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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방빼고 길에서서 꼬박 밤지새우고....


BY 하선주 2004-10-05

 

 갑자기

주변사람들이 어쩌니하니 방을빼라해 속얘기도 못해보고 그냥 물건부터 내 놓고 말았다.

길거리에 덮어놓고 온밤을 서서 지새우려니 온몸엔 한기가 스며든다.

아이 어렸을적 밤새우며 옷을 지어입히던 생각을하니 시간이 아깝다.

그러나 어쩌랴 이젠 다커버린아이를 졸졸 따라다니며 뭐 해줄 수도 없고...

너무 추워 온몸이 사라져버리는것같아

할 수 없이 방을 빼낸 고시원문간을 서성거리다 야간총무가 없어 말도 못하고 한참을 망설이다 휴게실 피씨앞에 앉았다.

보니 나만 밤을 새운게 아니라 여럿이 이러저러해 밤들을 새우는모양이다.

 

게다가 엉겁결에 젊은 아이의 눈에 어찌 비쳤던지 당한 황당한 사건하나.

추위에 계단참에서 몸을 웅크리고 잠깐 졸았나보다. 기척이 이상해흠칫눈을 뜨니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어린것이 바지허릿춤을 급히오무리며 뛰쳐내려간다.

세상에......

그것도 사람이라고 꼴값을허네 소리가 다른이의 입같으면 벌써 나왔을거다.

소위 자위라는걸 하다가 내게 들킨 그녀석은 지금쯤 어딘가에서

'에이~~~~!'하고 있을것이다.

야단을 좀 심하게 쳤더라면 어땠을까? 내 아들 생각이 나서

그리 심하게 야단도 못친 난 정말바보다.

다 그런꼴 당하는것도 내가 아직 젊게 뵈는탓이려니 해야지뭐.

지금 이 아랫층 가게문앞엔 여행을 가는지 일을 받으러나온 인력시장인지 아저씨부대가있다.

삶이란 이렇게 차갑고도 뜨겁구나 역시.....

시간도 장소도 가리지않고 늙고 젊음도 가리지않는구나...

전쟁은 전쟁이다.....싶어 담담하고 묵묵해진다.

 

오늘따라 따듯한 차 한잔이 그리워진다.

아직 낙엽은 안쓸어도되는 시기다.

미화원 아저씨의 비질소리가 사라져감과동시에 먼동은 터오르고 있다.

 

하루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