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587

남편은 출장중


BY 꽃 2004-08-06

올해 들어 남편의 해외 출장은 처음이다...

결혼 10년차인데..가끔은 이런 시간도 필요하다.

남편도 나도 그리고 애들에게도..

 

나름대로 그 시간을 활용해 보고자 생각을 많이 했는데

계획만큼은 실천되지 못했다.

남편 있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못보는 류의 영화들..

사운드 오브 뮤직,,프린세스 다이어리,,모 이런것들을 애들과 함께 보고

흘러간 영화들을 딸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면 보고

내가 보고싶은 드라마 다 보고..남편 없으니 무인시대 안보게 되어서 너무 좋다. ^ ^

 

그래도 더운 여름날 애들 더운밥에 뜨거운 국물 먹이고

참..괜히 먹는거는 더 집에서 애들과 함께 소박하게 먹게 되네.

남편은 당연히..가서 리셉션? 모 이런거..하여간에 뽀지게 먹고 있을터인데..

아들놈 수학 문제집 한권 다 풀었다고 치킨 한마리 시켜줬다.

 

어? 치킨도 남네?? 이것도 남편 부재의 장점이다. ^^;;

그리고...딸아이가 아침에 밥 먹으면서 그런다.

"아빠 보고 싶다아~~"

 

인정머리 없고 내색 잘 안하는 큰아이 입에서 그런 소리도 나오고...

tv 광고의 핸드폰 길 찾기 안내 시스템을 보더니 우리도 신청하자고 난리를 치는

아들놈에게 내가 이렇게 말했다.

"아빠에게 여쭤봐야지!"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보니 남편이 정말 며칠째 집에 없는게 실감이 났다.

 

사람이..가지고 있을때는 소중함을 모르는데...

가족이란 이름이 그런것 같다..

있어도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건강하고..밝게 살아도..늘 불만 투성이다.

아..돈 걱정 안했으면...내 마음 조금만 더 알아줬으면...애들 좀 더 잘할순 없나...

골치아프다..벌써 가지도 않은 시댁 걱정에...내 팔뚝 뱃살 걱정에...

방학이면 방학이라서 걱정이고...더워도...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도....

다 내가 마음 먹기 나름인데..

 

위인전을 아이에게 방학중에 한질 사 주었는데...내가 감동받은 내용이 오히려 많은것 같다.

나보다 먼저 살다간 그 사람들의 인품에...발자취에...

내 옆에 사는..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잘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남편이 있으면 그러겠지..

이 밤에 자판 두들기면 있으면..."어?? 니 지금 뭐하노?? 이 밤에 채팅하나??"

인간아...맛사지 받으라는 호객 행위가 싫어서 호텔방에서 혼자 햇반에 국밥 말아먹는

니가...빨리 왔으면 하다..

 

니가 없으니..다 좋은데...

 

잠이 안 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