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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용감한 앞집 아줌니


BY 마루 2005-05-13

그 연배답게 손이 넉넉하셔서 어제 주신 나물,

삶아도 꽤 많아 반은 냉동실에 넣고

나머지 반은 설명해 주신대로 된장,고추장 반반씩 섞어

갖은 양념해 잘 무쳐 먹었다. 아웅~ 맛나다...짭짭...

요즘 세상에 누가 그 힘들게 뜯어온 나물을 그렇게나 많이 줄까?

생각할수록 고맙네.

 

나도 답례를 해야겠어서 오늘 아침 일찍 부터

반죽기를 왱왱~돌려가며 빵을 구워 갖고 갖다드렸다.

젊은 사람은 이딴 것도 집에서 맹그냐며 좋아하시네.

집수리한 것도 볼겸 잠깐 들어오라 하시길래

차 한 잔 얻어마시러 들어갔는데 거실벽 중앙에 긴칼이 X자로 꽂힌 액자가..  

아자씨가 직업군인으로 제대하셨단다.

 

요즘은 산에 나물도 귀하다는데 어디서 그렇게 많이 뜯어오셨냐 하니

목소리 크고 털털하신 아줌니 구구절절 이야기가 이어져...

"웬만한 산에 가믄 벌써 다 뜯어가고 없쥐...울아자씨가 근무하던 전방의 군부대...

철망을 살짝 뜯고 들어가믄 높은 전망대 같은 데서 보초서는 군인들

멀리만 바라다 보고 있잖아. 아래는 잘 안내려다 본다고...거기나 가야 많아..

대신 쪼꼼도 떠들진 못허쥐..혹시 틀켜도 나 여기 살던 누구 마누라다카고

나물 뜯으러 왔다...간첩 아니다 카믄 다신 오지 마세요 카고 보내줘...

이미 나물은 다 뜯었는데 뭐.흐흐"

"헉~ 그러다 혹시 총 맞으믄 우째요?"

"총을 암때나 쏘나? 함부로 안쏴. 또 나물 많은 데는 대포 쏘는 데야...

거긴 대포 안쏘는 날이 하루 이틀 있어.

그 날 가믄 그 일대를 대포 쏠라고 나무 싸악~다 베어놨기 땜에

나물 많~고, 뜯기도 좋~아...지천이야...가끔가다 보믄 주변에

두 팔 벌려 한아름 되는 크~다란 불발탄도 있지...

그치만 뭐 불발탄은 망치갖고 뚜드려도 안터져...

크기만 무시무시허지 괜찮아....건들지만 않으믄 돼.."

옴마나? 불발탄 꺼정??허걱...대포 안쏘던 날 갑자기 쏘믄 또 우짜실라고?

역쉬 군인 부인은 아무나 하는게 아닌게벼...우째 그리 담이 크실까?

에구 무서워...

그런데 그 다음 이어지는 더 무서운 말..

" 내 담에 갈 때 애기엄마 같이 델꼬 갈까? 구경하러 함 같이 가믄 좋지"

옴마나? 저 쪼꼼 더 살구 시퍼요.

애들도 아직 다 안컸구요.

저 아직 죽기엔 일러요.

아줌니가 "애기엄마 젊어서 조캤다" 하셨듯이

저 아직은 그래도 젊걸랑요...ㅠ.ㅠ

 

아줌니 목숨까지 걸고 뜯어오신 나물을 글케나 많이 주시고...

아줌니 복받으실 거여요...감사혀요...

 

딴 일 하믄서 빵을 굽다가 시간 초과해서 겉은 쪼꼼 탔지만

뭐 그래도 속은 부드럽게 잘 익었어요.

두 개나 구웠는데 나눠드리고 시포라.....그럴싸 하죠?