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공부방을 마련해 보겠다고
집을 팔았다. 24평 아파트,
지은지 7년밖에 안되었지만 지방이라서 최고로 높은 가격이 6천만원.
매수자가 급히 이사오길 바라는 통에 나도 서둘러
살 집을 구해야 했다ㅏ.
2천만원 내외의 전셋집을 알아보고 다니는데
입에 맞는 떡이 있을리 만무.
간신히 이사날짜를 마출 수 있는 집을 찾기는 했는데
연립에 불과한 저층에 3동만 있는 작은 아파트.
15평이라 소파 놓을 자리도 없고 장농도 들어가지 않을 듯 보인다.
현재는 전화도 인터넷도 하나로 통신을 쓰고 있는데
그곳은 세대수가 워낙 작아서 안된단다.
직업상 8년된 티코를 타고 다니는데 그곳은 주차시설도 없다.
거래금액의 10분의 1을 걸어야 하는 계약금을
아주 조금만 걸었다.
혹시 하늘에서 금덩이라도 떨어져 그곳으로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될 일이 벌어진다면 좋겠다, 계약금은 떼여도 좋으니....
그런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다보니
이삿날이 코 앞으로 닥쳤다.
그래 더 나이 먹기 전에(현재 40대 중반) 할 수 있는 경험은 모두 하자.
제발 그곳으로 이사가지 않아도 될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막연히 뭔가를 기대하던 마음에서
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바뀌고 있는 스스로를 본다.
잠도 잘 오지 않는다.
새벽 3시까지 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꿈 속에서 한 쪽 방바닥과 벽 한 쪽, 그리고
화장품 곽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화장대위를 덮어버린
검은 곤충(하늘 소나 사슴벌레쯤으로 보였음)들에 소름이 끼쳐
나도 모르게 살충제를 무지막지하게 그것들 위로 분사했다.
평소 곤충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였다.
더구나 바퀴벌레도 아니고,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는
사슴벌레나 하늘소 종류였는데, 살충제가 벽에서 주루룩 흐를 정도로 엄청나게
뿌려대다니.....
이 꿈 또한 무슨 불길한 일을 예감하는 건 아닐까?
쓸쓸하다. 남들은 다 안정을 찾아가는 40대 중반,
남편은 50대 초반에 이 무슨 심사 복잡한 일들인가.
몇 년 째 밥벌이를 하지 못하는 남편,
상담력이 그닥 좋지 못한 나는 그동안 쭉 상담을 하지 않아도 되는
학원강사 일을 했었다.
퇴로를 정할 이 나이에 새로이 공부방을 차리는 출발을 해야한다는 것도
낡고 오래된 아파트에서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헤맬 일도
모두 불안하고 또 불안하다.
현재 방 하나를 꽉 메우고 있는 저 많은 책들은
또 어디로 가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