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어머니 소개 드릴게요.
부잣집 맏딸로 태어나, 당시 그 마을에서는 제일 부자이던 시아버지를 만나 축복속에 결혼하셨지만, 노름으로 평생을 보내시는 남편 덕에 그 많은 재산 다 날리고, 언제 또 사고가 터질까 잠시도 맘을 놓치못하고, 그저 착한 딸, 아들 키우는 재미에 사셨지요.
내가 저 아들 안 낳았으면 사립문 부셔져라 쫓겨날판이었는데....말하던, 보기만해도 든든한 장남 아들 선 본날, 며느리감이 너무 맘에 드셔서, 사양하는 사돈댁 식구들을 억지로 끌고 근처 식당으로 들어가셔서, 이 집에서 제일 비싼 음식 빨리 내오라 소리 치셨지요.
결혼하기 전에 밥을 한 번 정식으로 안 해본 막내딸을 맏며느리로 보내게 되어 친정엄마께서 미안하다 말하자,
우리딸도 내가 그리 키웠으니 아무 염려말라시며, 공부는 어렵지만 살림 배우는거야 뭐 어렵야며....대답하셨읍니다.
첫 제삿날, 서투른 맏며느리 제사상에 올릴 생선머리를 건드려 툭 잘라놓고 안절부절 못하자, 원래 이런 거는 우리끼리 수술하는 거라며 산적 꼬챙이로 머리를 잇어놓고는,대신 비밀로 하자고 하셨읍니다.
살림을 몰라도 너무 몰라 국에 들어가는 무우가 깍두기마냥 되어도 시원해서 좋다며, 씹는 맛이 있다면 오히려 칭찬하셨읍니다.
시어머니 첫 생신인데, 처가에서 단체로 가는 제주도를 아들이 가고 싶어하자, 내 생일이 뭐 한두번에 끝이 나것냐 , 다음 생일에 잘하믄 되지 하시면서, 얼마전 신혼여행으로 갔다 온 제주도를 철 없는 맏며느리가 또 가겠끔 등을 떠다 미셨답니다. 여행가기전 생일 치루면 번거롭다고 생일을 미리 치루지도 않아 한평생 맏며느리 가슴에 죄스러움을 안겨 주셨지요.
맏며느리가 턱허니 첫 손자를 놓자, 너무 좋으셔서 3일밤을 새우셨다며, 더이상 잠을 못자면 손주얼굴 다시는 못 보겠다며, 시아버지 끌고서, 보약이랑 금일봉이랑 챙겨 오셔서는, 딸 구환하는 늙은 안사돈어른에게 너무 일찍 올라왔다며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하셨읍니다.
어느날 소머리를 푹 고아서는, 맏며느리를 식구들 몰래 불러 "이게 제일 맛있는건데 누구 입에 들어갈지 모른다며, 싫다하는 맏며느리 입에 억지로 소 혀부분을 먹게 하셨읍니다.
제대로 맏 며느리 노릇을 못하는 며느리가 미안해서, 가끔씩 전화대신 편지를 올리자 그것이 너무 좋으셔서 동네 방네 편지를 보여 주시고는 어느날 "며누리 보아라" 하며 평생 써보신적이 없다는 편지를 연필 꾹 꾹 눌러가며 직접 답장을 해 주셨읍니다.
하루는 길을 건너다 트럭에 의해 다리를 다치셔서 오랫동안 입원하셨는데, 미안해하는 운전수에게 다시는 찾아 오지말고 열심히 돈이나 벌어라시며, 늙은 사람이 길을 잘못 건너다 그리 되었다며, 오히려 미안해 하셨읍니다.
사고 소식을 듣고 서울에서 당장 내려오려는 아들 내외에게 병원에서 잘해주니 아무 염려말고, 회사 빠지지 말고 주말에나 내려 오라며 호통을 치셨읍니다.
주말에 아들 며느리 내려오자, 모처럼 병상에서 일어나셔서 손자들이 케첩이 있어야 밥을 먹는다며 시아버지와 오히려 손주놈들 반찬거리를 걱정하셨다 합니다.
다리 전체를 기브스 하셨는데, 국산보다 외제가 좋다 하여 외제로 기브스를 하시면서 "내가 외제옷을 한번도 안 입어봤는데 이번 참에 비싼 외제옷을 입었다 하시며 자랑하셨읍니다.
명절이면 내려 오는 아들 차 트렁크는 이때까지 모아오신 깨며, 참기름이며, 시골에서 구한 댤걀이며, 감자며 두루마리 휴지꺼정....아들이 이걸 좋아라하는 마누라에게, 나르기가 너무 힘들다며 아무 선물도 없는 처가에 빗대어 엄살피게 해 주셨읍니다.
처음으로 아들집에 다니러오셔서,징그럽다며 생선을 안 만지는 철부지 마누라 대신 아들이 매운탕을 끓였는데, 다 아시면서도 속아주시고 며느리 매운탕이 맛있었다고 두고 두고 칭찬을 하셨읍니다.
가까이 살게 될 둘째며느리를 보시고는 이세상에 부러운게 없다며, 멀다는 핑계로 명절에만오는 큰 며느리에게 너도 이제 고생 끝났다. 혹 제사나 명절때 못 내려오더라도 아무 염려말라시며 신호를 몰래 보내셨읍니다.
그런데
이제는 늙어서 사고를 못 치시는 시아버지와 일은 못하지만 마음은 착하기에 용서되는 큰며느리와, 이쁘고 마음도 착하고 일도 척척 잘하는 둘째며느리를 보시고 일생 최고의 행복을 누리시려다 일년도 안되어 그만 위암에 걸리셨읍니다.
그 연세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대수술로 위 전부를 잘라내시고, 15일만에 또다시 대수술을 하시고 8개월을 고생만 하시다 지금은 편안히 천국에 누우신 우리 시어머니.
수술후 손자놈 둘 데리고 병구환하러 온 큰며느리를 , 정신이 드실 때마다 손 꼭 잡아주시며 고맙다며 너 은혜는 못 잊는다며 힘을 주시던 시어머니.
8개월만에 돌아가시어 이제는 홀가분하게 제 생활로 돌아갈 큰 며느리 무덤가에 널부러져
남들도 이해못하겠끔 울고 또 울게 하신 시어머니.
크리스마스 즈음에 돌아가셔서 크리스마스 캐롤을 들으며 큰며느리 울게 만드는 시어머니.
당신아들 사진을 은근슬쩍 내 보이며
이런말 하지말라 했지만 내가 봐도 너무 미남인걸 어쩐냐? 하실때 맞아요 대답하며
속으로는 푸핫핫 하고 웃고 넘긴 맏며느리 맘 눈치챘셨을라나?
맛있는걸 만들면 가난한 이웃부터 챙기시는 어머니를 처음에는 이해 못하고 속으로 아까와하던 큰 며느리 맘 이미 눈치채고 계셨을라나?
어머니 병환중에 드셨어야 할 고깃국물을 꾸중물인줄 홀라당 버렸다가, 시아버지 호령이 무서워 시침 뚝 떼고 속으로 가슴 졸이던 며느리...아마 내 얼굴 보고 다 아셨으리라.....
아파 누워계신데도 머리카락 줍는다고 늘 청소를 해대던 며느리, 속마음은 어린 내 자식 그거 먹게 될까봐 그랬다는걸 다 알고 계셨으리라.
이제는 먼곳에 있어 생전에 이뻐해주시던 맏며느리 제삿상도 직접 못 차리는데 그래도 옛날처럼 다 이해하신다며 천국에서나마 웃고 계실란가?
이제 며칠 있으면 시어머니 기일인데
가보지는 못하고 하염없이 옛 생각에 젖은 맏며느리 어디선가 보고 계실란가?
지금도 어느곳에선가 이뻐해주실거라 베짱 좋게 믿는 철없는 맏며느리를 그럼 그렇고 말고 하며 대답해주실란가?
홀시아버지 모시고, 대신 제사까지 지내느라 고생하는 둘째 동서에게 말로 제대로 고맙다고 표현도 못하는 자격없는 맏며느리를 나무라고 계실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