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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몫의 삶


BY 문구아짐 2004-09-18

남편의 모닝콜에 천근만근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려본다. 늦었다. 빨리 일어나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어제도 남편이 피곤하다며 나더러 문구점 문을 닫고 들어오라 했었다.

이번 주 들어 벌써 두번째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일찍 문닫고 들어가면 될 것을, 그래도 웬지 항상 늦게 까지 문을 열던 집이라,

늦게 찾아왔던 손님들 그냥 돌려보낼까봐 10시까지 버티다 들어갔다.

항상 환절기면 몸이 먼저 안다. 며칠전부터 콧물에 기침에 ... 나도 컨디션 말이 아니건만...

딸이랑 둘이서 게임기며, 뽑기통이며 낑낑거리며 안으로 들여놓고 뒷정리 말끔하게 해놓고

집으로 들어왔더니 남편은 양말신은채로 침대에 널부러져 있고, 먹다 남은 밥그릇이 말라

비틀어져 굴러다니고, 포도 껍질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말이 아니다.

 

내가 일찍 들어왔다면 방이라도 깨끗하게 치워 놓았을테고, 세탁기라도 돌려놓았을테고,

반찬이라도 몇가지 해 놓았을테구만...

이건 그 일들이 고스란히 내 몫으로 남아 있었다.

코까지 가늘게 골며 잠들고 있는 남편의 얼굴을 보니 화가 나기도 하고, 안돼 보이기도 했다.

참, 세상에 편하게 사는 남자중의 하나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쩜 그렇게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지...

문구점 한다는 핑계로 명절이 되어도 힘들게 부모님들 안 찾아 가도 되고, 생일, 제사 다

나몰라라 해도 그만...

덕분에 나 혼자 양쪽으로 왔다갔다 하며 더 바쁘다.

 

이게 이런 남자를 남편으로 선택한 내 몫의 삶인가 보다.

신혼 초부터 가기 싫어하는 남편 끌고 다니느라 엄청 싸웠었다.

하지만, 이젠 가게라는 굉장한 무기가 생겼으니... 나이도 적은 나이가 아니건만...

도대체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라는게 있건만...

나중에 부모님 돌아가시면 그때서야 후회라는 걸 할런지...

세상에는 참 편하게 사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것 같다. 덕분에 그 주위사람들은 두 몫을

하느라 참 바빠야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