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름 | 김명주 | 2005/03/06 |
| 제 목 | 絶對善에 대한 망상과 선악의 이분법-당내 민주주의 수호를 다짐하며 | |
| 한나라당이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안을 합의해주기로 결정한 것에 대하여 이에 반발하는 의원들의 농성, 단상점거시도, 단식투쟁, 당직 사퇴 및 국회의원직 사직 등 일련의 사태로 지난 4.15총선 이후 가장 힘든 시련을 겪고 있다. 나는 행정수도이전 위헌판결과 관련한 대안으로서 원래 한나라당이 내놓았던 연기공주를 과학교육도시로 만들고 이에 더하여 필요하면 이와 관련된 정부부처를 옮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다면 충청지역을 대전, 연기공주를 중심으로 특색 있는 지방분권의 모범지역으로 재탄생시키게 되고, 이것을 표준으로 다른 여타 지방도 나름의 특색 있는 지방분권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이 여당과의 합의 과정에서, 경제부처까지도 옮겨가는 것으로 합의가 되었고, 의총에 부쳐졌다. 나는 이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당 지도부가 고심 끝에 결정하고 또 정치란 상대가 있는 것이기에 합의안을 당론으로 하는데 찬성을 하였다. 다만 이 당론이 한나라당이 일사불란하게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의원 개인별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이른바 “권고적 당론”이 된다면 이를 반대하는 의원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전 오후의 격론 끝에 표결로 정한 당론에 대하여 이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의원들이 농성을 시작하였고, 재의결 주장에서 4월로 연기하자는 주장으로 옮기면서 당의 지도부를 흔들기 시작하였고 결국 정책의장께서는 표결이 예정된 당일 정책의장직을 사직하고 만약 합의안이 통과되면 국회의원직을 그만 두겠다는 배수진을 치며 당론변경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큰 이론 없는 법률들을 통과시키고 나서, 최종적으로 당론은 변경 여부를 다시 논의하는 중 여당은 일방 통과를 시도하였고 반대파 의원들은 물리력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사태가 벌어져 일반 의원들이 입장 할 때는 거의 표결이 끝나가고 있었다. 나는 착잡한 심정으로 자리에 앉아 명패를 던지며 서류 뭉치를 던지고 표결 이후 애국가를 부르는 동료의원들을 지켜보았다. 나는 그 분들의 이 합의안에 대한 문제의식은 충분히 공감한다. 또 그 분들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하여 온 몸을 던져가며 싸워 오신 점은 존경해 마지않는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서 후배의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은 자신의 생각만이 절대선이라는 아집과 그에 따르지 않으면 역사와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하는 선악의 이분법이다. 정책여부가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고, 미래예측이 맞을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판단 문제를 선악의 문제, 가치의 문제로 가져가면 그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을 인정해 줄 공간이 없어진다. 그래서 이번 합의안을 당론으로 인정해준 사람들을 역사의 배신자, 정치 야합꾼, 대권에 눈이 먼 사람들이라는 선악적이고 가치적인 딱지를 붙혀 투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민주주의란 대화와 타협의 예술이고, 또 상대방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가능한 제도이다. 예전의 독재정권과 같이 총칼로 권력을 잡고, 공천권 등으로 반협박하는 등으로 당론이 정해졌다면 이에 대항하여 온 몸을 던져 싸우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투쟁일 것이다. 그러나 당원들에 의하여 선출된 당대표이고 또 의원들에 의하여 선발된 원내대표이며, 충분한 토론을 거쳐 2/3이상이 재석한 가운데 다수결로 통과된 당론을 이를 폐기하겠다며 투쟁하는 것은 그 정치적 목적과 이익이 어디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하여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지난 대통령 탄핵 당시 본회의장에서 불려졌던 애국가와 이번의 애국가가 국민들의 가슴속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것이 단순히 언론보도 탓으로만 돌릴 것인가. 이 정권이 국민들로부터 정당성을 부여받고 있고, 한나라당의 당론이 민주적으로 정해졌는데 이를 물리력으로 뒤집으려고 하는 시도를 지금 21세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용납하겠는가. 또 다른 시대와의 불화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박대표를 사퇴시키려고 하는 시도는 “당내 민주주의의 수호”라는 관점에서 단호히 거부할 것이다. 이번 특별법이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하여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는 내용적인 것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고 또 대국민설득을 하는 것이야(심지어 의원직을 사직하는 것 또한) 의원 개개인의 소신과 철학의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제거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이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퇴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한나라당의 당내 민주화 정도가 더 성숙되어 질 것을 기대한다. 이제 분명 한나라당 내에서는 지난 시절의 제왕적 상명하복식의 리더십이 사라졌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 빈 공간에 21세기에 걸맞는 민주적 리더십이 아니라 또 다른 독선의 리더십이 용납되어서는 결코 되지 않을 것이다. 2005. 3. 5. 국회의원 김 명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