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자정 가까이 되어서야 오늘 아침에 가져갈 숙제를 한 고로
오전 수업 내내 졸린 것을 참고 있다가
동생네 집에 가서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세탁을 하는데 빨래감을 하나하나 뒤져서 넣어야 하는 걸
맘이 급한 김에 한꺼번에 쓸어넣고 세탁기를 돌렸다.
마지막 '띵똥' 소리에 가서 빨래를 꺼내려는데 뭔 알갱이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이게 왠 날벼락이람.
잠시 후면 피아노선생님도 오실 건데...
하나하나 털다 보니 일회용기저귀가 하나 나왔다.
그게 돌아가다가 물을 머금고 터진 거였다.
사고수습을 깨끗이 하여 완전범죄로 돌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빠듯했다.
일단 빨래를 하나하나 물에 헹구어 다시 세탁기에 넣고 헹굼을 다시 시도했다.
그러는 중에 동생이 퇴근해서 들이닥쳤다.
혼날 각오를 하고 이실직고 했다.
널어 놓은 빨래에 구김살도 못 참는 동생이 너무나 어이없어 했다.
언니의 부주의함이 또 드러난 사고였다.
똑똑하기 그지없는 여섯살짜리 여자애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새삼스레 오줌을 싸기 시작한 게 화근인데
문제는 그 기저귀가 왜 세탁물 사이에 끼어 있다가 빨래와 함께 돌아갔느냐다.
잘한 티는 내기 어려워도 못한 티는 금방 드러나는 건데...
우리집에서는 안 치는 사고도 동생네 가면 수시로 치게 되니...
그렇다고 지쳐서 돌아오는 동생더러 빨래하라고 할 수도 없고...
동생네 아이들이 파출부 아줌마들을 싫어해서 내가 도와주기는 하지만
일주일에 네번 동생네 아이들을 봐 주고 집안일은 두번 해주고 있는데
이런 사고가 날 때마다 동생네 안 가고 싶다.
그렇지만 우리 작은녀석이 동생네 애들과 너무 잘 놀고
넷이 섞어 놓으면 잘 안 먹던 음식도 덩달아 잘 먹고 많이 먹어서 좋다.
뭘 만들어도 소비가 잘 되므로 만드는데도 신바람이 나니
애들 생각해서라도 꾹 참고 내가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동생도 그 잇점을 충분히 아는 고로 잔소리도 거의 없어졌지만
내 스스로 완벽하지 못한 것에 화가 나서 더 그렇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라고 했던가?
다시는 빨래로 사고치는 일은 없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