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너무 아프다.
언제나 이모양이다.
내 속에 품은 말은 한마디도 내 보이지 못하고 또 그렇게 가슴 한쪽에 멍울로만 새겨놓았다
결혼 12년
참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아무것도 아닌일에 목숨걸고
신랑 좋은 사람이 있단다.
만나면 편안하고 그저 한두달에 한번씩 만나서 술 한잔 하는 그야말로 좋은 친구
좋아하지만 말은 못하는 그저 친구라는 이름이 있단다.
우리 신랑 아마 모르긴 몰라도 아는 남자보다 아는 여자가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걸려오는 전화의 70%이상이 여자일 것이다.
안부 전화란다.
얼마전에도 밤 12시가 넘어서 여자 전화 받으면서 나갔다.
안방에서 자다가 전화 소리에 잠을 깨어 우연찮게 듣고 말았다.
그놈의 전화속 소리는 얼마나 크게 들리든지
물어보지도 못하고 거실로 나와서 1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문자를 보냈다.
얼마후 들어와서 옛날 회사 직원인데 술만 먹으면 아무한테나 전화하는게 버릇이란다.
길바닥에 뻗어서 집까지 데려다 주고 왔으니 아무 사이가 아니라고 하는데
그 상황에서 누가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가 있을까
한바탕 싸우고 집을 나왔다. 새벽 3시에
동네를 한참 헤메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뜬눈으로 밤을 세웠는데
이 신랑 아침에 천연덕스럽게 밥 달란다.
전혀 그럴 기분이 아닌데
결혼해서 처음으로 밥상을 차려 주지 않았다.
아무리 싸워도 밥은 꼭 해줄려고 했었는데
그날밤 또 무진장 싸웠다
심지어는 그 여자랑 통화라는 것도 했다.
기분이 얼마나 더러운지
내가 이정도 밖에 안되는 것인지
그 여자보다 내 자신이 더 한심하고 더 싫고 정말 벌레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싸우고 동네 한바퀴 돌고 들어와 보니 우리 신랑이라는 사람 편지 하나 달랑 써놓고
집을 나갔다.
나를 위해서라나
내가 불편할것 같아서
자기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을 것 같아서라나
믿고 안 믿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왜 모르는 것인지
내가 얼마나 비참한 기분인지 알기는 아는 것일까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온갖 생각 다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일주일만에 만났다.
캔 맥주 하나씩 들고 강가에 않아서 얘기를 했다.
자기는 정말 집밖에 모르고 아는 여자는 많지만 내가 생각하는 그렇고 그런 여자는 없단다.
그럴 시간이 없다면서
물론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새벽까지 일이 많아서 항상 새벽에 들어 왔으니
그러면서 좋은 사람이 있단다.
그저 만나서 술 한잔 하는 편안한 친구가 있단다.
그 말에 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편안하다는데
친구같다는데
나 왜 살았나 싶다.
전업주부로 그냥 시간만 죽인게 아닌지
참 많이 후회가 된다.
내 살아온 시간들이
요즘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머리가 터질 정도로
어제는 비가 와서 참 좋았다.
내 기분같아서
나 자꾸만 신랑이라는 사람에게서 멀어져 가고 있는 걸 느낀다.
내 자신이 거리를 만들고 있다.
무감각해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