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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 안가면 후회할까요?


BY Bina 2004-11-08

제목대로 신혼 여행을 안가면 안되나..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상황을 자세하게 알아야 조언을 주실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씀 드릴께요.

 

내년 4월에 결혼을 예정하고 있는 30세 여자입니다. (내년이면 31이구요)

아직 상견례와 날을 잡지는 않았구요, 3년째 사귀고 있는 사람이구 남자는 29살 이구요.

 

양가 모두 중산층 정도, 결혼은 저희 힘으로 할 생각이고 - 부모님께서 도움을 주실 지는 모르겠지만 주신다고 해도 안 받을 생각이고 지금까지 모아 놓은 돈과 회사에서 무이자 대출하는 걸로 전세를 마련할 예정입니다. 결혼은 우리 힘으로 해야 한다는 게 평상시 제 생각이었구요. 예단이나 기타 추가적인 비용은 허례허식을 최대한 줄일 생각입니다.

 

오랫동안 사귀다가 요즘 결혼에 대해 구체적인 것들을 의논하고 있는데, 저는 신혼여행 꼭 가야할까...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 첫번째 이유는 비용 문제 - 제가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데 차라리 그 돈으로 집을 이쁘게 꾸미거나 아니면 다른 데 쓰는 게 어떨까...하구요. 결혼 준비 자금도 부족한 상황이니까요.

 

두번째. 저는 이태리와 태국에서 살다와서 유럽이나 동남아 여행과 출장을 정말 많이 다녔습니다. 남친도 유럽은 배낭 여행 3번 다녀왔구요, 그리고 둘 다 캐나다 미국 여행이나 어학연수로 몇번 다녀왔었구.... 신혼여행 가시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럭셔리한 휴양지 리조트 모습에 반하시는 것 같은데 전 별로 그런 건 없거든요.

 

세번째. 올 해에 남친 회사 연수때문에 한 달씩 두 번 같이 미국에 갔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동안 주말마다 미서부 여행을 많이 하면서 그때 "꼭 신혼여행같다..."라는 말을 많이 했었고, 그 때 남친이 저때문에 돈을 많이 썼었죠. 제 미국 체류비를 다 냈었으니까요. 그래서 맘 속으로 "난 신혼여행 안가도 여한이 없겠다"라고 생각했었구요.

 

네번째. 신혼여행의 공식적인(?) 이유가 멋진 첫날밤 때문이기도 할 텐데...3년동안 사귀면서 이미 성관계도 여러차레 있었는데 꼭 드라마틱한 첫날밤을 기대하는 것도 아닌데 더더욱 신혼여행 가야할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위의 이유 때문에 저는 결혼식 당일만 그냥 국내에 있는 호텔에서 1박을 하고 신혼집에 들어 왔으면 좋겠고, 살다보면 좋은 기회가 많이 있을 테니까 여름 휴가 이용해서 동남아에 가거나 남친 미국 연수 이용해서 또 미국에 따라가거나... (제가 직장을 안다녀서 맘만 먹으면, 그리고 남친이 휴가만 받을 수 있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죠)

 

남친 입장은 어떤 일이 있어도 - 제가 안간다면 혼자서라도 - 신혼여행을 가겠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그리스나 호주나 암튼 동남아 말구 먼데루다가...

 

친구들 얘기는 신혼여행 안가면 내가 더 후회할 꺼라고 하는데, 저처럼 신혼여행 안가신 (또는 못가신) 분들...나중에 살면서 후회되시던가요? 제가 양보할 수 있는 한계는 (뭐 결국 둘이 서로 양보해서 합의점을 찾으면 되겠지만) 서울에서 호텔 1박 한 후 둘이 자동차로 국내 여행 3일 정도 하고 오는 것... 입니다.

하지만 남친은 혼자가더라도 이국적인 곳으로 신혼여행 가는 것...입니다.

 

질문을 요약하면 신혼여행을 대신할 미국에서 즐거웠던 여행 추억도 있고, 해외여행을 어릴때부터 수십번 했던 제가 신혼여행을 남들처럼 안가면 살면서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까요? 살아보신 아줌마들의 의견이 궁금해요. 

 

P.S. 그리고 저는 결혼식 웨딩촬영 (야외, 세트 촬영), 결혼식 당일 비디오 촬영, 원판사진 등등 필요없는 사진 촬영은 다 안하고 싶습니다. 이런 것들도 살면서 두고두고 후회 될 일인가요? 사진 찍는 거 정말 싫어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