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432

강간을 권하는 사회


BY 격암(펌) 2004-12-10

강간은 단순히 성욕과 욕구 충족을 위한 폭력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권력의 문제이다. 
언젠가 본 다큐멘타리에 의하면 강간을 당한 여성 혹은 남성의 경우 가장 커다란 문제로 등장하는 것은 '강압된 상태였다'는 점이다.
강간은 '상대방을 모욕해서 우월의식을 자랑하는' 행위인것이다. 
 
저 먼 어떤 나라에서는 뺨을 친다던가 침을 뱉는게 인사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모욕적인 행위다.

대개의 문명사회에서 본인의 의사에 반해 성적인 관계를 맺는 다는 것은, 한 사람의 성적인 수치심 이전에 인격적인 말살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이번 밀양사건에서 처럼 다수의 남자들이 집단으로 그랬다는 것은 거의 상상할수있는 한도내에서 가장 극단적인 인간에 대한 말살행위를 한 것이다.
이는 한인간의 정신을 파괴하기에 충분하며, 그들은 정신적 집단 살인을 저지른것이다.
 
이번일에 대해 매우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것은 소문으로 들려오는 가해자의 부모나 경찰의 태도라고한다.

즉 밀양물을 흐렸다던가하며 오히려 피해자에게 폭언을 한다던가 이런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는 가해자가 여자경찰을 요청했음에도 강간당하는 상황에 대해 남자경찰에게 설명하게 하는 일을 저지른 것이다.

가해자들이나 그들의 부모도 별로 반성하는 기미가 없으며
이들이 훈방으로 결국 줄줄이 풀려났다는 것도 그렇다.

한남자가 한여자를 강간하면 훈방으로 풀려날리가 없다. 한집단이 한여자를 강간하면 훈방이 된다는 논리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 진것인가.

내게는 마치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수 없다는 논리나 걸핏하면 나오는 대세론을 떠올리게 한다.
 
이 모든 것은 인권을 천시하는 풍조에서 나오는 것이며 물질과 돈만을 숭상하는 풍조에서 나오는 것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정신적 피해를 인정하지 않을때 인권이란 결국 외상을 입히는 고문을 하지 말자는 피상적인것에만 머물뿐이고 정신적 피해란 돈이나 좀 던져주면 되는 사소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강간당한 여자를 품행이 나쁜 여자로 폄하하고 정신적인 파괴행위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그들의 그런 잣대는 스스로의 자식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부모들도 자식이 어디가서 남자에게 차여서 돌아오기만 해도 그런 나쁜놈이 있냐며 분노할것이 뻔하다.
 
우리는 오징어로 사람얼굴을 치는 국회위원에게 분노한다.
그런데 우리는 한집단이 한여자를 유린한 사건에 대해서는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가.

물론 세상에 살인사건과 강간사건이 흔하기에 그런 사건이 있을때마다 흥분한다면 정상적으로 살아가기 힘들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전세계적으로 외신을 타고 있을 만큼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으며 이미 한국의 인권수준에 대한 상징으로 변해가고 있는 듯하다.

이번 사건이 유야무야된다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세계에게 우리는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할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닐까.
 
중요한 것은 피해자에 대한 철저한 보호일것이다.

이미 신원은 실질적으로 공개된 셈이라고 하나 보호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야 할것이다.
그위에 이사건의 진상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해서 왜 이런일이 있을수 있었는지 국민적으로 납득할만한 설명과 조치가 있어야 한다.
 
나의 자식이 아프다면 남의 자식도 아프다.

자기 자식을 감싸느라고 남의 자식의 아픔을 외면하는 그런 마음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사회가 살기 힘든곳이 된다. 결국 그래서 지역이기주의가 생기고 공교육이 무너지는 것 아닌가?

우리사회의 무참한 현실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