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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잔소리에 고쳐진 남편이 없다??


BY 연린 2004-08-29

제가 언젠가 아는 분의 결혼식에 갔을 때 주례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 입니다.

 

살다보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나는 이런거 서운하다 당신이 이렇게 안했으면 좋겠다 아무리 얘기를 해도 정작 남편은 자기의 사고방식 고치는 것을 게을리 하더군요.

 

주말이 되면 저희 신랑 정말 그림같이 누워있습니다.

어쩜 그렇게 자세도 안바꾸고 비스듬히 누워 열심히 텔레비젼 삼매경에 빠져 있는지...

옆에서 아이가 울거나 말거나...

하루종일 집안일을 하면서 왔다갔다 하는 저는 아이 수발 들어주고 삼시 세끼 가족들 밥 챙기랴 정말 엉덩이 붙이고 텔레비젼 볼 시간조차 없는데 말이죠.

 

어제는 제 친구 아들래미 돌잔치가 있었습니다.

제가 이벤트 상품으로 받은 전동 오토바이가 왔길래 그걸 선물로 들고 가려고 했지요.

정말 오후 3시가 넘도록 누워서 빈둥거리던 남편이 사무실엘 나간다고 합니다.

돌잔치는 저녁 시간대 였거든요.

저더러는 택시를 타고 가라고 말에요.

그럼 나중에 데리러 오라고 했죠.저 선물도 당신이 들고오라고 말이에요.

그랬더니 남들 다 달고 다니는 애들을 혼자 힘들어한다고...저까짓게 뭐 무겁냐고...

쉽게 얘기 하더군요.

 

결국 남편은 그렇게 나가버리고 저는 저녁이 되어 택시를 불렀습니다.

두 애들 태우고 선물은 트렁크에 넣어 달렸지요.

토요일 저녁이라 차도 무지하게 막히는 거에요.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더라구요.

차 안에서 전화를 걸었죠.

"지금 차가 얼마나 막히는 줄 알아?"하면서 조금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따 데리러 오라니까 언제 끝날지 모른다나요.

"그럼 그냥 집으로 가.나도 여기서 애인 하나 구해서 그 차 타고 갈테니"

화를 버럭 내면서 끊어버렸죠.

아차 싶었을 때는 이미 분위기가...싸늘하였죠.

두 아이들은 굳은 표정으로 절 쳐다보고 있었고 택시 운전사 아저씨는 얼른 뚫린 샛길 찾아 차를 돌리시고...

 

부페에 도착해서 (그야말로 택시 아저씨는 절대 차에서 내리지도 않더군요) 정말 라면박스보다 큰 선물박스를 들고 두 아이들 이끌면서 들어갔습니다.

안에 있던 사람들 다 저를 쳐다보는 거에요.

돌잔치 맞은 친구도 입을 딱 벌리고...세상에 애들 데리고 이걸 어찌 들고 왔냐고 말에요.

'뭐...울 신랑이 그러는데 남들 다 하는 거라네' 얘기하고 싶은 걸 꾸욱 참았습니다.

"내가 워낙 힘이 세서 말이야"하며 웃어버렸죠.

(사실 거기가 차에서 내려 걸어들어가는 거리가 장난 아니거든요)

 

와서보니 저처럼 혼자 애들 둘 데리고 온 친구 하나가 보이더라구요.

합석을 했지요.

애들이 터울도 비슷하고 생긴 것도 별반 차이가 없는데...그 애들은 왜그리 순하고 우리 애들은 왜이리 버석대는지...

그 친구가 음식 가질러 간 사이 아이들은 정말 얌전히 의자에 앉아서 엄마를 기다리는데 내가 음식 가질러 간다고 일어나니 우리 아이들...엄마 따라간다고 막무가내 고집을  부립니다.

결국 한 놈 끌리고 한 놈은 안고...그 상태로 접시에 음식 푸려니...그림이 상상 되시나요?

그야말로 밥이 입으로 가는지 코로 드가는지 모르는 상태 였슴다.

 

제가 친구한테 물었죠.

"뭐 타고 왔어?" 하니  전철을 타고 왔다네요.

"남편은 데릴러 온대?" 하니까 "아니,오늘 야근이래.언제 들어올지 모른다네"하더군요.

"화 안나?"했더니 "힘들게 일하는 데 어떻게 그래..." 하는 거에요.

순간 저도 반성이 조금은 되더군요.

비슷한 상황인데도 정말 마음먹기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하고 말에요.

 

남편은 사람들이 다 빠져나갈 시간 쯤 되어 부페장에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함께 집으로 돌아왔죠.

 

밤늦게 까지 뽀루퉁 해 있는 제게 남편이 묻더군요.왜 그러냐고...

도데체 지금 이 상황을 몰라서 묻는 말인지 싶더라구요.

그래서 내친김에 그랬죠.

 

"남들 다 하듯이 그깟 박스 하나 들고 애들 이끌면서 들어간 게 뭐...

남들 다 하는 건데 왜 사람들이 그런 나를 보고 놀라는지 모르겠네.

남들 다 하는 건데 왜 나는 아이들만 밥 먹이고 본인은 못 먹었는지 모르겠다구" 라고요.

(사실 화도 나고 배도 고파서 잠까지 안오더라구요)

 

그 얘기를 들은 남편...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글쎄요...여태 겪은 바로는 항상 저의 넋두리로 끝났거든요.

이렇게 얘기를 하면 당장은 미안하다고 하지만 결국 날이 새면 변하는 게 없는...

 

지난번 주말에도 나는 정말 거리가 극과 극인 시댁,친정을 하루에 오가야 하는 형편에 있었음 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혼자 기차표 끊어서 친구 결혼식에 다녀오더라구요.

저 힘든 건 둘째치고 두 아이들이 다음날 부터 아팠답니다.

얼마나 많은 지하철 계단을 오르고 내리고 했는지...

 

그래서 아내 잔소리에 고쳐진 남편이 없다는 말이 더욱 실감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혼은 한사람만 노력하는 게 아니라 서로가 노력해야 하는 약속 아닌가요.

일요일 아침인데도 혼자 조기 축구 나가버린 남편이 야속하여 주절이 주절이 적었습니다.

정말 애인 하나 만들어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