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니는 직장의 비번 날이라 밀린 집안 일도 해야 하지만 미루던 통장정리 부터 해 두어야 겠기에 은행부터 가기로 했습니다.
가방속에 넣어 둔 두개의 통장을 챙겨 나가기 위해 가방을 뒤졌습니다. 평소대로 무심코 가방속에 손을 놓어 통장을 찾았지요. 그런데 늘 놓아두던 부분에 통장이 잡히지 않는 겁니다. 다시 한 번 , 또 다시 한 번, 이번에는 눈을 부릅뜨고 안을 살피며 찾았지만 통장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분명 거기에 없었습니다.
나는 이리저리 있을 만 한 곳을 찾았습니다. 씽크대 속 윗 쪽과 아랫 쪽을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거기에도 없었습니다. 부엌 유리 선반위에 있을까 싶어 그 곳도 두리번거리고, 건너 방 장롱 속을 온통 다 뒤져 가방이란 가방속은 다 열어 보았습니다. 아무런 상관도 없는 폐기된 통장 만 굴러 다녔습니다. 나는 이미 당황하고 있었습니다.
찾았던 곳을 또 다시 이리 저리 오 가면서 나는 이 년 전 악몽이 되 살아 나는 듯 하여 몹시 불안했습니다.
이 년 전, 지갑속에 한 달 생활비 전부를 장에 갔다 오는 길에 소매치기 당한 적이 있었거든요.그 때도 지갑이 없어 진 사실을 그 다음날이 돼서야 알게 됐지요.나는 또 다시 그 때 의 상황이 재현 되는 것은 아닐까, 그 때 처럼 이미 없어진 통장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온 몸이 허탈 해 졌습니다.
처음 잠시는 어디에든 있겠지, 하며 설마 설마 하는 마음 이었지만 시간이 갈 수록 정신이 아득해 지며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습니다. 발 걸음을 동동거리며 온 사방을 찾았습니다.
혹시 하는 마음에 또 다시 장롱속 옷들을 모두 꺼내 뒤적여 보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리저리 털어내는 여름 옷 속에서 통장 두개가 나란히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것입니다. 나는 얼른 통장을 집어 들고 "세상에나 여기에 있었네!"
내 딴엔 잘 갈무리 해 둔다고 한게 여름 옷 속이었던가 봅니다.
놀람도 기쁨도 시간이 가면 잊게 마련이라지만 한 달 생활비를 몽땅 소매치기 당하고 소지품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다짐해 놓고도 또 다시 느슨해지는 것은 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아침 아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