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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해야하나?


BY 서글픔 2004-11-20

결혼을 좀 늦게 했어요

결혼 5년차이구요

아이가 둘이 있네요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가 나이가 주는 위기감과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와 이런 저런 복잡함에

선을 본 동갑짜리 남자(지금남편)랑 선본지 두어달 만에 결혼을 했네요

 

결혼을 하고보니 남편이 직업을 속였더군요

아직도 생각이 나네요

남편친구랑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는데 남편친구의 그 빈정대던 말들이

..

그때 전 회사를 다니던 중이었고(대기업이었죠)

남편친구왈..이제 **님이랑(남편이 속인 직업의 직급) 각시(나)둘이 벌이면 금방 부자 되겠네,,**님 이라면서,,빈정대던,,

정작 남편은 운전이 직업이더군요

나중에 신행 다녀와서는 남편이 털어놓았고 전 기가 찼지만 그때까지만해도 제가 직장이 있던 터라, 떨어져 있었거던요 4시간 거리에서 별루 실감하지 못했지요

 

그러던 차에 허니문베이비로 임신이 되었고 회사를 관두게 되었지요

친정에서 일주일을 쉬다가 신혼집으로 왔어요

내가 처한 현실이 똑바로 보였어요

전세금은 모두가 대출금이었고 내가 받던 월급보다 남편월급이 적다는 사실이요,,

그나마 그 회사에서도 내가 집에 간지 며칠만에 짤리더군요

 

뱃속의 애만 아니라면 물리고 싶은 결혼이었지요

그렇게 첫 임신중에 이런 저런 스트레스로 전 정말 우울했어요

광역시에 살던 제가 남편따라 간곳이 남편 고향이었고 이곳은 정말 우리나라에서도 오지중

오지거던요

 

무릎꿇고 제 앞에서 앞으로 잘할께를 수없이 맹세한 사람이에요

그렇게 뱃속의 생명과 저의 자존심과 이런것들 때문에 결국 오늘까지 왔는데요

남편은 기본 품성은 나쁘지 않아요

시댁 사람들도 괴롭히지 않구요

 

하여간 그 집 대출이랑 생활비를 저의 지참금으로 갚고 생활하면서 얼마간을 살고

남편은 이런 저런 일을 하다가 지금은 차를 하나 사서 그 차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지요

 

남편은 너무 가난하게 살아서인지 이렇게 보구 있으면

참 막살았구나 하는 느낌을 너무 많이 받아요

저도 가난한 집에서 살았지만 어느정도 생활에 기본을 갖추고 질서를 가지고 살아왔다고

생각되는데,,남편은 좋으면 좋고 싫으면 그만이고 대화를 할줄도 모르고 생각조차 못하는듯

해요

다투어서 제가 화가 나있으면 그 화를 제 스스로 풀던지 말던지 관심이 없는듯하구요

생활속에서 너무 다르니 참 그렇더군요

가령 양복차림에 운동양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신고도 제가 다른양말을 주면 절더러

이상하다고 하고 뭐 이런식이에요

여름에 한 겨울 바지를 꺼내입고 나갈려고도 하고,,

바꿔입으라고 하면 무조건 괜찮다고 하고

이런일은 정말 기본같아요

넘 없이 가난하게 살아서 그런가 하고 이해를 하려하다가도 저도 어릴적에 가난하게 살았어도 그렇지 않거던요

 

모르고 결혼한 제가 바보지만 정말 살면서보니 생활방식 체가 넘 기본이하라는 생각이 들어요

 

부부가 뭔지,,

생명이 뭔지,,

내 결혼생활의 시작이 큰아이 때문이라고 너무 빨리 온 큰아이가 원망스러우면서도

둘째를 낳았어요

아이러니하게도

큰애는 내생애 젤 큰 실수같은 존재고 둘째는 가장 또 잘한일같기도 해요 큰애를 위해서도,,

 

저는 참 명랑하고 쾌할하고 재미있는 성격의 소유자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사람이었는데

결혼후 너무 우울한 생활에 성격도 많이 변한것 같아요

남편에게 실망할적마다 말한마디 하지 않는 성격이 되버린것 같기도 하고

 

5년동안 살면서 참 따로 국밥이구나 우리는,,,

물론 서른해가 넘도록  남남이었으니 그럴만도 하지만

생활양식이나 도 경계를 넘나드는 지역색과 하여간 참 많이 다르구나,,

말 억양부터가,,지금도 서로 못알아먹는 말과 시집과 친정에 가면 남편과 제가 통역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그런건 다 부수적인것 일거에요

결정적인건 저는 남편을 신뢰하지 못하고 믿음을 가질래도 가질수가 없어져버렸고

남편도 저의 그런맘을 어느정도는 알것이란 추측이 들고

서로 노력을 하려고도 하지 않고 그럴 마음이 서로 없다는데 있지요

 

살뜰하게 서로 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열열히 사랑해서 한 결혼도 아니고

정말 서로 소 닭보듯

이제는 정말 저는 애들아빠이기 때문에 생활비를 책임지는 사람이기에 같이 살뿐이고

남편은 고향에서 남들이목때문에 애들엄마이기때문에 같이 사는 사람뿐인듯해요

애들때문에 이렇게라도 사는게 옳을까요?

 

한달이면 반은 서로 말없이 살아내는 이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남편과 말을 못해 아까운게 아니라 인생의 관점에서 젊은 시절의 흐름이 아까워요

남편은 이혼은 생각하고 있지 않은듯해요

저는 애들을 제가 키우지 못하는 이혼은 생각할수 없구요

애들이 아직 너무 어려서 저 혼자 둘을 건사하기는 가능하지도 않구요

 

못산다고 날 속여한 결혼이니 사기결혼이라고

시집과 친정에 난리쳐서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도 않구요

 

그래서 좋은게 좋은거라고

제가 생각하고 있는건 애들 교육을 핑게로 저 혼자만 애들과 함께 도시로 나가는거에요

그건 제가 그동안 수시로 남편에게 물어봤는데

남편도 그러라고는 했어요

지금은 작은애가 너무 어린젖먹이고 또 지금 전세집에 저번달에 이사왔구요

한 이년있으면 작은애도 어린이집갈 나이도 되고하니

친정언니들이 있는 대도시로 가려고 맘먹고 있는데요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정말 남편이 미운것도 싫은것도 아니고

같이 살기가 싫어요

 

전 정말 인생을 행복하고 즐겁게 살고 싶은데요

오년동안 시집바로 옆에서 살면서 왔다갔다 이런저런 도움을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면서 무난한 며느리로 시집동네서 인정받으며 살아왔어요

시어머니 기사노릇 시어머니가 키우는 동서네 아이보모노릇까지 때로는 하면서요

시어머니랑은 사이가 참 좋은편인데 남편과 사이가 냉랭해지니 시어머니도 남같아지는군요

 

지금도 남편과는 냉전중이에요

시간 관념 약속관념이 빵점이라 그것가지고 한바탕 했거던요

제가 이렇듯 자기와 살기 싫어 너무 너무 심각한 상황인데도 남편은 그러려니,,

그냥 여편네의 삐짐정도로만 생각한다는거죠

제 맘속의 심각성에 대해 애써 모른척 하는건지 정말 모르는 건지,,

 

속시원히 말해주고 싶은데 내 마음을 ,,

말걸기도 싫구요 들을 사람도 아니에요

 

그래서 제 삼자에게 돌려서 말하는건 어떨까

멀리 사는 시누라던가,,

 

내일이 시집조카 생일이라 다 모일텐데 이렇게 냉전상태로 시집에 가기도 싫을 뿐더러

가서 연기하기도 참 껄끄럽군요

 

사는게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