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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살림을 해보시더니


BY 느끼셨나봐 2005-05-10

울시엄니 절약이란건 모르고 사시던 분이었읍니다.

저희식구가 함께 시동생까지 한집에서 살때 시엄니는 물론 시동생조차도 생활비 한푼

안내놓고 살았죠.

첨부터 함께 살았고 남편이 모든 생활을 책임지던차에 결혼했던터라 이유붙이기도 싫었고

그냥 그렇게 하는건가부다 하고 저도 생각했구요.

넉넉한 살림이 아닐뿐더러 절약하면서 살던 내 생활습관과 울친정엄마의 잔소리를 늘 듣고

자란 저는 그저 빈방에 불켜져 있으면 가서 끄고 물넘치면 가서 잠그고 겨울에 보일러도

가능한 팡팡돌리지 않도록 타이머 맞춰놓고 그렇게 살았더랬죠.

그러기를 11년만에 분가해서 나왔습니다.

시엄니도 시동생도 버는 사람이고 저희는 막말로 땡전한푼 없이 살림 그대로 두고 나와야

하는 형편이었던지라 대출받아 살집마련하고 해야 해서 생활비는 못드리겠노라고 했죠.

그렇게 시엄니 생활을 모른척하고 살았읍니다.

돈벌이 한다는 시동생은 두어달 지나면 그만두기를 지금 십수번째....

사실 시엄니가 혼자 벌어서 시동생 치닥거리까지 하고 있는 셈이죠.

처음 울시엄니 생활해보시더니 가스비 장난 아니게 나오고 전기요금 장난 아니게 나오니까

그동안 저더러 살림하느라 애썼노라고 비로서 한말씀 하시더군요.

얼마전 주방에 등이 안들어온다고 해서 등기구 사가지고 갔더랬습니다.

좁은 목욕탕에 커다란 고무다라를 갖다 놓으셨더군요.

시동생이 아침저녁으로 샤워하고 그러다보니 가스비도 그렇고 수도요금도 많이 나와서

지금 시동생 지방에 내려가고 혼자 지내시는데 수도꼭지 조금 틀어 물똑똑 내려오는 걸로

받아서 쓰신다고 하네요.

시동생이 겨우내 집에서 놀면서도 아침저녁으로 샤워하고 보일러 펑펑 돌려대서 저희세식구가 함께 살때도 그만큼 안나오던 가스요금 나왔대구요.

이제서 시엄니가 직접 살림을 해보시니까 절약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셨나봐요.

그전엔 물넘쳐도 나몰라라, 불꺼놓고 나와도 천연덕....어떤땐 밤늦은 시간에 불켜놓고 나와서 아침까지 그렇게 있구 물넘는 소리에 잠에서 깨서 잠근적도 여러번이었구요.

워낙 살림엔 젬병인 시엄니라지만 그래서 저한테 잔소리 안하시는걸 다행으로 알고 모든걸

덮어뒀었지만 직접 살림하면서 절약이랍시고 이제사 실천하시는 시엄니를 보니

만감이 교차하네요.

내가 그럴땐 궁상으로 보였을까나....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