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겨울이 성큼 다가와있네요
찬바람이 불고 추워지니 문득 작년 겨울 생각이 나서요
12월 중순쯤이었나봐요
애아빠는 회식이라 늦는다구 전화가 와서 울큰딸, 막내딸이랑
저녁 먹구 설겆이 하고나서 마지막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려구 옷을 주섬주섬 대충 입으니 4살이었던 막내가 따라
나가겠다구 패딩코트를 입고 나서더군요
날씨가 추우니까 그냥 언니랑 집에 있으라구.. 엄마 금방 갔다
온다구 해도 하두 고집을 부리길래
"너 그럼 양말 신지말고 따라올래?? 발시려울텐테"
"그래두 갈래요"
그래서 울꼬마는 양말도 안신고 내복바지차림에 패딩코트만 입고
저랑 같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지요
기껏해야 3,4분이면 충분히 갔다올 수 있으니까 그냥 빨리 뛰어
갔다오지 했거든요
솔직히 겨울엔 애들 델꾸 나갈려면 양말에 옷에 차려입을게
한두가지가 아니잖아요
문 잠그고 있으라구 큰아이한테 말하고 서둘러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 음식물 쓰레기 버리고 올라왔어요
근데.. 세상에... 오! 마이 가뜨!!!
이녀석이 그새 잠이 들어버렸어요
아무리 벨을 눌러도 문을 쾅쾅 두드려도 반응이 없드라구요
3분이면 갔다 올테니까 열쇠도 안가지고 나왔고 핸펀도 두고
나왔거든요
으메~ 추운거.. 안에다 반팔티 입고 얇은 잠바 하나 걸쳤는데..
울 꼬마는 양말도 안신고 있어서 발 시려울텐데..
한 20분 덜덜 떨면서 큰애이름을 목놓아(?) 부르는데
구세주가 나타났어요
울애아빠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왜 그러냐구 하더군요
얼른 열쇠나 내놓으라구 하면서 문을 여는데....
이건 또 무슨 청천벽력!!!
보조키에 꼭지 누르는거 있죠?
그거 눌르면 안에서만 열수 있잖아요
밖에선 열쇠가 있어도 못열구요
이 철두철미한(?) 넘이 그것까지 눌러놓고 잠이 들어버린거예요
시간은 11시가 넘어 가는데 옆집아줌 핸펀 빌려서 혹시 전화벨
소리에 깨어날까 싶어 전화를 해도 소용없고 할수없이 119에
전화해서 열쇠집 전화번호를 물어봤습니다.
열쇠집 아저씨가 그러십디다
"아!! 그건 우리가 가도 못엽니다. 아주 다 뜯어내야되요
그러지 마시고 어디 찜질방 가서 한 2시간 있다 오세요
애들은 잠들면 최소한 2시간 이내에 절대 못깹니다"
그래두 미련이 남아 울 세식구 큰아이 이름 애타게 부르면서
사정을 했습니다
"00야 문 좀 열어봐!!"
"00야 아빠야!! 얼른 일어나!! 아빠 춥다.. 정신 차려"
"앤니~ 앤니~ 문쫌 여어쪄 엉? 앤니 추우~"
울꼬맹이까지 문을 붙잡고... 아주 가관입니다
그래도 반응이 없으니 울꼬마 이번엔 우유 투입구를 열더니
입을 대고 또한번 언니를 부릅니다
"앤니~~ 도에채(도대체) 왜 그여는그야(그러는거야)
우디는(우리는) 어이 가서(어디가서) 자라구 그여는 그야
앤니 얼렁 이어나(일어나) 문 여어 응? 앤니 나 00이야
앤니 동새앵... 앤니 나 추우.. 발 시여.. 문 여어"
아무 소용이 없더군요
울 세식구 차안에서 히터 켜놓고 있다가 결국엔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집에 입성(?)할 수 있었답니다
우리 고생시켜놓고 울큰딸 울더군요
무섭기도 했겠죠...
자다가 일어나보니 아무도 없고,불은 환하게 켜져있고,
TV는 다끝나서 지직거리고,,
그후론 음식물쓰레기 버리러 나갈땐 열쇠부터 챙깁니다
보조키 꼭지는 접촉금지령 내려졌구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