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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택시기사 백발 할아버지에게 작업당했습니다. (확대) (서프 펌)


BY 딸기맘 2004-04-13

!1 택시기사 백발 할아버지에게 작업당했습니다. (확대)


등록 : 비목(Guest) 조회 : 3,812 점수 : 1,303 날짜 : 2004년 04월 13일 (00시 30분)



오늘 여러분들이 피땀흘리며 고생하는날, 저는 여자친구와 술마시며 노닥거리며 시간을 떼웠습니다.
술마시고 집에 돌아오는길에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를 타고보니 머리가 하얀.. 완전 백발인 택시기사분이 계시더군요. 몇살인지 모르겠으나 제가보기엔 할아버지..^^
저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택시기사분께 작업을 들어갔습니다.

"아저씨(차마 할아버지라고는 못하고...^^) 차떼기 당이 지지율 1위래요.."
"어.. 그래요? 그 얘기 어디서 들은 얘기에요?"
"제 친구가 여론조사 회사 다니는데 한나라당이 31%고 열린우리당이 33%래는데, 젊은층 투표율 감안하면 사실상 차떼기당이 1등인 셈이죠"
(저 사실 친구가 여론조사 회사에 다니지는 않습니다. 서프에 어떤분이 올려주신 글에서 눈팅한 것이죠.. 그분께는 제 친구인척 무단도용한것 죄송~)

정말정말 믿기지 않게 놀라운 백발아저씨의 답변....
"저도 서프라이즈라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그 얘기 들었는데, 설마설마 했더니 사실인가보네요"
"허거거거걱!!!!!"
"할아버지.. 아니 아저씨 서프라이즈 아세요?"
"허허.. 잘은 모르고 그냥 글들만 좀 봐요.. 눈팅족이랄까.. 허허"
"허거걱"
"내가 나이는 이래도, 서프라이즈에 글도 몇개 올리고 그랬어요"
"헉헉"

사실 그간 작업한 중에 백발아저씨가 서프를 안다는 것은 첨이었어요.
젊은 애들 중에도 저는 사실 서프 아는 사람 본적이 없거든요.

그 백발 아저씨와 시간가는줄도 모르고 정치얘기 선거얘기 무지 많이 했죠. 여친집에서 저희집까지 1시간 거리라...
백발 아저씨네 동네에 홍준표가 출마하는데, 홍준표를 백발아저씨가 평하기를.. 머리는 비고 조둥아리만 살아서 정치하니까 저렇다! 라고 하시더군요. 준표가 20여명 시민 데리고 유세하는걸 봤는데 택시가지고 들이박고 싶은 충동을 느끼셨다나...
백발 아저씨 표정이 하도 진지해서 제가 자제하시라고 여러번 말씀드렸죠..ㅋㅋ

백발아저씨께서 정의장의 노인관련 발언에 대해 독특한 분석을 내리셨어요.
정동영이 바보쪼다가 아니고서야 고의로 그런 발언을 했을리 없다.
발언 앞뒤 얘기 들어보면 개나 소가 들어도 그런 얘기로 들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단어가 나왔다는건 정동영 무의식속에 늙은 유권자는 투표율이 낮은게 도움이 될꺼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런식으로 말실수가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당연한거다. 한나라당이 투표연령 18세로 낮추자는거에 반대하는거와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공공연히 나이어린 사람들은 정치적 판단 능력이 미숙하므로 아직 투표권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지 않냐.
한나라당은 젊은 층이 자기들에게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하는거고 열린우리당에서는 노인층이 상대적으로 자신들의 지지층이 아니라고 판단하는거다.
정치꾼들이야 어차피 그런식으로 생각하게 되어있다.
중요한것은 그런 정치꾼들중에 누가 우리 의사를 대변하는지만 판단하면 되는거다..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젊은양반,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정의장 말가지고 씨불거리면 한나라당에서 젊은층에 투표권 안주려고 법 정해놓는거랑 똑같다고 하면될껄 뭐가 그리 고민이야...."

백발아저씨께서 또 의미심장한 얘기를 해주셨어요
"나는 노인들이 개혁세력에게 왜 그렇게 홀대 받는지 알아. 그건 노인들의 책임도 무지 크거든. 노인들은 항상 과거 향수만 떠올리면서 세상이 변하는걸 따라갈 생각을 안하거든.. 젊은이도 나이들어서 노인이 되었을때도 지금처럼 계속 열린우리당만 지지하면 안돼. 그러면 지금 노인네들처럼 젊은이들에게 수구세력으로 몰리는거야.
세상이 변할수록 더 자기 자신을 경계하지 않으면 젊은이들에게 홀대받아요..."

백발아저씨의 말씀이 저에겐 큰 충격이었죠.
맞아.. 열린우리당이 절대선은 아니지.. 지금 현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일 뿐이야.
이 카드만 고집하다가는 한나라당 골수 분자처럼 되고 말지...
우리 자신의 안주하고 싶은 마음을 경계하고, 개혁을 찾아 움직이지 않으면 세상은 나를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것....
세상이 변하고 열린우리당이 그 세상을 쫒아가지 못하게 되면 과감하게 열린우리당을 버리라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지금은 열린우리당에게 수구세력 척결이라는 역사적 소명이 있다며...^^

백발아저씨께서 한마디를 덧붙이셨죠.
"그래도 현실에서 옳다고 믿으면 거기에 최선을 다하는게 젊은이지. 난 늙어서 그렇게는 잘 못해..."

저는 여친과 술먹으며 나부랑거리느라고 정의장 사퇴관련 뉴스도 백발아저씨께 첨 들었답니다.
"정동영이가 실수는 했지만, 버릴줄 아는 정치인이 드물지.. 노무현이 왜 컸는데,,, 버려야 할때 잘 버려서 큰거야. 지금 정치인들 얻으려고만 했지 버리려고 한 정치인 몇이나돼..."

철학교수, 정치학 교수 같은 살아있는 생활인 백발아저씨...
아저씨도 서프 매니아이니, 지금 제 글 분명히 보시겠죠?

꼭 해드리고 싶은말, 짧은 시간에 못드린말...
백발아저씨 진심으로 존경한답니다.^^
아저씨 제발 이글 읽으시면 댓글 붙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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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아저씨 말씀중 다시 강조하고 싶은 부분.

"나는 노인들이 개혁세력에게 왜 그렇게 홀대 받는지 알아. 그건 노인들의 책임도 무지 크거든. 노인들은 항상 과거 향수만 떠올리면서 세상이 변하는걸 따라갈 생각을 안하거든.. 젊은이도 나이들어서 노인이 되었을때도 지금처럼 계속 열린우리당만 지지하면 안돼. 그러면 지금 노인네들처럼 젊은이들에게 수구세력으로 몰리는거야.
세상이 변할수록 더 자기 자신을 경계하지 않으면 젊은이들에게 홀대받아요..."


정동영 의장의 노인 발언에 대해 화내시는 노인들은 이 노력을 하지 않으신 분으로 보면 될 겁니다.
그러다 보니 세상에 대해 소외감을 느끼시게 되고, 섭섭하고, 뭔가 빼앗기는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