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컴퓨터 전원을 올리고 나를 부팅한다 부드럽게 시작한다 "양 많게, 그리고 진하게 탄 프림커피로 하시지요~" 암호가 해동하는 사이 어수선한 책상 위의 풍경들이 왜 그리 너는 커피색깔 이냐고 묻는다 굵은 커피 두 스푼에 머그잔 넘치도록 욕심을 휘저어보지만 뒤섞임 뒤에도 채 녹지 않는 욕망의 잔해들이 손사래를 치며 둥둥 떠다니고 젖은 생각의 오선지를 타고 흐르는 알싸한 향내 몸 속의 시린 세포들이 한 겹씩 눈을 뜬다 향기가 조금씩 켜질 때마다 감각의 바다에서 간신히 숨을 쉬기 시작하는 나른한 입맛 저 일상의 포자들 벌써 세 잔째 나를 고봉으로 마시고 있다 커피가 나를 마셔대는 동안 나의 생존여부를 확인하는 전화벨이 연달아 울리고 단음절로 와 닿는 소식들 아침은 저렇듯 늘 같은 속도로 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