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방송에서 내일 수험생 마음의 안정이 제일 중요합니다라는 소릴 듣고 갑자기 내 수능( 그 때는 학력고사) 때가 생각이 났다.
아버지께서 부도가 나서 내 고3은 집안이 우울했다. 도망 다니시던 아버지께서 밤에 몰래 식구들 보러오셨다 경찰에 잡혀 가시고...
그 때 우리 8식구는 아버지께서 고생하시는데 우리만 따뜻한 집에서 잘 수 없다고 다른 방의 연탄불은 다 끄고 안방에 모두 모여서 잠을 잤다.
우리 엄마에게는 고3 이런 건 안중에도 없었다. 딱 한 번 점쟁이에게 내 사주를 물으시곤 책만 들고 있어도 대학 붙는다고 했다고 걱정도 없는 분이였는데 아버지께서 그 상황이니 더더욱 고3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다른 식구들도 내 시험날 아버지께서 구치소에서 나오는 날로 기억할 뿐이었다.
아침에 언니가 고사장에 데려다 주고 저녁에 고종 사촌 오빠가 날 데리러왔었다.
마지막 시간에 빨리 집에 가서 아버지 만나야 된다는 생각만 하다가 가사 과목을 빼먹고 시험 종료 10분 전이라고 답안지 재 검토하라는 선생님 말씀에 시험지를 뒤집다가 가사과목을 안 푼걸 발견하고 정신 없이 문제를 풀고 집에 돌아왔다.
오늘 아침 문뜩 그 때 아버지 일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벌벌 떠느라고 시험을 제대로 못치뤘을 수도 있었겠다.
유난히 5딸 중에 유일하게 아버지 닮아 아버질 좋아한 내가 아버지 생각에 시험에 긴장을 덜했을 수도 있었겠다.
요즘 자꾸 새옹지마란 말을 실감하는 데 이것 또한 새옹지마였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