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앞날에 빨간 불이 켜졌다. 미국 중국 등 세계 경제대국의 성장둔화 조짐, 고유가 등으로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경기가 위협받고 있는가운데 취약한 내수경기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없다.
이 와중에 주요 외국 금융기관의 성장률 하향이 봇물처럼 터져나와 위기론을 더하고 있다. 한국 경제를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선이 급속히 싸늘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외국 금융기관의 성장률 하향은 한국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추가 악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반영해 22일 종합주가지수도 장중 하락반전한 뒤 낙폭을 확대하고 있다.
◆성장률 하향 봇물..ADB, 투자은행, 신평사도가세
22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8%에서 4.4%, 내년은 5.2%에서 3.6%로 낮췄다. 불과 5개월 사이에 올해 전망치는 0.4%포인트, 내년은 1.6%포인트나 떨어졌다.
ADB는 한국과 달리, 다른 아시아국가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대부분 상향조정했다. 동아시아 전체 성장률은 6.9%에서 7.3%으로 상향했고 중국은 8.3%에서 8.8%로 높여잡았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42개 개발도상국 전체의 올해 성장률도 0.2%포인트 높은 7.0%으로 전망했다.
특히 한국의 수출경쟁국들은 모두 성장률 전망치가 대폭 상향조정됐다. 대만은 5.4%→6.0%, 싱가포르는 5.6%→8.1%, 홍콩은 6.0%→7.5%로 각각 성장률 전망치를 올렸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피치의 전망은 더 부정적이다. 국가등급 평가를 위해지난 8일 방한한 피치 관계자는 한국 경제 성장률이 3%대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의 제임스 맥코맥 국가신용등급 담당 이사는 "올해 한국 성장률이 당초전망치 5%를 밑돌 것"이라며 "4%대 미만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요 투자은행들도 성장률 하향행진에 동참하고 있다. 가장 최근 성장률을 낮춘 골드만삭스는 지난 15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6.0%에서 4.8%로, 내년 전망치는 6.2%에서 4.0%로 대폭 낮췄다.
세계 최대 금융그룹 씨티는 지난 8일 올해 성장률을 기존 5%에서 4.3%로 대폭 하향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4.5%에서 3.8%로 낮췄다. 씨티는 불과 석 달전인 6월에는 한국 올해 성장률을 6.3%으로 예상했으나 짧은기간 동안 두 차례나 하향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성장률을 4.9%에서 4.6%로 낮췄고 추가 하향도 고려한다는 뜻을 밝혔다.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 경제둔화의 위험성을 실감하고 있으며 이중 한국이 가장 우려할 많다"며 "한국 경제는 이미 `위험지역(danger zone)`에 진입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성장률역시 기타 아시아 국가보다 2%포인트나 낮은 3.8%로 제시했다.
◆적극적 재정정책, 금리인하, 규제완화 필요
외국 금융기관들은 한국 경제의 문제점이 날로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원래부터 취약했던 내수는 고질적인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회복 조짐이 거의 보이지 않으며 수출역시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 여파를 비껴갈 수 없다는 것. 정부의 경제정책역시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성장률 하향과 관련,"한국 정부가 경제회생에 필요한 주요 의제를 놓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ADB는 "한국 정부는 경제 회생보다 사회경제적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내년 한국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역시적자재정 편성을 망설이는 정부 정책은 잘못됐다고 충고했다. 피치 맥코맥 이사는 "한국 GDP 1% 이상의 적자재정을 편성해도 한국 국가신용등급에는 영향이 없다"며 "한국 정부는 좀더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사용하라"고 말했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정부의 재정확대와 감세정책만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많은 투자은행들이 추가 금리인하, 과감한 규제완화 등을 권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부진한 자본투자가 고용악화와 소비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 정책은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정책의 효과가 단기적으로나타나기 힘든 만큼 추가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한 단계 콜금리가 추가 인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에도 50bp 정도 금리가인하될 것이라며 내년 콜금리 전망치를 2.75%로 제시했다.
씨티그룹역시 "한국은행이 올해 콜금리를 50bp 추가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씨티는 "콜금리 인하와 재정확대가 예상되지만 이것이 정부 성장률 목표 달성에 충분하다고 판단하지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