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
늦은 시간에 둘이 앉아 아침을 먹었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우리들의 함께하는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회사를 그만둔지가 벌써 3년이 다 가는군요
지금까지 어찌 살아왔는지
내가 생각해도 까마득한 터널의 반도 더 지나왔나봐요
십여년전 모든것 다 잃고 또 직장도 명퇴하고
아침마다 와이셔츠를 갈아 입히던
그 일거리마저 잊어버린지 오랜 나날들
함께 하는 주일날 외에는 양복을 입을 시간이 없었는데
오늘은 혹시나 하는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봄양복을 꺼내 입고 좋아하는 당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옛날엔 회사의 중역이 되면
사모님 차가 왔는데요 하며 운전 기사가 문을 열어주는것을 보았는데
미스때 본 그 모습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오너시대이긴 하지만
하여간 맨날 티셔츠 남방을 입던 당신의 모습이
오늘처럼 좋아뵈기는 .. 아이구.
와이셔츠를 다리는 마음이 무지 행복하네요
나에게도 이렇게 좋은 날들이 많았었는데
그때는 몰랐지요
집에 있으면 답답함 그래도 표현 못하고 혼자 마음을 삭히고
당신 모습 바라보며 좋았던 때를 기억하며
한번도 짜증한번 내지 못하는 마음은
동갑나기 남편이라서일까 시부모님이 안계셔서일까
무한히 가엾은 당신이 왜이리 내마음을 행복하게 할까요
세금을 못내 전화도 끊어지고 기다리는 고지서들이 가득하면
당신 보면 또 마음 무거울까 가방에 넣고 몇날 며칠을 가지고 다니다
날짜도 지나고 .. 그래도 마음 비우고
내가 어찌 해야지 하며 살아온 날들
여보.. 그대는 아시겠지요
저 봄날 활짝핀 연분홍 철쭉꽃처럼 내마음은 웃고 있어요
눈물은 한쪽켠에 잠깐 서있으라하고
나는 날마다 아파트 단지 꽃들을 바라보며
얼마전 하늘나라로 가신 친정 엄마가
연분홍 철쭉꽃되어 우리 아파트 단지에 찾아와 위로해 주시는것만 같아서 말이에요
새벽기도 다녀오면 한 아름 그 꽃에 입맞춤하며 한방울만 눈물을 흘리고
돌아오는 이 아내의 마음을 당신은 아실거에요
여보 사랑하는 상희 아빠
힘들고 어려워도 우리 늘 웃으면 살수 있으니 감사해요
감사할 수 없는 조건 속에서 우리 마음에 감사할수 있는 마음이 있으니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지하가 아닌 삼층의 작은 공간에
아침이면 하이얀 목련이 제일먼저 꽃피워 주고
매일매일 햇님이 찾아와 고추장 된장 단지 햇빛 비쳐주니 얼마나 행복해요
햇님은 사람을 가리지 않아요
준비된자에겐 어느때 언제든지 찾아와 위로해 주잖아요
오늘도 무슨일이 생길까 대문을 나서는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좋은일이 꼭 생길거라고 당신 양복 한번 털어주고
그 옛날 발이 시려울까 연탄불에 신발 따뜻하게 신켜주던
신혼시절이 생각나 구두라도 한번 닦아드리는 이마음
여보 당장 먹을것이 없어도 행복해 할 수 있는 마음은
이십여년을 통한 당신에 대한 믿음이지요
고마워요
아들의 급식비를 못내 눈물을 흘려도 당신에게는 말하고 싶지 아니한 아내의 마음을
이다음 내가 먼저 하늘나라에 가면 편지를 쓰겠지요
이 생에서 못다한 말을 말이에요
며칠 있으면 방사선 치료를 받네요
늘 좋은 생각으로 살아가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