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화려하게 피었을때
그리하여 이제는 저무는 일만 남았을때
추하지 않게 지는 일을
준비하는 꽃은 오히려 고요하다.
화려한 빛깔과 향기를
다만 며칠이라도 더 붙들어두기 위해
조바심이 나서
머리채를 흔드는 꽃들도 많지만
아름다움 조금씩 저무는 날들이
생에 있어서는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아름다운 날에 대한 욕심 접는 만큼
꽃맺이 한치씩 커오른다는 걸
아는 꽃들의 자태는
세월 앞에 오히려 담백하다.
떨어진 꽃잎 하나
가만히 볼에 대어보는
봄날 오후..
도종환 《저무는 꽃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