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렸을때
병아리 몇마리의 그림이 있는 잡지를 방안에 뒹굴려 놓은 것을
생각없이 뒤적여본 적이 있지요...
그러다가
귀가길에 집앞 골목 사거리에서 (지금은 없어짐)
견공들의 짝짓기를 목격하였죠.
감흥도 관심도 없이 무심코 바라보았었죠.
그리고 그 이후,
30여년이 흐르면서
제게도 많은 변화가 왔지만
아직도
짝짓기엔 무심하답니다.
주변인들이 여러사람을
저의 식사거리를 빌미로 접근시키지만
감흥어린
사람은 하나도 없답니다.
여럿중에 조금더 친해 봤자 "항상 같이..."가 될뿐인 인간관계인것을
사람들은 무어그리 중요하다고 난리들인것인지...
신기한 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인 것인지....모두들.
얼마전 아이가 짐을 한가방 가져다 놓았습니다.
분명히 무슨 치닥거리 할게 있으리라싶어
"그 속에 뭐가 들었는지 에민 못봤는데. 세탁거리는 없니?'라고 질문하자
"응. 그냥놔둬. "
전 요즘 몸도 아프고 해 귀챦은 김에
"그래."그러고는 한달여를 "고대로" 두었습니다.
오늘 와서 찾아가던 아이.
뒤적거리다가 무슨 라면인가를 하나 내어 놓습니다.
그리고 물건중의 일부를 다른 보따리에 주섬거리더니
끙끙 거리며 들고 나섭니다.
그 애 몰골이 하도 안쓰러워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종알 종알"거렸지만
"아이는 친구들과의 시간보내기가 당연히 에미보다 좋은 것"을
누가 막을 수 있나요?
심심해서 바래다 주고 돌아오니
한번 뭐가 들었나 뒤져볼걸그랬나보단 생각이 조금 들더군요.
발바닥만한 방구석 뒤집어 놓기가 뭐해 오늘도 그대로 둡니다.
아이가 자라 성인이 되었는데 그의 인생도 사생활도 존중해 줘야지요...
설령 무슨 사건에 연루가 되어 있더라도 제가 무슨 힘이 되겠습니까?
고대로 두었다가 자신이 가져갔는데도
통화중에 하는말이 "엄마 사진기가 녹색만 나와."입니다.
전 인제 그런말 서운치도 않아요.
제가 뭐 창고업 합니까?
예전 처럼 돌맹이 한개를 들고와도 "이건 뭐고 저건 그렇고..."를
자상히 설명해주는 인간
한마리도 제겐 없는데요,뭘.
요즘 ....
사랑스런것이 없어졌다는생각을 하면서
사람은 "자신"이 가장 사랑스러운 것이라는생각을 해봅니다.
내게 "사랑스러운 것이 없어 졌다는것"은
반대로 "사랑스러운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없어 졌다는 것"일 수도 있는것입니다.
손바닥만한 여행가방 두개가
덩그러니 책상 한켠을 차지해 결국 오늘도 저는
인근 도서관에나 가야
글줄이라도 끄적일 판입니다.
뭐...........
사람사는게 이 모양인지...........
아이가 가져다 놓은
한참을 주물거려 포장도 내용물도 엉망인 000 라면은 벽이나 공중에 잘 매달아 놓고
자린고비 노릇을 하렵니다.
요즘 식욕이 영 없거든요....
혼자 있으려나 먹고싶은 생각이 든다해도 뭐 만들기가 영 귀챦기 까지 하네요...
몸이 아프니 더 꼼지락거려지지도 않고...
문득
아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들이 무엇이었나
좀 관심을 가져볼걸 그랬나 싶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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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자라면서 장난감을 못가져 봤거든요.
동생들이 많고 저는 여자애라고 제겐 별 관심들이 없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