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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영재 시험


BY 늘엄마 2005-02-03

12월 중순이었을게다.

12시 15분이면 학교에서 올 녀석이

30분이 넘어 전화가 왔다.

 

"엄마, 여기 교실인데요. 선생님께서 영재선발고사를 보래요.

저. 그거 보고 가도 돼요?"

"음.. 선생님께서 봐보라고 하시면 선생님 말씀대로 해라"

"그럼, 미술 학원에 늦게 간다고 전화 좀 해 주세요"

 

우리 아들 하루 스케줄 관리를 스스로 한다.

일주일에 두 번 가는 미술 학원도..

어쩌다 학교 일로 빠지게 되면 녀석이 알아서 보강 날짜 잡아와서 통보한다.

 

또래 아이들 보다 크게 손 가지 않게 커 주는 편인 듯 싶다.

암튼 그날 그렇게 1차 시험인 논리력 시험을 보게 되었다.

한... 일주일쯤 뒤..

지원서와 뭐 신상 명세서 적는 종이를 가져와서..

5학년에서 한명 뽑혔는데 그게 녀석이란다.

 

그렇게 하여 학교장 추천을 받아 2차 시험을 1월 중순경에 봤다.

수학과 과학 .. 두 과목을 봤는데..

집안에 박혀 있는 나에게.. 정보가 있을 턱도 없고...

인터넷에서도 이런 영재 시험 기출문제는 없는듯 하여...

평소 실력으로 보는 시험 인가부다.. 체념을 하였다.

수학 10문제.. 에 90분 시험 시간..

모두 주관식이란다.

과학 12문제에.. 90분.. 이것도 모두 주관식..

녀석 말로는 ..수학은 경시대회 수준이었다고 하고..

논증하라는 문제도 있었다고 하고..

과학은..

과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하는 논리력이랄까..

이산화탄소가 식물에 미치는 것을 실험을 제시하여 논증하라.. 이런식..

내가 직접 문제를 보지 않아.. 딱히 설명을 못 하겠는데..

암튼.. 하루이틀 준비해서 적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1월말쯤..

운 좋게도 2차 명단에도 들었다.

내일이 3차 시험이 있다.

심층 면접과 발달검사, 적성검사, 지능검사란다.

 

오늘 녀석과 심층면접 준비를 해 봤다.

녀석은 문과 성향이 강한 아이인데..

직업을 물어 보면서...

될 수 있음.. 수학과 과학을 배워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

말해 보라고 해봤다.

 

그러면서.. 양심에 찔리는 듯 하여... 잠시...미안도 했다.

그리고. 녀석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 주었다.

교육청에서는 수학과 과학에 대한 소질이 있는 아이를 선발하여

1년동안 영재 프로그램을 짜 놓고 아이들에게 수업을 무료로 해준다.

 

엄마는 우리 아들이 영재선발에 최종적으로 뽑이지 않아도 슬프지 않지만..

엄마는 이왕 꼭 아들이 뽑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료 수업에 마음이 끌려서도 아니고..

영재선발 대열에 끼여서도 아니다.

우리 아이는 이과 보다는 특히 수학은 영어나 국어에 비해..

덜 흥미로워 한다.

 

그래서 유능한 지도교사들과 좀 한다는 애들의 모듬속에 우리 아이가 끼어

그들과의 수업에서 녀석이 발견하지 못한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이런 기대..

이 정도의 기대는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녀석은 생물학자가 되겠다고 답한다.

난.. 막연한 생물학자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제시해보라고..30분 정도의 생각할 시간을 준다고 하고..

안방으로 들어왔다.

 

30분쯤 흐른뒤..

녀석이 안방에 들어온다.

 

내가 면접관이 되어 질문을 던졌다.

"수학과 과학을 배워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우리 아들 30분동안 생각해서 답변한 이야기다.

 

"저는 생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인간이 대부분 말과 글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듯이

동물도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저는 생물학자가 되어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동물들의 의사소통 방법을 연구하고 싶습니다.

 

그것을 알아내려면 끊임없이 동물들이 내는 소리와 특이한 행동의 공통점이라든가

규칙을 찾아 내어 분석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물과 대화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멋진 일이라는 것을 벗어나서 인간의 생활에 큰 영향을 줄수 있습니다.

 

전 기초학문인 수학과 과학을 통해 그런 연구를 하여

이번에 동남아에서 일어난 해일 피해 같은 자연 재해들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유능한 생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좀.. 자연스럽게 해라..

다시 퇴짜를 놓았다.

녀석 나에게 엄마는 넘.. 쫀쫀해요.. 한다.

 

아.. 녀석이..내일..  잘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