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436

시어머니 의도가 궁금해


BY 밴댕이 2005-05-12

남편은 3년째 놀고 있다.

나이 많은 내가 아이들 과외해서 밥만 먹고 산다.

 

시어머니는 세상에 당신만큼 괜찮은 시어머니도 없다고 생각한다.

남들 앞에서는 며느리 흉 안본다.

왜? 당신 복많은 분이라 자손들이 떠받들어 산다고 자랑하고 싶어서.

 

그리고 며느리 앞에서는 다른 집 며느리 들먹이며

다른 며느리들은 이런다는데 너희는 뭐냐?

하는 식이다.

만약 며느리가 다른 시어머니와 당신을 비교한다면

아마 자살하실 거다. 분해서 못 사실 거다.

왜? 당신만한 시어머니 없으니까.

 

어버이날이라고 잔뜩 기대하고 있을 시어머니 생각에

그냥 넘어가기도 그렇고 해서 토요일에,

한 2년 전에 갔었던 한정식집을 모시고 갔다.(나는 이런 곳도 자주 갈 수 없다, 형편상)

시어머니는 밥이 맛이 있을까, 반찬은 뭐가 나올까 하는 것에는

하나도 관심이 없고, 오로지 얼마짜리를 살 건지가 궁금했다ㅏ.

 

내 형편에 더 좋은 곳으로 모실 수는 없었다.

밥값 4만원. 발이 불편하다 하셔서 싸구려 신발 하나 사드렸다.

점심 먹고 가까운 호수를 한바퀴 돌아 모셔다 드리고 왔다. 

용돈, 못드렸다. 드릴 돈이 없다.

 

월요일 아침. 출근 전에

시어머니 전화가 왔다.

다른 동서가 일요일에 옷이며 먹을 것을 잔뜩 사가지고 왔단다.

그리고 모시고 나가서 관광시켜 드리고,

야외로 나가 닭이며 부침, 메밀묵 등등을 사 드리고,

돈까지 주고 갔다고 자랑을 늘어놓으신다.

 

나,

초라해진다.

괜히 했구나.

차리리 돈쓰지 말고 욕 먹고 말 걸.

겨울에 난방비 아까워 전기장판 온기 하나로 겨울을 났는데.

 

4만원이면 추운 겨울밤 2달 정도는 방바닥 미지근하게 해서 냉기는 몰아내고 사는데.......

 

매번 더 잘하라 비교해서 은근히 효를 강요하고

부추기는 게 시어머니 근성이란 걸 알지만

이제 아무 것도 안하고 싶어진다ㅏ.

 

잘 하고 싶다가도 정나미가 싹 가신다.

그래도 해야하나?

아님 돈도 없는데 눈 딱 감고 욕 먹고 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