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5분만 더, 하며 누워있다가 후다닥 일어났습니다.
아침밥 먹을 시간도 없이 문구점으로 달려 나갔더니 역시나, 문구점 안엔 아이들로 북적
거리고, 남편은 허둥지둥 정신 없고...
8시 10분부터 8시 40분까지는 거의 정신이 없답니다.
날마다 땀이 흥건히 배어나오곤 하죠. 주머니에서 구겨진 지폐 단정히 펴서 금고에 넣어
두고, 사무실로 허겁지겁 출근.
사무실 대충 치우고, 컴퓨터 켜고, 책상에 앉아 커피 마시며 숨을 돌린답니다.
그러고 보니 아침 8시에 출근해서 10시에 집에 들어가니, 하루에 무려 14시간씩 일을
하는 셈이더라구요.
이런 형편이니 머리 손질한 시간이 있기를 하나, 이불 빨아서 햇볕에 뽀송뽀송 말릴 시간이
있기를 하나, 영화 한편 우아하게 볼 시간이 있기를 하나...
하나 하나 삐져 나오는 새치 때문에 염색도 해야 하건만...
근무 중에 살짝 빠져 나가 컷트할 시간 밖에 없으니...
은행 다녀 오려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하늘이 참 파랗더군요. 버스 정류장 앞 야산에는 벌써
억새풀이 흔들거리고 있더라구요....
문구점 오픈 한지가 1년 6개월 조금 지났네요.
경기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요즘엔 금전적으로는 조금 숨통이 틔이고 있답니다.
올 초만 해도 하루 하루 날짜 다가오는 게 무서웠었거든요. 가게세내는 날짜, 대출금 갚는
날짜, 이자 내는 날짜...
그런데 지금은 날짜 전에 통장에 항상 나가는 돈을 넣어 둘수 있더라구요.
게다가 결혼 12년 동안 한 번도 안 바꿨던 가전 제품들이 하나씩 바뀌었네요.
세탁기, 냉장고, 밥솥, 가스렌지... 결혼 선물로 남동생이 선물했던 12년 된 삐삐 주전자도
이번에 바꿨답니다.
이제 오래되서 케이블 채널도 다 안나오는 TV랑 컴퓨터만 바꾸면 될 것 같아요.
초등 5년인 우리 딸 방에 침대 들어 갈 수 있는 조금 넓은 집으로 이사도 가야 하는데...
중학교 가기전엔 이사할 수 있을런지.... 그때 까지 계속 이렇게 하루에 14시간씩 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부부 하루 일하는 시간을 합치면 무려 30시간쯤 됩니다.
돈 생각하면 이렇게 일 못할 겁니다. 아이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하고 있다보면 같이 동화되는 그 무엇이 있답니다.
퇴근후 조금은 피곤 하지만, 문구점 가서 아이들과 부대끼다 보면 활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피곤한 하루하루를 이겨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