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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칼럼] ‘X파일 파문’과 언론의 적반하장


BY 박상아 2005-01-22

연예인 X파일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요 며칠 그 문제를 다루는 언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언론의 무반성적이고 무책임한 태도와, 사건을 피상적으로만 접근하는 땜방식 보도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사이버문화와 네티즌이 마치 문제의 핵심인양 ‘사이버테러’와 네티즌의 양식에만 문제의 초점을 맞추는 것은 분명히 본말의 전도다.

2000년 한 연예인의 비디오 파문과 관련, 기자회견장에 몰려든 취재진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언론은 마치 아무 상관 없는 양 네티즌을 탓하기 바쁜데, 따져보면 그건 ‘자기 얼굴에 침 뱉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애초에 우리나라 방송사와 언론사 기자들 대부분이 직접 참여해 인터뷰하여 만든 문건이 X파일 아닌가?

온갖 뒷소문과 사생활에 대한 치졸한 언급, 그리고 사람을 별점으로 매기는 조악한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이 문건은 바로 우리나라 언론사와 방송사가 연예비즈니스에 의존해 돈을 벌어들이는 그 업계의 평균적 수준과 한계에 다름 아니다. 온갖 스포츠지와 연예가뉴스, 온갖 연예인이 나오는 게임프로의 양산, A양, B군으로 알파벳놀이를 하는 스캔들 기사들로 한국의 방송사와 스포츠신문들은 매출을 불려왔다.
그러한 풍토에서 바로 그 스포츠신문의 기자들이 참여한 연예인 파일이 유출되어 파장을 일으키게 되었는데 그것이 어떻게 네티즌 탓인가?

네티즌이 기자들을 불러 그 문서를 작성했나? 그리고 애초에 기획사 직원이 아닌 네티즌이 그 문서를 사이버공간으로 유출했나? 그리고 막말로, 네티즌이 연예비즈니스에 목줄 걸고 CF다, 스타 기용이다, 몇십억씩 반사 이익을 챙기며 돈을 벌어들이는 존재인가?
문건의 생성과 유출은 전적으로 언론과 광고기획사 그리고 공생하며 돈 벌어들이는 연예기획사에 일차적 책임이 있는데 이제 와서 네티즌을 “얼굴 없는 네티즌의 테러”라 몰아붙이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 아닌가? 그러면 네티즌은 그런 문건이 사이버상에 흘러들었을 때 마치 글을 모르는 문맹자처럼 읽지도 못하고 있길 바라는 건가?

요즘 언론의 네티즌에 대한 비난은 자기 잘못을 뒤집어씌울 희생양을 바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럼 네티즌은 자기들이 주입한 스타 이미지에만 헤벌레해서 CF보고 물건이나 많이 사주는 호구이기를 바라는 것 아닌가.
네티즌을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요 몇년 동안 급격하게 커버린 한국 연예매니지먼트 비즈니스, 그리고 상업화된 방송풍토에 대한 심도 있는 반성적인 기사는 하나도 없는 것을 보면 한국 언론의 뉴스를 다루는 수준이 아직도 피상적인 냄비로만 치닫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연예인 X파일에 분명하게 드러난 한국 언론 그 자체의 연루조차도 덮어버리고, 네티즌만 비난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 씁쓸하기 그지없다.

“책임지지 않는 얼굴 없는 네티즌의 사이버테러”로 비난하기에 앞서 자기에게 돌아가야 할 책임을 그 얼굴 없는 네티즌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았으면 싶다.
연예인과 언론의 성토가 분명히 드러난 책임소재인 우리나라 광고계의 일인자 제일기획이 아닌 네티즌들에게 쏟아지는 있다는 점도 유감이다. 힘 있는 자의 잘못에 침묵하고 굴종하는 태도를 보이고 반대로 힘 없는 자에게 근원적으로 책임을 묻는 우리나라 언론과 연예계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영이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