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생각났습니다.
햇살이 맑아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비가 내려 그대가 또
생각났습니다. 전철을 타고 사람들 속에 섞여 보았습니다. 그래도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았습니다만 외려 그런
때일수록 그대가 더 생각나더군요.
그렇습니다, 숱한 날들이 지났습니다만 그대를 잊을 수 있다
생각한 날은 하루도 없었습니다. 더 많은 날들이 지난다해도
그대를 잊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날 또한 없을 겁니다.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지만 숱하고 숱한 날 속에서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어김없이 떠오르던 그대였기에 감히
내 평생 그대를 잊지 못하리라, 잊지 못하리라 추측해 봅니다.
당신이 내게 남겨 준 모든 것들, 하다못해 그대가 내쉬던 작은
숨소리 하나까지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는 것은 아마도 이런
뜻이 아닐런지요. 언젠가 언뜻 지나는 길에라도 당신을 만날 수
있다면, 스치는 바람편에라도 그대를 마주할 수 있다면 당신께
모조리 쏟아부어 놓고..., 펑펑 울음이라도..., 그리하여 담담히
뒤돌아서기 위해섭니다. 아시나요, 지금 내 앞에는 그것들을
돌려 줄 대상이 없다는 것. 당신이 내게 주신 모든 것들을 하나
남김없이 돌려 주어야 홀가분하게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오늘 아침엔 장미꽃이 유난히 붉었습니다. 그래서 그대가 또
생각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