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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베트남전에서 미군이 대량 살포한 고엽제 문제로 신체장애를 겪고 있는 베트남 피해자 세 사람이 다우 케미컬사 등 37개 고엽제 제조업체를 상대로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오는 10월 11일에 열릴 이 베트남 최초의 고엽제 배상소송의 첫 재판에 베트남과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뉴질랜드에서도 고엽제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 되살아나고 있는 고엽제 망령은 베트남전 참전군인들이 아니라 농부들과 일반 주민들이 제기한 것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베트남전에 사용된 일명 '에이전트 오렌지'라고 불리는 고엽제의 주요 성분인 제초제 2,4,5-T의 생산 공장이 있는 뉴 플리머스 파리투투 지역 주민들의 혈액에서 베트남전 당시 고엽제에 노출된 사람들과 거의 맞먹는 다량의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9월 9일 뉴질랜드 환경과학리서치연구소(이하 ESR)가 1962년과 1975년 사이에 이본 왓킨스-다우 케미컬(Ivon Watkins-Dow Chemica, 이하 IWD) 공장 동쪽 2km와 남쪽 1km 이내에서 산 주민 24명에 대한 혈액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드러났다.
다우 케미컬 자회사 IWD가 배출한 다이옥신이 문제 문제가 되고 있는 뉴 플리머스 IWD 공장은 지난 1960년부터 약 30년 동안 제초제 2,4,5-T를 생산하면서 이 제초제 제조에 필수적인 화학물질인 트라이클로로페놀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인 다이옥신을 대기 중에 대량으로 방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IWD의 모회사인 미국의 다국적기업 다우 케미컬은 월남전 참전 군인들이 제기한 고엽제 피해보상소송에서 다이옥신의 위험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1983년에 미국 내에서 2,4,5-T의 생산을 중단했다. 그러나 뉴질랜드의 IWD는 그로부터 4년이 지난 1987년에 가서야 세계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이 위험한 제초제의 생산을 중단했다.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제초제 2,4,5-T의 생산 중단이 이렇게 늦어진 것은 당시 뉴질랜드 농부들에게 이 제초제 만큼 효과적이고 값싼 제초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1986년에 열린 청문회에서 내놓은 다음의 결론은 이러한 상황을 잘 말해주고 있다. "제초제 2,4,5-T에 장기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해롭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이 제초제의 생산을 금지시키는 것은 농부들에게 불필요한 재정적 부담을 안겨주는 일이 될 수 있고 또한 IWD의 종업원들의 생계를 부당하게 박탈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뉴질랜드 정부가 생산을 계속 하도록 승인했는데도 IWD는 그 이듬해인 1987년부터 2,4,5-T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회사 이름도 다우 애그로사이언스(Dow AgroScience)로 바꾸는 등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그것은 베트남전에 사용되었던 비인도적인 고엽제를 생산한 회사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였다. 30년 동안 뒷짐만 지고 모른 체한 뉴질랜드 보건 당국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뉴질랜드 정부의 보건 당국은 공중 보건에 심각한 위해가 될 수도 있는 다이옥신 방출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미 지난 1971년부터 IWD 공장이 있는 지역에서 기형아 출산율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한 산부인과 간호사의 보고를 수차례 들어왔으면서도 뉴질랜드 보건당국은 이에 대한 조사와 원인규명을 하지 않은 채 무시하고 지나갔다. 1965년부터 뉴 플리머스 웨스트타운 산부인과 병원에서 일한 간호사 히아신스 헨더슨(현재나이 87세)의 기록에 따르면 1965년부터 1972년 사이에 그녀가 담당한 신생아 5392명 중에서 167명이 기형아였다. 이것은 당시 뉴질랜드 그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높은 수준의 기형아 출산율이었다. 9월 10일자 <뉴질랜드 헤럴드>에서 밝히고 있는 그녀의 진술에 따르면 이들은 뇌가 없거나 심장에 이상이 있거나, 다리가 굽거나 척추가 둘로 갈라져 있거나 손가락이 기형이었다. "어떤 신생아는 얼굴에 큰 혹을 달고 있었다. (얼굴이 아니더라도) 그런 혹을 달고 태어나는 아기들이 제법 되었다. 그건 매우 기이한 모습이었다. 그 부모에게는 매우 공포스러운 것이었다." 당시 그녀는 이러한 사실을 보건 당국에 바로 보고하였으나 1986년 이와 관련한 첫 청문회가 열리기까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그 첫 청문회조차도 그녀의 거듭된 보고와 진정 때문에 열린 것이 아니라 미국 법정에서 베트남전 당시 사용된 '에이전트 오렌지'의 주요 성분인 제초제 2,4,5-T의 위험성이 인정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열린 것이었다. 하지만 위에서 서술했듯이 그 청문회에서 보건 당국은 제초제 2,4,5-T가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위해 요소가 된다는 증거가 없다고 서둘러 결론을 내렸다. 뉴질랜드 보건 당국의 의미 있는 공식적인 조사는 이 문제에 대한 첫 보고가 있었던 1971년에서 무려 30년이 지난 뒤에야 이루어졌다. 거듭난 조사와 부인 끝에 마침내 빛을 본 진실 다이옥신이 발암과 불임을 유발하고 기형아 출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공해물질이라는 연구결과가 세계 곳곳에서 발표되면서 1999년 뉴 플리머스 주민들은 '다이옥신 조사 네트워크(Dioxin Investigation Network)'라는 시민단체를 결성하고 파리투투 지역에서 살고 있는 183세대 중 절반이 넘는 100세대가 심각한 질병을 겪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들의 압력으로 조사에 착수한 보건부는 2001년과 2002년에 두 차례에 걸쳐 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그 보고서에서 보건 당국은 IWD가 소재한 뉴 플리머스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암으로 인한 사망률과 기형아 출산율이 전국 평균치보다 높기는 하지만 통계적인 오차 범위 내에 있거나 통계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지는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보건부와 환경부의 이러한 결론은 IWD 공장에서 배출한 다이옥신과 그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대한 좀더 직접적인 연관성을 밝혀내기 위하여 2002년 말부터 시작된 파리투투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혈액 검사 연구에 의해 뒤집혔다. ESR이 시행한 이 혈액 검사 연구의 1차 결과 보고서가 발표된 지난 9월 9일 뉴질랜드 보건부의 데이미엔 오코너 차관은 다이옥신에 노출되면 암 발생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아울러 그는 오랫동안 대기 중으로 방출된 다이옥신에 노출된 채 살아온 지역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다각도로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뉴질랜드판 체르노빌 사건" 하지만 지역 주민을 비롯한 대다수 뉴질랜드 국민들은 지난 30여 년 동안 이 문제에 대하여 무시와 부인으로 일관한 보건 당국의 뒤늦은 이 태도 변화에 대해 반기기보다는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다이옥신 조사 네트워크' 소속 시민운동가인 앤드류 깁스(42)는 "우리가 지금 다루고 있는 문제는 뉴질랜드판 체르노빌 사건"이라고 잘라 말하면서 아직도 미온적으로 이에 대처하고 있는 정부 당국을 비난했다. "난 정말 화가 납니다. 우리는 지난 4년 동안 베트남 수준의 오염이 있다고 줄기차게 말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이 증명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부 당국은 아직도 이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가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은 이번 연구결과 발표가 있은 후 일부 국회의원들과 지역 주민들이 IWD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하고 있는 보상금 문제에 대해서 보건 당국이 '아직 시기상조'라고 일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부에서는 현재 ESR이 2차 연구로 진행 중인 추가 20명에 대한 혈액 검사가 끝나고 아울러 뉴 플리머스의 암 발생률에 대한 연구 결과도 마무리되는 올해 말에 가서야 이번 다이옥신 오염 사태에 대한 최종 결론을 정리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녹색당 보건담당 대변인 수 케질레이 의원은 이번 연구결과 발표가 정부의 지난 '30여 년 동안의 부인과 은폐'의 뚜껑을 열어젖힌 것이라고 말하면서 보상금 지급을 위한 정부의 즉각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편 이번 다이옥신 사태를 야기한 장본인인 다우 애그로사이언스 사는 ESR의 연구 결과가 발표된 9월 9일 바로 성명서를 발표하여 이번 연구 결과에서 드러난 사실들은 이미 오래 전에 가동이 멈춘 공장에 노출된 것을, 그것도 40년 전에 노출된 결과를 담고 있는 것이라면서 애써 그 의미를 깎아내렸다. 그러나 뉴질랜드 정부와 관련 업체의 이런 미온적인 대응은 국민들의 분노만 더 부채질하고 있다. <뉴질랜드 헤럴드>의 기자가 거리에서 인터뷰한 한 시민의 다음과 같은 발언은 이번 사건으로 최종적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건 정말 좋지 않군요. 나는 뉴질랜드가 깨끗하고(clean) 친환경적(green)이라고 항상 말하고 다녔지요. 그런데 이와 같은 연구결과 발표는……." (브렌트 코커릴·43·남) 미처 마무리를 하지 못한 그의 말끝에 생략된 말이 무엇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다이옥신 오염 사태는 뉴질랜드의 클린, 그리고 그린 이미지에 회복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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