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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며 있었던일


BY 아침풍경 2004-11-29

아이를 키우며....

 

토요일 오후쯤이였을 거다.
아이들을 돌봐주고 계신 친정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우리 아이가 친구얼굴을 손톱으로 할퀴었다고...
그 아이 엄마가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고 한다.
얼마나 심하게 상처를 냈기에 저리 속상해할까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사건의 상황을 듣는 것은 다음문제고 일단은 다른 곳도 아니고 얼굴이라니 큰일이다 싶어 애들 아빠한테 전화를 했다.
지금 집에 좀 가볼 수 있겠냐고. 회의중이라 어렵다고 한다.
나 또한 회사에 메인 사람이라 매번 이런저런 이유로 일찍 퇴근한다고 말하기가 좀 껄끄러운 상황이다.
마침 토요일이라 금방 퇴근시간이니 그 쪽 집에 전화해서 죄송하긴 하지만 어려우셔도 병원을 먼저 갖다오시고 좀 있다가 찾아가겠다고 얘기를 전했다.
퇴근 후 부랴부랴 집에 도착했다.
내가 회사에서 집으로 도착하는 2~3시간동안에도 그 아이의 엄마는 여러 차례 전화를 해서는 우리아이 얼굴 어쩌냐며 울고 끊고, 또 전화해서는 우리 아이를 바꿔달라고 해서 뭐라 하고 끊고, 또 전화를 했기에 할머니가 일은 벌어진 거고, 아이엄마 아빠가 퇴근하는 데로 찾아가 본다고 했으니 좀 기다려달라, 아니면 내가 라도 지금 집으로 찾아가볼테니 사는 곳이 어딘지 말해달래 했더니 할머니는 필요 없다고 엄마를 보잔다며 멋대로 전화를 했다 끊었다를 너댓번은 했다고 한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이 아주 많이 상한모양이었다.

우리 아이한테 상황설명을 듣는다.
우리아이말로는 그쪽 아이가 자기 뒤에 서서 팔로 목을 휘감고 목을 졸랐고 자기는 순간 숨이 막혀서 두 손으로 허둥거리다가 얼굴을 할퀴게 되었다고 한다.

그냥 집으로 찾아갈까 하다가 전화를 해서 지금 간다고 미리 알려놓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쪽 집에 전화를 했더니 그 집 아이가 전화를 받는다.
좀 어떠냐고 물었고, 엄마좀 바꿔달라고 했다.
아이는 괜찮다고 했고, 엄마는 주무신다고 했다.
엄마랑 통화좀 할 수 없겠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주무셔서 안 된단다.
그럼 엄마가 일어나시면 전화가 왔었다고 전해달라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 다음 아이의 손톱상태를 확인했다.
아이가 아토피가 심해서 잘 긁기 때문에 항상 손톱은 짧게 깍아주는 편인데, 다행히 손톱은 길지 않았다.
그쪽엄마와 연락이 되어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그 아이 집에 도착했다.
우리 아이를 데려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면 사과를 시켜야겠기에 데려가기로 했다.
문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우리아이를 다그친다.
난 제일먼저 그쪽아이 얼굴부터 살폈다.
얼굴에 흉터생기지 말라고 파스같은것을 양쪽 볼에 큼지막하게 붙치고 있는걸 보자 상처가 크게도 낫나 보다 싶어 또 한번 가슴이 철렁한다.

괜찮니? 놀라지 않았니?로 말을 시작해 병원에는 갖다오셨냐고 물었더니 토요일 오후라서 아직 못 갔노라고. 제가 직접 아이얼굴을 좀 확인해봐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그리하란다.
파스를 떼려는 순간 떨림에 가슴은 두방망이질을 한다.
파스를 뗀 순간 난 그 아이가 많이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쪽엄마가 좀 유난 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쪽엄마가 하도 울고불고 애 얼굴 어쩔 거냐고 난리를 피워서 오죽 심하게 상처가 났으면 저럴까싶어 그쪽아이 얼굴성형시켜줄것까지 계산에 넣고 찾아갔는데, 그 아이 얼굴은 그냥 우리가 일상에서 살짝 긁혀서 맨 위 상피부분이 긁혀진 상태와 긁혔으니 약간 붉어진 상태였다.
이 정도면 흉터가 남을 정도도 아닐뿐더러 우리아이의 일방적인 행동이 아니었음에 저리 막무가내로 울고불고 할 일도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었지만 내가 의사도 아니고, 별일 아닌데라며 내식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 조심스러워 뭐라 말해야 할지 잠깐 망설였다.
그쪽아이엄마는 내가 마흔 다돼서 낳은 아들이라 얼마나 귀한 줄 아느냐?
전번 살던동네에서도 아이를 귀찮게 구는 아이가 있어서 아이를 위해서 이사까지 했다며 귀한 아들임을 누누이 강조했다.
난 왜 우리아이가 그쪽아이얼굴을 할퀴었는지는 알고 있냐고 물었다.
들었다며. 목을 조르면 뭘 얼마나 졸랐겠냐며, 자기 아이한테 너 정말 쌔게 아프게 졸랐니? 라고 물으니 그 아이는 "아니"라고 한다.
게다가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이 광경을 보시고 둘 다 에게 꾸중을 하셨다며 이게 어디 우리아이가 꾸중들을 일이냐고 나의 치맛바람에 의한 선생님의 편파적인 판정이 아니냐는 식으로  얘기를 몰고 갔다.
직장 다니다 보니 시간이 없어서 죄송하게도 아직 담임선생님 얼굴도 실제로 본적이 없다고 했다.

그쪽엄마는 우리 아이를 보는 순간 자기 아들보다 훨씬 작은 우리아이한테 당하고 왔다는 생각에 화가 났는지 그 자리에서 저렇게 작은애한테 당했냐며 자기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실제로 그쪽아이는 우리아이보다 머리하나는 더 있는데다가 덩치도 2배는 족히 되어 보였다. 그런데도 우리아이의 숨이 막혀서였다는 항변은 계속 뒷전이었고 자기아들의 얼굴에 상처가 남았다는 것과 마흔에 낳은 귀한 아이라는 이유로 계속 나와 나의 아이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우리아이는 외상의 흔적이 없다는 것과 내가 마흔에 낳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천한아이(?)로 전락해버렸다.

이쯤 되고 보니 이 엄마와는 말은 할 수 있어도 생각이나 마음이 통하는 대화는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확실해졌다.
생각이나 마음이 다른 사람과의 말은 늘 소란스러움과 억척스러움을 동반한다.
소란과 억척을 떨어서 내아이의 정당성을 입증받을수 있을 것 같지도 않기에 아이의 얼굴에 상처가 나지 않게 치료를 잘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인 것 같다며. 그쪽아이에게 날씨가 더워지는데 파스를 붙이고 있으려면 좀 답답하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야 멋진 얼굴로 돌아갈수 있으니 좀 참자고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해서 서로 모른 체하지말고  더 잘 지내라고, 혹시라도 치료비가 많이 나오면 부담을 할 의사가 있다는 말을 하고 돌아왔다.

 

나 또한 우리아이가 유치원에서 아이들끼리 놀다가 상대편아이가 손톱으로 우리 아이의 안구를 긁은적이 있었는데 다행히 긁힌 위치가 약간 비껴가서 실명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안과 검진은 받아야한다는 큰일이 있었지만 아이들일이라 정확한 책임소지를 논할 수도 없고, 이상이 없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그쪽엄마는 또 얼마나 놀랬을까 싶어 괜찮다고 내 쪽에서 전화를 한 적도 있었다.
내가 착해서도 유해서도 아니다. 아이 키우는 마음이야  다 똑같다고 생각했기에 한 행동이었다. 내 아이가 가해자가 될 수도 또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게 아이들일이기 때문에.

 

아는 엄마들을 만나서 이런일이 있었다고 얘기했더니 뭐가 부족해 그리 굽히고 들어갔냐며 요즈음 그런 일로 전화하면 치료하고 치료비 청구하라는 식의 엄마도  많다고(?) 한다.

 

나 어릴 적에는 아이들간에 다툼이 있었다 해도 엄마들간에 서로전화해서 이 사실을 아느니 모르느니 식의 전화통화도 하지 않았던 것 같고, 또 전화가 오면 먼저 내 아이먼저 꾸짖고 그런 일이 없도록 단속시켰던 것 같은데...

 

나는 내가 먼저 사과하는 일이 나 못났습니다하고 인정하는 것처럼, 내 아이 기죽이는 일처럼 잘못된 생각을 갖고 살지 않았나 반성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