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서프라이즈의 서영석 기자의 분석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간의 산티아고 한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여기서 성공적이란 말에는 두가지가 의미가 함축돼 있다. 하나는 국내정치적 측면이며, 다른 하나는 한미관계적 측면이다.
한미관계적 측면에서 보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쏟아진 외교적 수사의 성찬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복잡한 사정이 내재돼 있는 것이어서 꼭 성공인가 하는 점에는 다소 의문이 있다.
그러나 국내정치적 측면에서 성공했다고 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간기착지인 로스앤젤레스에서 밝혔던 몇가지 발언들에 대해 정작 미국보다도 국내의 극우신문들이나 야당이 더 호들갑을 떨면서 걱정인지, 저주인지 모를 얘기들만 잔뜩 늘어놓았던 것도 사실이고, 이번 정상회담 성과로 그런 단기적 기우들은 말끔히 걷힌 셈이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성공이 국내정치의 승리로 연결되는 아이러니
일단 속내야 어떻든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북핵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함으로써, 그동안 국내 극우신문이나 일부 인터넷 매체들의 저주는 결국 미국내 사정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것임이 증명됐고, 그것은 국내정치적 측면에서 일정한 성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주지하다시피 중간기착지인 로스앤젤레스에서
“북한에 대한 무력행사는 협상전략으로서 유용성도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
“대북봉쇄정책은 결코 바람직한 해법이 아니며 불안과 위협을 장기화시킬 따름이다”
“"(북한의) 붕괴를 기대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이 역시 체제위협에 직면했을 때 북한이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한국 국민들에게는 큰 재앙이 될 것이다”고 전제한 뒤
“(북핵문제 해결은) 대화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가이드라인을 설정한 바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가장 민감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주한미군 주둔문제와 관련해
“적어도 한국민도 자주국가로서의 자존심과 책임감을 가진 국민이라면 아무리 우방이라도 최전선 위험한 곳에 우방 군대를 배치하고 '우리를 지켜달라'고 하는 것은 좀 체면이 서지 않는다”면서
“무조건 (주한미군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나를 지켜 달라. 절대 떠나선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우방으로서 적절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내 극우언론들이 가장 경기를 일으킨 대목은 아마도 노 대통령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에 대해
“상당히 합리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가
“다시 한번 설명하겠다. 합리적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 이 대목을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고 정정하겠다”고 밝힌 것이 아닌가 싶다.
국내 극우신문들이 이처럼 경기를 일으키는 것에 대해 전문학자들은 ‘무지의 소산’이라고 설명한다.
노 대통령이 한 발언들은 미국내 고위관리들 사이에서도 자주 오가는 얘기이며, 미국 주류의 인식과 그렇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 대사가 정상회담 직전 이와 유사한 발언을 하면서 “정상회담은 잘 될 것”이라고 전망했던 것도 결국 이런 미국내 기류를 반영해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극우신문의 ‘과민반응’은 무지의 소산
표면적으로 한미 정상간의 만남이 순조롭고 우애(?)를 과시하는 것으로 끝남으로써, 국익이야 어떻든 대통령이 어떻게든 부시에게 ‘한 소리 꾸지람’을 듣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객관적인 팩트와는 거리가 먼 사실들만 나열해 놓았던 극우신문이나, 그런 극우신문의 장단에 ‘허수아비 춤’을 추었던 한나라당만 ‘동반 개망신’을 당한 꼴이 됐으며, 이런 것들을 감안하면 국내정치적으로 노 대통령이 일정한 승리를 얻은 것이라고 평가해도 무방할 것 같다.
한미관계란 외교적 측면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다른 무엇보다도 북핵문제를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수단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합의한 점이 그것이다.
언론발표문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노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40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내에 로스앤젤레스 발언과 유사한 설명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무력에 의한 해결방식은 결코 미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특히 선제공격과 같이 남한의 참화를 야기시키는 행위는 한국민이 용납할 수 없을 것이란 점도 외교적인 수사를 통해 전달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실 이런 식으로 미국이 한발 물러설 것이란 조짐은 이미 감지됐었다. 부시 대통령은 러시아 중국 일본의 정상들과 연쇄회동을 하면서 북핵문제는 6자회담의 틀 안에서 해결한다는, 이른바 다자간 해결원칙을 천명했었다.
미국의 정책이 다자간 해결을 모색한다는 것은 곧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교섭을 통한 해결이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반면 미국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언명은 곧 무력 사용이란 함축이 들어 있는 것이다.
북한 문제는 이라크와 달리 미국의 잠재적 가상적국인 중국과, 그리고 여전히 위상을 무시할 수 없는 러시아, 그리고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려 있는 국가로 인식되고 있는 일본이란 다자의 이익이 겹쳐지는 곳이어서 아무리 패권국가인 미국이라도 일방통행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미국이 다자간 해결을 강조한 것은 필연적인 수순일 뿐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노 대통령의 이와 같은 입장에 대해 무식한 국내 극우신문들의 ‘간절한 바람’을 저버리면서까지 ‘절대적으로(absolutely) 동의한다’, ‘좋은 지적'(good point)이란 여러 단어를 사용하면서 강한 동의의 뜻을 표한 심층적 이유에 대해서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이 무식한 극우신문들의 바람과는 달리 예정돼 있는 것이었다면, 결국 예정된 성공은 성공이 아니란 공식에 의해 그렇게 좋아만 할 일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은 예정된 것이었고 실제 그 속내를 살펴보면 이런 성공에 좋아할 구석은 별로 없으며, 정말로 난관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전망이 쉽게 도출된다.
강경파-온건파 분류는 단순무식한 이분법
사실 파월 = 온건파, 콘돌리자 라이스 = 강경파란 도식은 최소한 한미관계 혹은 북미관계의 전망에 관한 한 단순무식하기 짝이 없는 이분법이다.
북미관계에서 강경파란,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을 때 망설이지 않고 ‘파멸의 단추’를 누를 수 있는 사람을 뜻하며, 온건파란 단추를 누르기 전에 다만 몇초라도 양심의 거리낌 때문에 미적거릴 사람을 의미한다. 결론은 똑 같다. 단추를 누른다는 그 결론 말이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을 이라크 방식으로 처리하기에는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이라크의 늪에서 아직 허우적거리고 있는 실정이며, 무엇보다 동북아 주둔 미군의 재조정작업이 끝나지 않았다.
또한 동북아 전략의 핵심대상인 중국에 대해서 미국은 여전히 ‘전략을 짜기 어려운 상대’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산티아고의 부시가 당장 북한에 대해 강경한 발언들을 늘어놓을 이유가 하나도 없는 시점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미국은 북한 선제공격 후 정권 붕괴라는 전략을 전혀 포기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부시가 노 대통령을 만나 아무리 절대적으로 동의한다는 수사를 동원해본들 미국의 장기전략은 전혀 변할 기미가 없다. 다만 그때까지 시간은 충분하니까 그 시간까지 평화적인 해결점을 모색해본다는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문제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사실 가장 한미간에 민감한 부분을 건드려야만 한다. 그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불평등조약이며, 이로 인해 하위협정인 SOFA의 불평등성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이유로도 작용하고 있어 개정 필요성은 전문가들로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개정문제는 사실 한미간, 북미간, 그리고 남북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핵심적 사안이며 지극히 민감한 문제였었댜. 다만 여론을 독점하고 있는 극우신문들이 이러한 문제를 다루지 않았을 뿐이다. 그것은 미국의 동북아경영전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는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간의 회담에서, 발표는 되지 않았지만, 어떤 외교적 수사로 포장을 했든 이 얘기가 오갔을 것으로 추측한다. 노 대통령의 로스앤젤레스 발언 가운데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개정문제 언급됐을 가능성 있다
가령
“국내 총생산 규모가 세계 11위쯤 되는 나라라면 이제 자기 국방은 주로 자기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미국이 여러 전략적 필요에 따라 주둔군의 숫자를 줄이고 늘이는 문제를 융통성 있게 운용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이 그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
“무조건 주한미군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나를 지켜달라. 절대 떠나서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우방으로서 적절한 도리가 아니다”고 전제한뒤
주한미군 철수에는 반대하지만
“그 운용에 대해서는 한국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다만 내가 말한 융통성이라는 것은 동아시아에 있어서 주한미군 역할의 유연성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두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교적 수사란 복잡한 포장이 몇겹 싸여 있는 것이어서 즉각적으로 이해는 되지 않지만 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명백히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개정 필요성을 겨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국내총생산 11위의 국가가 국방을 자기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 대목은, 현재 한미상호방위협정에 따라 우리 국방의 요체인 전쟁상황 통제권을 미군이 쥐고 있는 현실의 개정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북한이 남한을 그동안 당사자로 여기지 않았던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특수성 때문이었던 측면이 분명히 있다.
즉,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해 대통령의 군 통수권은 제약되고 있다. 우리 군의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
즉, 대통령이 전쟁상태를 조절할 수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해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리언 라포트 ‘각하’는 미국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 주한미군이 열화우라늄탄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은 따라서 전시작전통제권을 쥐고 있는 주한 미군사령관보다 아래에 위치한 대한민국 군 최고통수권자 대통령을 우습게 알아 왔다. 북한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제약 때문에 한국군은 미군의 의지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봐 왔고, 주한미군의 열화우라늄탄에 대응하기 위해 핵을 개발한다는 논리를 편 적도 있었다.
노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에서
“핵과 미사일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수단이란 북한 주장이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고
민감하기 짝이 없는 표현까지 마다치 않은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겨냥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발언들이다.
북미간의 틈새에 낄 수 있는 가능성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입장은 어떨까. 미국은 일정하게 이러한 한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이미 50년이나 흐른 구닥다리로서, 과거 ‘형편없는 약소국 한국’과 냉전체제의 ‘초강국 미국’ 간에 체결된 불평등하기 짝이 없는 조약이란 점을 미국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하되 동북아 경영전략의 범주 속에서 바뀌기를 기대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집권 2기에도 노 대통령과 긴밀한 업무협조 관계를 유지하길 바란다”면서
주한미군 재조정문제와 관련해
“한미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규모 재조정에 따른 장비보강으로 방위를 더욱 강화하게 된 것을 평가한다”고 한 대목 역시 이런 문제에 대한 논의 없이 나오기 힘든 언명이다.
사실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의 북미관계, 지극히 공세적인 중장기전략에서 움직이는 미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틈새는 유일하게 이 대목밖에 없다고 나는 판단한다.
조선일보 같은 극우신문들이 들으면 또다시 경기를 일으킬지 모르지만, 나는 이미 한미간 외교안보채널에서 이 문제가 지속적으로 거론돼 왔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자주외교란 바로 이 대목에서 출발한다.
반기문 외교장관이 얘기했듯이 북핵문제 해결에서 우리가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할 수 있는 것도 깊게 보면 이런데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개정에서 출발되는 노무현 정부의 자주외교는 극우신문들의 저주대로 한미관계를 냉각시킬 수 있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대단히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국익에 따라 동맹과 다소 마찰을 빚을 수 있어야 주권국가로서 자격이 있다. 극우신문들은 입만 열면 주권국가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고 미국의 52번째 주가 되라고 저주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저주대로 갈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한미관계가 노무현 정부 들어 표면적으로 마찰을 빚는 모습을 보일 때 마다 극우신문들은 유사 이래 이런 불편한 관계는 처음이란 식으로 무식한 언설들을 퍼붓고 있는데, 한미교섭사를 한번이라도 펼쳐보았다면 그런 언설들이 얼마나 무지의 소치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부수립 이후 한미관계, 갈등기가 더 많았다
정부수립 이후 한미관계는 몇몇 특수한 시점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긴장상태가 아닌 적이 없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될 당시 이승만은 정전협정을 반대하고 북진통일론을 펼쳐 한때 미 국무부는 Ever Ready 계획이란 이승만 제거 음모를 꾸미기도 했으며, 박정희는 1 ·21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북한에 도발적인 행동을 마다치 않아 미 국무부의 두통거리이기도 했다.
특히 미국이 당황했던 것은 1968년 푸에블로 호 납치사건 이후 박정희의 북진계획이었다. 당시 미국이 특사를 파견했던 것도 박정희를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솔직히 나는 이승만을 제거하기 위해 꾸몄던 Ever Ready 계획이 박정희 시대에 부활해 결국 10 ·26으로 갔던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한미관계가 좋아진 것은, 아니 엄밀히 얘기해 미 국무부 한국과의 하부로 편입된 것은 전두환이 그 주범이다. 전두환은 광주학살의 범죄를 저지르고도 마치 조선의 국왕이 북경의 천자에게 승인을 받듯이 미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 군사주권을 완전히 포기했다.
그 이후로야 미 국무부의 한국과보다 못한 존재이니 무슨 마찰이 있을리 있었겠는가. 조선일보 같은 극우신문이 과거 좋았다고 평가하는 한미관계의 밀월이란, 사정을 알고 보면 이런 것에 불과하다.
어떻든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은 한국을 하나의 주권국가로 인정해 준 것이라고 나는 평가한다.
즉, 한국이 과거 전두환 노태우 시대처럼,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는 몸종이 아니라, 약간의 협상이 필요한 상대라고 다소 진전된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인식 변화는 김대중 정권이 비밀외교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그것이 노무현 정권 들어 정착단계에 들어서고 있는 셈이다.
내가 앞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표면적인 성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난관은 지금부터라고 했던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이다.
반기문 장관은 이번 정상회담을 평가하면서 “한미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고 표현했다. 부시의 ‘사탕발림식 표현’ 속에 새로운 이정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이정표는 비로소 주권국가로서 미국과 교섭하고 협상할 수 있는 시대로 들어섰고, 부시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썩 내키지는 않지만’ 그것을 인정했다는데 존재한다.
우리 정부가 보다 현명한 대미외교를 통해 2008년 파멸의 시간에 맞춰져 있는 미 국무부의 시계를 되돌려 놓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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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화담 대화록
(산티아고<칠레>=연합뉴스) 조복래 고형규 김범현기자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 오후(한국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를 포함한 대북 정책, 한미관계, 부시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다음은 정상회담 직후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브리핑한 내용을 토대로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분야별로 재구성한 것이다.
◇한미관계
▲노 대통령 =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다시 한번 축하한다. 그동안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 문제, 용산기지 이전 문제, 이라크 문제 등 어려운 사안을 한미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잘 해결해왔다. 부시 대통령의 재선으로, 앞으로 정책공조에 있어 긴밀한 가운데 안정적으로 추진해 나가게 돼 기쁘다.
▲부시 대통령 = 축하에 감사하다. 집권 2기에도 노 대통령과 정상간 긴밀한 업무협조 관계를 유지해 나가길 희망한다. 주한미군 재조정 문제와 관련, 한반도 안정과 평화유지에 지장이 초래되지 않을까 당초 한국측 우려가 있었음을 잘알고 있다. 한미 양국이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규모 재조정에 따른 장비 보강을 통해서 미국의 대한국 방위공약을 더욱 강화하게 된 것을 평가한다.
◇북핵 문제
▲부시 대통령 =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간 긴밀한 공조에 만족한다. 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가지고 있는 북핵 문제에 대한 민감성을 충분히 이해한다. 이 문제를 6자회담의 틀안에서 평화적이고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
▲노 대통령 = 6자회담의 틀내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기본 원칙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국 국민과 전세계인이 6자회담의 틀속에서 북핵 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코자 하는 미국 정부와 부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핵 문제가 한국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인데, 부시 대통령 2기에 있어서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 1번으로 삼아 한미간 긴밀한 협의 속에,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함으로써 6자회담 참가국 및 전세계 국민들에게 평화와 희망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부시 대통령 =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미국으로서는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가 긴요하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란.이라크 문제, 달러 문제 등 여타 중요한 문제 있지만, 한반도 문제를 `중요한 이슈'(vital issue)로 삼겠다.
▲노 대통령 = 한미 양국 국내에서 북한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있다. 전문가.언론의 시각에서 평화적 방법, 제재 등의 얘기가 나고 있다. 이런 것은 원만하고 순조로운 6자회담 과정에서 도움이 안된다. 현실적으로 북한이 6자회담에 참여하고 있는 당사국의 일원인 만큼 6자회담의 원만한 진전을 위해서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부시 대통령 = 전적으로 이해한다.
◇제2기 부시행정부 정책방향
▲부시 대통령 = 미국이 `강한 달러'정책을 유지함으로써 단기에 장기 적자 문제를 해결짓고자 한다. 내년 초에 이런 내용을 반영하고 은퇴 연금, 노후 건강보험 등 지원을 보강한 예산을 공표하고자 한다. 자유 무역 및 공개적인 무역은 전세계 경제에 낙관적 전망을 가능케 하고, 이는 한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노 대통령 = 경제 전망과 관련해서 우리 기업들의 우려가 있다. 세계경제를 주도해 나가는 미국의 메커니즘에 대한 믿음과 장기적 전망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미국의 신뢰를 주는 장기적 정책방향이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기타
▲부시 대통령 = 한국이 평화재건 부대를 파견, 이라크의 민주화와 재건을 지원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고 있는데 감사한다. 노 대통령이 보여준 강력한 지도력에 감사한다.
▲노 대통령 = 이라크의 평화정착과 조속한 재건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
▲부시 대통령 = 내년 11월 부산 APEC 정상회의시 노 대통령과의 재회를 고대하고 있다. `익사이팅'(exciting)할 것 같다.
▲노 대통령 = 내가 먼저 얘기하려고 했다. 내년 한국을 공식 방문해 달라.
▲부시 대통령 = 어제 양국 외교장관간 얘기가 잘돼 먼저 얘기하게 됐다.
▲노 대통령 = 그동안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노고가 많았다. 파월 장관은 앞으로도 한반도 및 북핵 문제에 대해 계속 관심을 기울이고 기여를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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