정책, 인물적합도 다 웃기는 소립니다. 오직 당 대 당, 공중전으로 돌풍을 일으켜야 합니다.
지금 우리의 주권을 대의하는 대통령이 유폐됀 상황입니다. 대의민주주의는 죽었습니다. 국민주권을 발동합니다. 저들이 주권자들을 역사의 장으로 불렀습니다. 주권자의 손으로 역사를 다시 써야 합니다.

해방 이후 50년, 현대사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국민주권을 발동해 역사를 전진시켜 온 민족입니다. 주권자를 압살하려는 그 어떤 기도에도 국민주권발동으로 맞서 온 찬란한 자존의 연대기를 가진 나라입니다. 국민주권의 대의자를 탄핵해 유폐시킨 집단에 대항해 다시 국민주권를 발동합니다.
오늘 밤 광화문에는 다시 국민주권의 횃불이 켜집니다.[서프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